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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6개 시장 하나로 묶은 전국 최대 규모 “없는 거 빼고 다 있습니다!”

길남 씨의 전통시장 탐방기 - 부전마켓타운

내용

어느덧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를 넘어 1년의 반을 넘긴 8월,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왔다. ‘전통시장 탐방기’도 그동안 부산의 크고 작은 여러 시장들을 거치며 어느덧 8번째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일곱 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유독 소설가 길남 씨의 등을 두드려대며 ‘내는 와 이바구 안 해주노? 다음 차례는 내 아이가?’하고 끊임없이 보채는 시장이 하나 있었으니…. 서면과 부전동에 걸쳐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부전시장’이 그것이다. 

 

 

부전마켓타운 입구. 

▲부전마켓타운 입구.

 

6개의 시장을 통합하다


길남 씨는 부전시장을 돌아보려다 대체 어디서부터가 부전시장일까를 고민해 본다. 쉽사리 그 구획을 정할 수가 없는 것이 서면시장에서 대로를 건너면 또 시장이 이어지고 길을 건너면 또 시장이 이어지는 형국이라 고민의 답은 제법 찾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부전시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전시장의 정확한 명칭은 ‘부전마켓타운’이다. 사실 부전시장은 여러 장르의 특수화된 시장들이 6개나 묶여있는 시장이다. 그래서 하나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진 않지만 전국 최대 시장이란 얘기까지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자갈치시장이 수산물 전문 시장이고, 구포시장이 장날에 특화되는 것처럼 한 가지로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특징은 없지만, 파는 물건이 너무 많고 규모가 커서 없는 게 없다는 게 부전시장의 특징이다.  

 

부전시장의 유래는 부산의 많은 시장들이 그랬듯이 전쟁 후 피란민들이 모여 형성됐다고 한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1970년 10월 1일에 부전역상가아파트라는 법인체가 구성됐고, 1974년에 준공, 1975년에 개장, 1975년 11월 20일에 시장으로 등록했다고 기록돼 있다. 

 

부전시장이 ‘부전마켓타운’이란 이름으로 공룡에 맞먹는 크기가 된 것은 2006년 있었던 6개 시장 번영회의 협정 때문이다. 부전시장·부전인삼시장·부전상가·부전농수산물새벽시장·서면종합시장·부전전자종합시장 등 6개의 시장이 하나로 묶이면서 시장의 발전에 날개가 돋은 격이 됐던 것이다. 이후 길 건너의 서면시장, 또 다른 길 건너의 부전기장골목시장, 서면중앙시장까지 부전시장의 위세에 합쳐져 모두를 ‘부전시장 일대’라 부르게 된다.     

 

부전마켓타운은 값싸고 신선한 채소를 비롯해 각종 식재료가 가득하다.  

▲부전마켓타운은 값싸고 신선한 채소를 비롯해 각종 식재료가 가득하다. 

 

밤낮없이 맛있는 먹거리 넘쳐나


길남 씨는 부전시장을 돌아보기 전에 서면시장부터 들르기로 했다. 서면1번가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들끓는 거리를 거쳐 올라가다보면 먹자골목, 통닭골목, 돼지국밥골목 등으로 유명한 서면시장이 나타난다. 

 

젊은 시절 서면에서 술 한 번 마셔 봤다 하면 이곳 서면시장을 빠뜨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요즘은 마리포사 골목으로 일컫던 복개천 쪽이고, 쥬디스태화 뒤쪽 철물거리 쪽이고, 모조리 술집이 들어서서 큰 구분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면시장은 아직 많은 이들이 찾고 있고 술꾼들의 아지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것도 분명하다. 

 

왜 자꾸 술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부전시장 하면 낮술의 대명사가 아닌가? 빈대떡, 튀김, 돼지껍데기, 파전, 부추전, 명태머리전, 굴전, 돼지수육, 국밥, 선짓국, 동태탕, 대구탕, 막썰어 회, 족발, 닭발, 꼼장어, 만두, 김밥, 칼국수, 짜장, 짬뽕, 떡볶이, 순대, 어묵, 호박죽, 김밥, 콩국…. 영광도서 뒤편의 새싹로에서 부전농수산물시장 쪽으로 향하는 시장 길부터 해서 부전역 앞까지 그 넓은 시장 곳곳에는 저렇게 글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가지각색의 메뉴로 무장한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식당들은 낮이고 밤이고를 가리지 않는다. 언제든 시간을 초월한 어르신들과 중년들, 청년들이 식당 테이블을 점령하고 소주잔, 맥주잔을 기울이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전마켓타운에는 김밥, 칼국수, 튀김 등 먹거리가 넘쳐난다. 

▲부전마켓타운에는 김밥, 칼국수, 튀김 등 먹거리가 넘쳐난다.

 

365일 북적북적 … 시민 발길 끊이지 않는 장터


길남 씨는 부전시장만 들르면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에 온 듯 정신이 혼미해지며 축제의 기분을 만끽하곤 한다. 꼭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넘쳐나는 제철 과일과 채소, 그득한 음식들이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장식돼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시장 안쪽 한 골목에는 상품으로 하기엔 조금 떨어지는 회를 썰어 파는 가게가 있는데 회 한 도시락이 5천 원이다. 그 옆 초장집의 양념장 가격은 2천 원. 슬쩍 미안해서 탕이나 하나 시키면 5천 원. 밥까지 해서 깔리는 밑반찬만 예닐곱 개. 거기에 소주 몇 병 곁들여도…. 얼마인지는 적지 않겠으나 이런 천국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길남 씨는 얼마 전 시인 두 분을 모시고 통닭집에 앉아 낮술의 은총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통닭집은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는데,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엉켜 주(酒)님의 축복을 받고 있는 풍경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쯧쯧 소리를 내며 손가락질 하지 마시라. 모두가 매일 저렇게 나발을 불겠는가? 삶에 지친 이들이 부전시장이라는 특수한 카니발 구역에서 잠시나마 고단함을 더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장은 다만 물건만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고 잠시 쉬어가는 휴식터이기도 한 것이다. 부전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특화를 이뤄낸 시장이라 할 만 하다. 

 

길남 씨는 얼큰한 기분에 밖으로 나오다 노점에 깔린 채소 가격에 화들짝 술이 깬 것을 기억한다. 파 한 단 1천 원, 감자 한 소쿠리 1천 원, 당근 한 소쿠리 1천 원…. 두 마리 1만 원짜리 통닭을 먹고는 한 소쿠리 1천 원의 세계에서 유영하던 길남 씨는 부전시장의 낭만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으흠흠, 술 얘기는 이제 접어야 하는 것을! 

 

길남 씨는 예전에 한 번 가 봤던 기억으로 ‘부전인삼시장’에 용감하게 들어가 본다. 이곳은 부전마켓타운 건물 2층에 위치한 인삼·홍삼 전문 시장으로 수삼, 건삼, 태극삼 등등 종류별 인삼과 캡슐, 분말, 엑기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인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부전마켓타운은 찾는 사람이 많아 물자가 활발히 유통돼 신선도는 최상, 가격은 최저를 유지한다(사진은 건어물가게 모습).

▲부전마켓타운은 찾는 사람이 많아 물자가 활발히 유통돼 신선도는 최상, 가격은 최저를 유지한다(사진은 건어물가게 모습).


인삼·악기·전자 … 각종 전문 시장


약재 시장이다 보니 아래 시장보다 조용해서 살짝 부담됐지만 친절하게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저기요.” 하고 말을 걸자 “뭐 찾으세요?” 하고 기분 좋게 대답하신다. 아주머니 설명 왈 이곳은 처음 시장 건물이 생길 때부터 생겼으며, 제품은 부전시장에 걸맞게 유통과정을 확 줄인 곳이라 일반 유통보다 많게는 30%에서 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신다. 길남 씨는 한결 건강해진 느낌으로 다음 코스인 서면종합시장으로 향한다.

 

이곳 건물의 1층은 일반 시장과 다름없이 청과물, 육류, 수산물, 의류 등등 다양한 품목이 판매되고 있으나 2층, 3층만 가면 왠지 마니아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부산 지역, 아니 경상도에서 가장 큰 악기전문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이곳 악기 시장은 전자악기와 관악기, 건반악기, 음향기기 등을 취급하는 120여 개의 악기 점포가 들어서 있다고 나와 있다. 음악에 문외한인 길남 씨는 그저 보는 것만 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시절 친구 하나가 기타를 산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왔었던 기억도 슬쩍 스쳐 지나간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전문 시장의 포스를 그는 한껏 느껴본다. 

 

시장 건물을 나온 그는 수박과 참외가 그득 쌓인 청과물 도매 시장을 지나 ‘부전농수산물새벽시장’으로 향한다. 이름이 새벽시장이라고, 또 도매로 파는 곳이라고 상시 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전시장 골목들 중 한참 안쪽에 있어서 그렇지 노점은 많이 있다. 사실 도매 시장 근처로 올수록 채소의 가격은 내려가고 양과 질은 더욱 좋아진다는 진리는 어느 시장이고 똑같을 터이다. 그는 이곳에서 양파, 호박, 당근, 양배추를 살 예정이다. 목표 금액은 5천 원!

 

그런데 세상에나! 애호박처럼 생겼는데 애호박보다 작은 새끼 애호박이 10~12개 한 소쿠리로 1천 원이다. 양배추는 작은 거지만 500원…. 길남 씨는 생각지도 않던 오이까지 사고는 5천 원에서 500원을 남기고 까만 봉다리를 힘차게 내저으며 걷는다. ‘역시 채소는 부전시장이 진리야!’라고 중얼거리면서.  

 

부전마켓타운에는 인삼전문시장, 악기전문시장 등 전문시장이 있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부전마켓타운에는 인삼전문시장, 악기전문시장 등 전문시장이 있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품질은 최상, 가격은 최저 

 

선짓국 5천 원어치를 사서 가려고 길을 내려가던 길남 씨는 수산물 골목을 지나가다 일식집 셰프인 절친한 동생의 말이 생각나 싱긋 웃는다. 작년에 결혼해 신혼집을 서면 근처로 잡은 동생에게 물었다. 

 

“야, 니 요새도 아침마다 자갈치 가나? 좀 멀어져서 불편하겠다.” 

 

“아니예, 자갈치는 꼭 필요한 거 있을 때 한 번씩? 뭐한다고 거까지 갑니꺼? 부전시장에 어지간한 건 다 있는데 뭐. 어떤 거는 훨 싸고 신선하다니까.”

 

길남 씨는 저 말이 어떤 시장이 더 낫고 떨어진다는 말이 아닌 것을 안다. 시장이란 자고로 가까운 위치가 최우선인 법. 하지만 동생의 말은 부전시장이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 곳인지 잘 설명해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다 보니 시장의 물자 또한 활발히 유통된다. 그래서 그 신선도는 최상을, 가격은 최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시장. 이곳이 바로 부전시장인 것이다. 

 

선짓국을 샀지만 집에서 저녁에나 먹을 것이고, 길남 씨는 출출한 배를 쓰다듬는다. 그런 그의 눈에 두 가게의 메뉴와 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밀면 2500원 VS 짜장면 2000원’

 

아아, 길남 씨는 한탄의 신음을 흘리고 만다. ‘부전시장이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그런 와중에 고민하는 길남 씨의 어깨를 치고는 사과 말씀도 없이 바삐 지나가는 어르신. 괜찮아요. 이곳이 어딥니까? 매일 매일이 카니발, 부전시장이 아닙니까? 길남 씨는 싱긋 웃음을 짓고는 다시 어깨를 편다. 그리고는 밀면, 짜장면 둘 중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배길남 기사 입력 2018-07-31 부산이야기 7월호 통권 142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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