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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Make a wish 부산, 누군가의 꿈이 되다!

쿨부산 스토리텔링 공모전 - 우수상
캄보디아 소년들의 부산 정복기 - 여행에서 만난 인연

내용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 그 사람이 쉬이 잊혀 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2008년 캄보디아로 떠난 나의 여행이 그랬다. 오염된 식수로 인해 평균 수명이 낮은 나라,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원 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나라. 앙코르와트라는 세계적인 관광지 수입으로 간신히 먹고 사는 가난한 나라. 그곳이 캄보디아였다.

그곳에서 난 뜻밖의 아이들을 만났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남자아이들이 모여지내는 ‘소망의 집’이라는 고아원을 들르게 되었다. 부모가 있어도 구걸하며 사는 이 나라에서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여웠다. 그러나 소망의 집 아이들을 본 순간 나의 선입견은 모두 깨져버렸다.

소망의 집 아이들은 아버지 대신 총각 원장선생님께 충분히 사랑 받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인 만큼 장난기도 많았지만 누구보다 밝고 순수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 아이들이 변하는구나. 사랑받는 아이들의 표정은 이렇게 해맑구나.’ 그 아이들과 보낸 반나절의 짧은 만남은 오래오래 가슴에 남았다. 그때부터 마음이 맞는 부산 친구들과 함께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보내거나 헌 옷을 보내는 일을 하게 되었다.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부산은... 꿈이다

그렇게 5년 동안 세 차례 봉사활동 팀과 함께 캄보디아를 찾았고, 소망의 집 고아원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봤다. 처음엔 밥 세끼 먹는 게 꿈이라고 했던 아이들이 운전수, 호텔 벨보이, 빵 가게 주인 등 소박한 꿈을 가지기 시작했고 학교 가기를 즐거워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우연히 아이들의 꿈을 물었는데 한국,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다.

‘부산이라는 작은 도시가 이 아이들에게 꿈이 되었구나. 내 주위의 또래나 후배들을 보면 부산에 있기보다는 서울로, 한국에 있기보다 미국이나 호주, 영국 더 큰 세계로 나가길 원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겐 부산이 꿈이 되는 곳이구나.’ 이런 생각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막연한 꿈을 위해 그 해 연말 부산에서 ‘Make a Wish!’라는 자선파티를 열었고, 2년 동안 모인 기금으로 캄보디아 19살의 븟나(Bunna), 11살의 빽(Pek) 두 명의 청소년이 드디어 2012년 여름 부산을 찾았다.

븟나와 ?r의 부산 정복기

븟나(Bunna)와 빽(Pek)은 홈스테이를 하며 부산 곳곳을 누볐다. 에너지 넘치는 이 캄보디아 소년들에게 맞춤형으로 준비한 부산 여행코스는 이랬다. 해운대에 위치한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수십 종의 심해어류 및 상어와 조우한 후 해운대 바닷가에서 수영복과 고무튜브를 빌려 여름 해수욕을 즐겼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될 19살 븟나를 위해 경성대 부경대 대학가로 이동 대학가 탐방을 하고 한국의 불고기 쌈밥 정식으로 야무지게 배를 채웠다. 후에 대학가 근처에 그려진 익살 넘치는 벽화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나서 코인 넣고 하는 야구연습장에서 방망이를 원 없이 휘두른 다음 볼링장으로 자리를 옮겨 볼링공을 굴렸다. 승부욕이 넘치는 한나절을 보내고, 부산의 아름다운 야경이 한 눈에 펼쳐지는 황령산 꼭대기에 올라 가쁜 숨을 고른 후, 차를 타고 다시 해운대의 홈스테이 집 앞에 다다랐다. 부산의 멋진 밤의 전경이 펼쳐진 마린시티 주변은 고층의 높은 건물들과 바다 위에 반짝이는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껏 들뜬 븟나와 빽은 고층 아파트 층수를 세는가 하면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다음날은 센텀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세계 최고의 크기를 자랑하는 센텀시티 백화점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겨울이 없어 눈을 본 적 없는 캄보디아 소년들은 생애 처음 넓은 얼음판,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에 도전했다. 그 후 부산영어방송국을 방문해 직접 라디오 DJ 체험을 해보는 기회도 가졌다. 처음 방문한 부산에서 새로운 것을 즐겁게 배우는 모습에서 ‘배움은 여정이다. 끝나지 않는다. 쓸 곳이 없어도 배움 자체가 즐거움이다. 배워서 쓸 곳이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라는 글 구절이 생각났다. 그렇다. 부산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성장의 도시다.

그래서 부산이 좋다

부산 외에도 한국의 전통을 알 수 있는 경주 양동마을과 산업역군들이 일하는 거제 삼성중공업도 갔었지만 이 캄보디아 청소년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장소는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부산 해운대, 높이 우뚝 솟은 반짝이는 빌딩과 센텀시티 백화점 안의 아이스링크장이었다.

파도가 있는 바다를 보기 어려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한 여름 해운대는 그야말로 숨 막히게 즐거운 장소였다. 낯선 사람들 속에 섞여 풍덩 풍덩 여름 바다의 품에 안기는 빽(Pek). 수건을 덮고 모래찜질하는 븟나(Bunna).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낯설게 대하면 어떡할까라는 염려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빽(Pek)의 자맥질에 어디서 왔냐며 수영 잘 한다며 먼저 말을 건네는 부산 사람들의 모습은 정이 많은 부산 그 자체였다.

캄보디아에는 없는 해운대의 높디 높은 빌딩숲을 바라보며 층수를 세다가 이내 헷갈려 하고 자신의 키와 대보며 신기해하던 이들. 코인 야구연습장에서 맨발로 연신 배트를 휘두르며 신나하던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그저 그런 평범한 것들이 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평생의 추억이 되겠구나. 힘이 되겠구나...’ 내가 사는 부산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웠던 장소는 센텀 아이스 링크장이 아니었을까,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추워!’를 연발하면서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다. 이 캄보디아에서 온 귀여운 손님들은 스스럼없이 부산 시민들 속에 섞여 부산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떠나기보다 머물라
많은 젊은이들이 부산을 떠나려고만 한다. 일자리도 많이 없고 일 할 기회도 없고가 그 이유란다. 부산에서의 경력들은 나중에 제대로 된 커리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부산은 누군가에게 꿈이 될 수 있고 꿈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다.

부산에 오는 것이 꿈이 된 아이들이 여기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면서 꿈을 꾼다.
한 아이가 꿈을 이루면, 그 아이가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듯이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느꼈던 많은 것들이 이 아이들의 꿈의 원동력이 되어서
훗날 캄보디아를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멋진 미래로 자라기를.
그리고 나에게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1년 아니 2년에 한 번씩이라도 이렇게 고아원 아이들을 부산에 초청하는 일을 친구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 그 짧은 여행이 이 아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사는 부산이 꿈이 된 아이들에게 부산을 만나게 해주고 이 추억과 값진 경험들이 캄보디아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작은 희망이 되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살아가는 곳,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
이 곳 부산이 누군가에겐 꿈을 이루는 곳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지 않은가.
그래서 말하고 싶다.

"부산, 그리고 당신..
이 곳을 떠나기보다는
잠시... 오랫동안 머물러도 좋다."라고...

임수진 기사 입력 2013-11-26 다이내믹부산 제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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