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교육·교통·금융·에너지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혁신을 이룰 분야로 꼽히는 것이 '바이오'와 '디지털기술'의 융합을 활용하는 '헬스케어산업(Healthcare)'이다. 

의료는 경험의 학문이다. 수 많은 과거의 사례를, 관찰과 치료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시행해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진료환경 개선과 함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정밀의료'와 언제 어디서나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실시간 측정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케어'로 발전할 것이며, 두 기술 모두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한 중요한 해결책으로서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의료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질병 치료와 생명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진료 중심'에서 많은 정보와 새로운 알고리즘 구축 등을 통해 개개인의 질환과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 및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병원, 치료하는 곳에서 바이오헬스산업 허브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병원은 입원·외래 환자 위주의 치료에서 원격으로 수 많은 환자가 보내오는 건강 정보를 통합하고 피드백을 주는 정보 허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입원·외래 관련 부분이 축소되고 최소한의 응급실과 수술장을 남긴 채 거대한 데이터 창고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상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분야에 있어서도, 원거리에서 보내오는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조치를 취해 환자가 전문 병원 응급실로 옮겨오는 동안의 시간을 벌 수 있으며, 환자의 이송 형태 역시 드론 등의 최신 기술이 도입될 수 있다.

침습적 수술은 점차 최소화될 것이며, 미래에는 그 범위가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기술 및 최신 영상기술을 조합해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세포 일부만을 영상 가이드를 통해, 로봇기술을 이용해 제거하거나, 로봇 어시스트 수술을 진행하면서 집도의의 결정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로봇의 의사결정을 참고하게 됨으로써 최신·최선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진단 처방에 있어 기존의 오진율을 대폭 감소시키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은 단순 방사선 촬영,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 영상) 등 촬영된 이미지의 의사 판독 정확도를 넘어서고 있고 학습 속도가 날로 발전하고 있어 더욱더 정밀한 판독으로 이어져 환자의 의료질 향상에 상당한 기여가 예측된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입장에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병원과 의료인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환자 개개인에게는 최적의 치료법과 건강 관리를 제시하는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발맞추어 나가기까지 여러 윤리적 법적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및 로봇에게 전적으로 판단을 맡기는 상황에서 그들이 내린 판단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창출하고 다루는데 있어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의료인에 대한 다른 차원의 교육이 필요해 지는 것 등이다. 

거대한 위협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 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의료인이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미래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보다나은 미래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