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202610호 핫이슈

부산이야기-개판 오분전(開版五分前)을 아십니까?

6·25전쟁 때 부산서 사용된 피란의 아픔이 낳은 표현

내용

중·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는데 선생님이 불쑥 들어와서는, "야 이놈들아. 이거 개판 오분전이네"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


흔히들 질서가 없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개판 오분전이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개판 오분전'의 뜻은 개(강아지)가 놀며 어질러 놓은 엉망진창인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개'와는 상관없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원래 뜻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6·25전쟁 당시 많은 피란민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부산 영도다리 일대와 국제시장이 피란민들의 집결지가 되었고, 삶의 터전이 됐다. 빈손으로 고향을 떠나 온 피란민들은 하루 한 끼 먹기도 버거웠다. 정부는 구호품 식량으로 배고픈 피란민을 위해 밥을 지어 배급했다.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지어 나눠 줬다. 커다란 솥에 쌀과 잡곡을 대충 씻어서 넣고 장작을 때서 밥을 했다.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솥은 컸기 때문에 뚜껑은 나무판(版)을 덮고 밥을 지었다. 밥이 다 되어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 뜸을 들이는 때가 되면 밥을 배식하는 담당자가 "개판 오분전(開版五分前)이오" 하고 외쳤던 것이다. 이는 "밥 타먹을 준비를 하시오"라는 일종의 배식 알림이었다. 개판(開版)은 배식할 때 밥솥 뚜껑인 판(版)을 연다(開)는 뜻이다. 굶주린 피란민들이 밥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들면서 그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말에 따라 서로 밀치고 설치면서 질서가 무너진 데서 연유된 말이다.


24-1cw12 개판 오분전
△AI로 제작한 이미지.


내가 어릴 적 부모님 따라서 국제시장 인근 용두산공원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얼기설기 지은 피란민 수용소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피란민들이 왜 영도다리와 국제시장 인근에 많이 살았는가 하면 부두의 하역작업을 하며 살아갔기 때문이었다. 늦게 가면 부두에 들어가지도 못했기에 부두 가까운 곳에 몰려 살았다고 했다. 일찍 부두에 나와 선착순 안에 들고 해서 배에서 내리는 물건을 등에 지어 내려주고 일당을 받는 것이 소중했다.


그렇게들 열심히 살아온 내력을 품고있는 `개판 오분전'에는 민족의, 그 중에서도 이북에서 피란 오셔서 피땀 흘리시며 처절한 삶을 이어오신 우리네 부모님의 애환이 서린 가슴 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6·25전쟁 76주년을 맞이해 우리 부모님 세대의 한이 서려있는 `개판오분전'을 상고해 보았다. 이제는 씁쓸한 기억 속의 말 개판 오분전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익제 님(동래구 명장동)


24-0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6-10-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610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점참여 : 0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