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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4호 칼럼

문화분권 통한 모두를 위한 문화를 바라며

부산시민의 문화 권리 회복

내용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한 것이다. 오늘날 K-Culture(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운데, 김구 선생의 높은 식견과 문화에 대한 철학에 감탄할 따름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헌법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 헌법 전문에는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 〈중략〉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문화', 즉 인간은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인 `문화권(文化權)'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의 국가 문화정책은 백범 김구 선생의 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실상이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수도권의 문화집중과 이로 인한 지역 간 문화 인프라 격차로 인해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문화적 권리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화기반시설 부족은 결국 지역민의 질 높은 문화예술 작품 향유 기회를 침해한다.


거세지는 `문화분권' 목소리 

문화분권은 문화의 수도권 집중 정책에 대한 지역의 자율성 요구이다. 이는 문화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문화적 욕구와 의사 표현을 목표로 하는 문화민주주의이며, 문화예술인과 시민은 문화 주권과 자치를 보장받는 것이다. 


부산의 경우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기반시설의 숫자만 봐도 제2 도시치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문화를 공평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립문화기관을 설립·운영중이나,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립 공연장, 미술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문화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오페라, 발레, 합창, 연극, 무용 등 국립 공연예술단체 역시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가 서울로 결정됨에 따라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분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적 문화분권 운동을 이끄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재단이 발행하는 문화정책 소식지를 통해 문화분권 강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작년 부울경 문화재단이 문화분권 공동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 의제를 발굴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문화분권 포럼 개최, 부산의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와 공동 대응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15분 도시 생활권을 추구하는 부산의 시민이 다양한 문화시설에서 누구나 가볍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문화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최근의 지역문화정책 동향에 발맞춰 풀뿌리 문화를 상징하는 생활문화 거점시설인 생활문화센터가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 간 문화기반시설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생활문화센터 확대로 나타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2021년 11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활문화센터 23개소가 있어 시민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쌓고 있다. 앞으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문인력과 시민 중심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구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며, 부산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 역시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 

문화예술은 사회와 지역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드러난 각종 사회문제와 이에 대한 문화적 해결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고독사, 자살, 사회적 고립, 고령화와 저출산, 환경 문제 등의 영역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새로운 해결 방식에 대한 역할이 기대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문화예술이 가지는 "치유의 힘"이다. 내적감정, 정체성 등을 표현하거나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화예술 활동이야말로 소통이 필요한 현대사회에서 치유를 위한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치유를 담당하는 중요한 구성원이 바로 문화예술인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도권에 비해 열약한 문화예술 인프라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 예술인의 상황은 더욱 취약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문화예술인 대부분이 프리랜서 노동자이거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바로 우리의 문화적 권리인 문화분권이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 예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는 세상을 전복시키며, 새로운 세상(New Normal)을 열고 있다. 문화예술의 속성은 늘 그랬듯이 변화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다. 부산의 문화예술인은 시민의 지지와 함께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매력있는 문화도시 부산이 창의 인력인 예술인들로 부산(富山)해질 것을 기대해 본다.


22면조정윤 사진cw14-1

조정윤·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장


작성자
차세린
작성일자
2022-03-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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