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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6호 칼럼

'사투리'가 아니라 '부산말'입니다

이근열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내용

이근열 교수님_온라인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공로를 기리는 날이다. 한국어의 표준어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1988년 문교부 고시)'이다. 그렇다면 표준어를 잘 쓰는 것만이 한국어를 잘 사용하는 것일까? 사투리는 고쳐야 하고 없어져야 하는 말인가? 사투리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각 지역에서 사용하던 뿌리가 깊은 언어다. 쉽게 없어질 수도 없어져서도 안 되는 말이다.

부산사람 삶·역사 담긴 '부산말'
사투리는 특정한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변두리의 말, 천한 말, 촌스러운 말과 같은 이미지로 각인돼 그 말을 쓰는 사람까지 비하하거나 조롱감이 되기도 한다. 이는 사투리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혀 본래의 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의 사투리를 쓴다. 서울 사람은 스스로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오해해 사투리를 열등한 말로 생각한다. 표준어는 이상적 모델일 뿐, 서울말이 아니다. 다만 서울말이 표준어에 더 가까울 뿐이다. '부산말'에는 부산사람의 삶이 녹아 있으며 부산의 역사가 담겨있다. 이 사실을 안다면 '부산말'이 고쳐야 할 촌스러운 말이 아니라 부산의 문화재이자 정신적 보물이며 무한한 문화 콘텐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말, 높낮이 뚜렷하고 축약·생략 많아
부산말은 높낮이가 뚜렷하고, 말이 빠르고 축약과 생략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높낮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길이로 변화했지만, 부산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높낮이는 단어를 길이로 늘어지게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서 높거나 낮게 발음해야 해서 길이가 긴 모음 즉, 이중모음은 자음 뒤에서 발음되지 않는다. 그래서 '명물'을 '맹물'로, '경제'를 '갱제'로 발음하기도 한다. 부산사람이 이중모음 발음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말은 높낮이로 충분히 구분할 수 있어서 발음이 어려운 이중모음을 발음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 이름 '영수'는 '앵수'로 발음하지 않는다. 첫소리에 자음이 없어서 이중모음이라도 하나의 음절로 높낮이를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낮이의 유산을 가진 부산말은 언어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사용한다는 기본적 목적에 충실하다. 축약과 생략이 많다. 이는 부산의 지리적 조건과도 관련 있다. 뱃일하는 부산에서는 말을 길게 하면 배 위에서 서로 잘 전달되지 않기에 그런 식으로 발달했다. 이중모음이 있는 단어는 길어서 세로로 세울 수 없지만, 없는 단어는 세로로 세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음절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축약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선생님'을 한 음절로 줄여 발음하기 위해서 첫째 음절은 앞 자음 'ㅅ'과 둘째 음절은 중간 모음 'ㅐ', 마지막 음절은 끝 자음 'ㅁ'을 모아 '샘'으로 집적해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동사 형용사 관계없이 '안'을 앞에 두는 것으로 사용하기 쉬운 문법을 선택한다. '먹지 않았다'를 '안  다'로 '예쁘지 않다'를 '안 이쁘다'로 사용한다. '머  나?'와 '머  노?'와 같이 '-나, -노'를 사용해 먹었느냐 아니냐는 판정 의문과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설명 의문을 구분하는 것도 효율성에 근거한 것이다.
부산말에는 부산의 역사도 담겨있다. 부산말에 '얌생이 몰다'는 '물건을 훔치다'라는 뜻이다. 6·25전쟁 때 생긴 말인데 미군 부대에 일부러 염소를 풀어놓고 염소를 몰고 나오는 척하면서 물건을 훔쳐 오던 일을 비유한 것이다.


지키고 가꿔야 할 '부산말'로 인식해야
이렇듯 부산말은 부산의 지역적 환경과 역사를 배경으로 그에 따른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외부의 시선에 따라 자신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부산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지역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모든 것에 우열이 있다는 한국인 특유의 서열 의식이 바탕이 돼 있다. 여기에 산업화 시대에 지역말을 순화 대상의 저급한 언어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국어순화 운동을 시행한 역사적 오류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말에 대한 폄하는 역사적 무지와 정보의 왜곡과 부재 때문에 생겨나고 지역말 사용자의 자기부정에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표준어는 여러 지역에 사용하는 말에서 뽑아 만든 것으로 서울말이 표준어가 아니다. 전라도 말 '아따'도 빈정거릴 때 쓰는 표준어이고, 경상도 말 '삐대다'도 '한군데 오래 눌어붙어서 끈덕지게 굴다'는 뜻의 표준어이다.
편견은 특정한 기준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할 때 사라진다. 사투리에 대한 편견도 부산말이라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편견의 타파는 부산사람이 자신의 말을 촌스러운 사투리가 아닌 지키고 가꿔야 할 부산말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작성자
이한주
작성일자
2021-10-01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11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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