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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7호] #1. 다시 쓰는 역사 첫 번째: 예술로 보는 부마민주항쟁

부서명
전시팀
전화번호
051-607-8043
작성자
이아름
작성일
2025-09-08
조회수
14
내용

#Ⅰ. 다시쓰는 역사 첫 번째:  예술로 보는 부마민주항쟁 




 2025년 부마민주항쟁 46주년을 맞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부산근현대역사관과 2025년 부마민주항쟁 제46주년 기념기획전 《ㅂㅁ》을 개최합니다. 이번 기념기획전 제목 《ㅂㅁ》은 부마민주항쟁의 초성을 옮겨온 것입니다.

  




 곽영화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 부마민주항쟁을 직접 목격한 세대입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부마민주항쟁 발발 전부터 그 이후까지의 모든 과정을 세밀한 붓 터치를 통해 그려내어, 그 장대한 역사를 한편의 서사로 보여줍니다. 관람객에게 부마민주항쟁의 전 과정을 시기별로 직관하는 멋진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곽영화 화백의 작품 속에서 ‘ㅂㅁ’은 부마민주항쟁을 직접 가리키는 ‘기표’로 작동했고, 그는 자신이 목격한 역사적 사건의 실상을 장대한 시각 언어라는 ‘기의’로서 제시했습니다.


 한편, 세 명의 젊은 작가는 ‘ㅂㅁ’을 자신이 직접 설정한 기표로 바꾸고, 그것에 새로운 기의를 집어넣어 ‘부마’의 지평을 확대합니다. 이수정, 이지훈, 전혜진 3명의 작가에게 부마민주항쟁은 46년 전 발발한 ‘역사’ 속의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에게 부마민주항쟁은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었거나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관념 속 사건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ㅂㅁ’은 이 젊은 세대의 작가들에게 ‘역사’ 속, ‘관념’ 속 사건인 부마민주항쟁을 자신들의 언어로 포착할 수 있게 하는 매개물로 작동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의미는 “부르고 마주하다”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로써 부마민주항쟁은 단지 역사 속 관념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으로 다시 소환되어 우리가 마주해야 할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전혜진 작가에게 ‘ㅂㅁ’은 부모입니다. 그는 당시 부산대학교 학생으로 부마민주항쟁에 직접 참여한 부모님으로부터 부마를 들었고 그 의미를 새겼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ㅂ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부마는 부모이며, 그들의 투쟁이며 사랑이었습니다. 부마항쟁 참여자나 관련자들의 폐의류로 바닥에 설치·전시된 작품은 부모 세대의 기억이며, 그들의 흔적입니다. 들뢰즈의 용어로 말한다면, 그것은 부모 세대가 남긴 역사의 ‘주름’이자 ‘겹주름’인 것입니다. 그것은 부모가 이루어낸,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기억입니다.


 이수정 작가에게 ‘ㅂㅁ’은 변명입니다. 이 의미는 “부마를 변명하다.”입니다. 이때 변명은 단순한 자기 합리화가 아닙니다. 이 변명은 침묵 당했던 역사의 목소리를 밝게 변(辯)하고 드러내어 밝힌다(明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말하기의 회복’이자, 역사의 해명이기도 합니다. 그는 ‘쌍쌍바’와 같은 당시의 대중적 상품 이미지를 통해 시민 참여형 커뮤니티 아트를 만들어, 부마가 익명의 대중이 모두 함께 참여한 ‘우리들’의 체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지훈 작가에게 ‘ㅂㅁ’은 비몽입니다. 그는 회화를 통해 부마항쟁을 상징하는 과거, 현재 이미지를 중첩시킵니다. 이는 “부르고 마주하다.”라는 의미에 부합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화폭에서 제시되는 꿈과 현실이 뒤엉킨 새로운 이미지는 부마가 역사 속 과거의 사건, 꿈속의 사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 내 삶을 규정하는 사건이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그의 ‘비몽’은 비현실적 환상이 아니라,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 나타나는 현재의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