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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6호] #2. 공간 이야기 첫 번째: 백산기념관 공간 탐방기 - 작은 기념관에 담긴 큰 이야기

부서명
전시팀
전화번호
051-607-8043
작성자
이아름
작성일
2025-06-09
조회수
6
내용

#2. 공간 이야기 첫 번째: 백산기념관 공간 탐방기 - 작은 기념관에 담긴 큰 이야기







2025년, 광복 80주년이 밝았습니다.

'광복'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며 그날을 향해 평생을 걸어간 이들의 발자취를 다시금 더듬어 봅니다.

그 길목에서 조용하지만 깊은 숨결로 다가오는 이름이 있습니다.

교육자이자 기업가, 언론인이자 사상가였던 백산(白山) 안희제.




그의 삶과 정신이 오롯이 깃든 백산기념관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실천과 헌신의 역사를 오늘에 되살리는 살아 있는 기억의 터전입니다.

'백산'이라는 명칭은 안희제 선생의 호에서 따온 것입니다.  

새하얀 산이 주는 고결함과 흔들림 없는 의지처럼, 그의 정신은 이 공간 곳곳에 고요히 스며 있습니다.




동광동 골목 끝,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부산 지하철 1호선 중앙역 5번 출구를 나서 5분 남짓 걸으면, 동광동의 좁은 골목 끝에 소박한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용두산공원에서 중앙로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백산기념관입니다. 작은 규모지만, 이 공간 안에는 조국 광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 사람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이 기념관은 일제강점기 백산상회와 백산무역주식회사가 실제로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역사의 현장이 그대로 기념관이 된 것입니다.





기념관 입구, 첫 만남의 공간

기념관 정문을 들어서면 작은 안내 데스크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입구 한편에는 기념관 안내도와 함께 관람 안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료 관람이지만 방명록 작성을 권하는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1885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1943년 만주에서 순국한 백산 안희제 선생의 58년 생애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하 1층, 백산 안희제와의 만남

현재 백산기념관은 제1전시실만 상시 개방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제1전시실이 나타납니다. 전시실 중앙에 있는 백산 안희제 선생의 조각상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전시는 백산 안희제 선생의 일생을 6개 주제로 나누어 보여줍니다. 조각상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구성된 전시는, 마치 그의 58년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1. 의령에서 피어난 꿈 - 출생과 성장

첫 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1885년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태어난 어린 안희제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통적인 서당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의 어린 시절 모습과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형성된 그의 인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보여준 총명함과 정의감이 훗날 독립운동가로서의 기반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 배움으로 나라를 구하다 – 교육구국운동

이어지는 교육구국운동 전시 공간에서는 20세에 서울로 올라가 보성전문학교와 양정의숙에서 신문물을 접한 후 교육의 길을 선택한 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907년 창남학교를 시작으로 의신학교, 동래 구명학교, 대구 교남학교까지 잇따라 세운 그의 열정적인 교육 활동을 통해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운동이라고 믿었던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조용한 투쟁의 시작 - 국내 비밀결사단체 활동

세 번째 전시 공간은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그가 전개한 비밀결사 활동을 다룹니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백산의 활동은 더욱 은밀해졌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교육자나 사업가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각종 비밀 조직을 통해 독립운동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위험천만했던 비밀결사 활동의 실상과 그가 맡았던 중요한 역할들을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곡물상 간판 뒤의 비밀 - 백산상회의 설립과 운영

네 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1914년 문을 연 백산상회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누가 봐도 평범한 곡물 가게였지만 실제로는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정보를 주고받는 핵심 거점이었던 백산상회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전시된 자료들을 통해 부산에서 시작된 자금줄이 상해 임시정부는 물론 멀리 만주와 시베리아의 독립군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가게 하나가 이토록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옵니다.








5. 펜으로 싸운 또 다른 전쟁 - 언론, 학회 활동

다섯 번째 전시 공간은 그의 언론·학회 활동을 소개합니다. 백산은 총칼 대신 펜을 들고 싸웠습니다. 동아일보 창간에 참여하고 부산지국장으로 활동하며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기사들을 써냈습니다. 조선어학회에서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일에도 힘썼습니다. 전시된 신문에는 일제의 검열로 시커멓게 지워진 기사들이 많았는데, 당시 언론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저항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6. 마지막 꿈을 향해 – 국외 독립운동 기지건설과 대종교에서의 활동

여섯 번째 전시 공간은 그가 국외에서 전개한 독립운동을 다룹니다. 1933년, 48세에 만주로 향한 백산은 발해농장이라는 거대한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해, 농업을 통한 경제 자립과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는 자신만의 독립운동 철학을 실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1943년 대종교단 사건으로 두 번이나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옥중에서 58년의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시기를 다룬 이 전시 공간에서는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백산 안희제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연표와 함께, 그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영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람을 마친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전시 내용을 다시금 되짚으며, 백산 안희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 담긴 큰 뜻,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백산의 정신

기념관 입구 앞에는 작은 마당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여, 잠시 머물며 백산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곱씹어보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입니다.






백산기념관의 전체 면적은 약 430㎡입니다. 결코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공간에는 한 인물의 삶, 그의 신념과 실천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교육자이자 사업가, 언론인이며 종교인이었고, 그 모든 정체성의 근저에는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일관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라본 독립은 단지 국권의 회복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국민이 함께 만드는 자주적 국가, 바로 그것이 백산이 꿈꾼 진정한 독립이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 백산기념관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은 무엇을 잇고 있습니까?" 그 물음 앞에서,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백산 안희제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산기념관 정보

• 위치: 부산광역시 중구 백산길 11 백산기념관

• 관람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 휴관일: 월요일, 공휴일 (단, 삼일절·현충일·광복절은 개관)

• 관람료: 무료

• 면적: 430.52㎡

• 교통: 부산지하철 1호선 중앙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