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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6년 6월호 통권 116호 부산이야기호 기획연재

평화의 소중함·자유의 가치 일깨우는 세계 유일 유엔(UN)기념공원

포토에세이 / 부산의 공원 ⑥ 유엔(UN)기념공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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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 전몰장병 추모명비에는 6·25전쟁에 참전해 산화한 17개국 4895명의 숭고한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부산 대연동에 자리한 유엔(UN)기념공원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세계평화 수호라는 가치 아래 그들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치다 영면해 있는 곳이다. 6·25전쟁에 참전, 의롭게 산화한 유엔군들이 마음의 안식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이기도 하다.

평화공원과 유엔조각공원이 함께 연계된 유엔기념공원 일원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나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처럼 전쟁의 상흔을 딛고 오늘을 사는 모든 이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자유의 가치를 알리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은 부산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휴식을 만끽하는 시민공원이면서, 많은 사람의 숭고한 희생 위에 평화와 자유가 핀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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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조각공원은 2000 9 6·25전쟁 50주년 특별기획유엔기념공원 국제조각 심포지엄 참여한 조각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조성했다(사진은 조각품신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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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 ‘무명용사의  6·25 전쟁  유엔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들  유해는 찾았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인류 화합과 평화 기원 - 유엔조각공원

부산박물관을 지나 유엔조각공원에 들어선다. 원래 유엔기념공원을 시작으로 돌아보기도 하지만, 교통편에 따라 조각공원부터 거닐어볼 수도 있다. 조각상들 사이로 6월의 싱그러운 풀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다. 플라타너스 잎과 느티나무 잎이 서로 사이좋게 바라보며 희희낙락이다. 세계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푸른 풀밭 위에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고 아래 벤치에는 시민들이 여유롭게 쉬고 있다. 주인을 따라나선 강아지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앙증스레 콩콩 짖는다.

이곳은 지난 2000 9 6·25전쟁 50주년 특별기획 '유엔기념공원 국제조각 심포지엄' 참여한 조각가들의 조각품을 기증받아 조성했다. '세계의 평화' '자유의 상징'이라는 유엔기념공원의 뜻을 기리기 위해, 6·25전쟁 참전 21개국의 조각가들이 자유·평화·통일을 주제로 제작한 34점의 조각품을 기증한 것이다. 조각공원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의미를 담은 돌조각이 사람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위에 '역사의 물길' 흔적으로 새겨놓은 '강의 흐름 같이', 평화를 상징하는 기둥 앞에 의자를 둘러놓은 '평화의 탁자' 모든 작품이 이념과 인종을 뛰어넘어, 인류의 화합과 화해,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기원한다.

작품 사이로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고, 잎사귀 무성한 나무들이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 유일 유엔군 묘지 - 유엔기념공원

묘역 입구로 들어선다. 묘역의 입구는 죽은 자의 세계와 자의 세계의 경계. 그래서일까언제나 묘역에 서면 경건해진다. 그러나 묘역에 발을 딛자마자 삶과 죽음의 경계가,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이곳은 자와 죽은 모두에게 마음의 평화가 깃들여지기를 염원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엄숙한 묘비들의 도열. 묘역에는 문패처럼 용사의 이름을 밝히는 묘비가 누워 있고, 각양각색의 장미가 헌화하듯 피어있다. 주위로 넓고 푸른 잔디가 묘역 주변을 편안하게 감싸듯 펼쳐진다. 정돈된 향나무와 하늘로 뻗어있는 히말라야삼목이 줄지어 묘역을 지키고 있다.

'도은트 수로' 선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사자 최연소자(당시 17) 호주병사 도은트 일병의 성을 만든 길이 110m 물길이다. 도은트 수로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시공간 안에 공존할 없는 . 그것을 알기에 도은트 수로는 이곳에 존재한다. 더는 물길을 건너 죽음의 땅으로 넘어가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굳은 맹세의 경계이리라. 비단잉어와 금붕어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듯 물길을 따라 천천히 유영한다. 꼬마 여자아이가 수로 아래로 아장아장 걸어가고 있다.

월의 볕이 뜨겁다. '영연방위령탑' 뒤에서 잠깐 쉰다. 위령탑은 영연방국가(영국·캐나다·남아공·호주·뉴질랜드) 시신 없는 병사들을 진혼하기 위해 세워진 . 그들의 마음이 스치는 것인지 바람은 그늘 속으로 불어오고, 푸른 하늘에는 낮달이 희미하게 있다.

'전몰장병 추모명비' '유엔군 위령탑'으로 향한다. 줄을 지어 있는 나라의 국기를 지나 추모명비 수반에 선다. 수반 위로 분수가 솟고 돌기둥 위로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뒤로는 6·25전쟁 산화한 젊은 영령들의 이름을 , 또렷하고 선명하게 새겨 놓은 전몰장병 추모명비가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우리의 가슴에 임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임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라는 추모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와 함께 검은 오석 17개국 4 895명의 숭고한 이름들이 햇볕을 받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들의 이름 위에 손을 얹는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름처럼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것만 같다.

'유엔군위령탑' 앞에 선다. 하얀색의 탑신에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마리가 마치 날아오르듯 자리하고 있다. 위령탑 안으로 들어선다. 정면으로는 묘역에 안장된 장병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뉴질랜드·캐나다·호주군의 참전 주요역할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귀한 뜻의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위령탑 뒤로 나와 양쪽 수로를 중심으로 길이 있는 '무명용사의 ' 지나고, 유엔묘지와 부산수목원 사이 줄장미 꽃길을 걸어서, 길게 이어진 향나무 길로 접어든다.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평화의 길이거니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멀리 트럼펫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다. 유엔기 하강식이 엄수되고 있는 것이다. 묘역 위쪽으로 나라의 국기가 펄럭이고 유엔군 병사가 밑으로 지나치는 것이 보인다. 유난히 새소리가 자지러지게 크게 들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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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과 맞닿아 있는 대연수목원은 여러 기후대의 식물들을 직접 관찰할 있다.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개울도 흘러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이 손에 꼽는 휴식처다


각양각색 꽃과 나무들 반기다 - 대연수목전시원

'대연수목원'으로 들어선다. 곳곳의 화원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졌다. 대연수목원은 유엔기념공원을 50m 폭으로 감싸 안은 녹지대를 겸한 자연체험장이다. 식물의 생태별로 600종의 수목이 전시돼 있다.

'장미원'에는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장미꽃들이 색색의 화색을 자랑하며 한창이다. '야생화원'에는 봄을 맞는 야생화들이 앞다투어 올망졸망 자지러지게 피어 있다. 붉은 아카시아 나무에서는 붉은 아카시아 꽃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노란 금계국과 보라색 서양채송화도 사람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브동산' 들어서니 은은한 허브향이 솔솔 난다. 보라색 꽃을 매단 라벤더가 한창 꿀벌을 모으고 있다. 거의 스무 여종의 다양한 허브가 식재돼 있어, 자녀들과 허브 향을 맡으며 특색과 용도를 일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수목원 따라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한창 초록의 잎사귀들을 펼치며 그늘을 만들고 있다. 구실잣밤나무와 굴거리나무의 무성한 잎이 바람을 만들고, 당죽, 오죽 대나무 군락 사이로 햇볕이 머문다. 울타리를 대신한 줄장미는 빨간 꽃을 덩이 피워내고 있다. 연못에는 수련들이 잎을 푸르게 펼치고, 사이로 창포와 물풀이 무성하다. 물풀 주위를 잉어, 피라미, 금붕어 등이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연못 위를 잇는 다리에서 엄마 손을 잡은 꼬마아이가 '금붕어야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넨다. 모습이 너무 예뻐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유엔기념공원 담을 사이에 두고 식재된 나무들의 이름표를 하나씩 읽어나간다. 주엽나무, 참죽나무, 황벽나무, 광대싸리나무…. 마치 잠들어 있는 무명용사의 이름을 부르듯 호명을 하는 것이다. 이름을 불린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며 응답을 한다. 그렇게 사람과 나무가, 자와 죽은 자가 서로 함께 만나 수목원에서 이러구러 어우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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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평화공원 분수

 

평화로움이 가장 평화로워지는 공간 - 평화공원

평화공원에만 오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공원 곳곳의 나무와 풀과 꽃들도, 이곳을 스쳐 지나는 햇빛과 바람과 구름도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 가족 단위로 공원을 찾은 이들의 얼굴의 미소와 웃음소리도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공원 산책로를 걷는 이들의 걸음은 모두 느리고 여유롭다. 그저 일상사 잠시 내려놓고 편안한 휴식을 찾는 것이다. 모든 것이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전쟁의 아픈 과거에서 우리는 평화를 배웠고, 이웃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역의 젊은이들에게서 선의를 배웠다. 그래서 평화공원은 인류평화에 힘을 쏟은 자들의 평화를 향한 기록이다.

중앙광장에는 수반이 자리하고 있고, 뒤로 유엔군참전용사를 기리는 유엔군 활동기념 조형물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세계를 품고 있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습의 탑으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이 가득하다.

평화를 위해 산화한 젊은 영혼들로 인해 고귀한 평화를 얻을 있었다. 이들의 평화에 대한 숭고함과 이들을 기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추념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평화는 값지고 고결하다. 벤치에 앉아 평화로운 바람의 손길을 느낀다. 낙락장송이 모든 이들의 사랑과 평화와 자유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 잔디밭에는 행운의 클로버가 가득 꽃밭을 이루고 있다. ~ 평화로움이여. 평화로움을 느낄 있는 평화가 너무 기꺼운 시간이다.

 

작성자
최원준
작성일자
2016-05-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6년 6월호 통권 116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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