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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비오는 날엔 '중앙동 주꾸미 골목'

'묵자'의 Food Talking 40

내용

묵자에게 맛은 추억이고, 정성(사랑)이며, 그리움에 대한 향수입니다. 묵자가 맛을 찾는 건 그리움과 정성, 추억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개인적 취향에 따라 어느 집은 맛있을 수 있고, 또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묵자는 '밥 한 공기'를 대접하기 위해 쉼 없이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밥' 짓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맛있는 밥'은 아무나 짓지 못하기에… 정성스러운 '밥 한 공기'를 짓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 속에서 숭고함을 만납니다. 그 속에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또 그 할머니의 할머니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한낮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살에 닿는 까슬까슬한 가을바람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음식. 묵자의 음식은 바로 주꾸미입니다.

주꾸미는 부산 연안에서 잡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중앙동에 '주꾸미 골목'이 생기면서부터인데요. 부산 원도심에 있는 중앙동 주꾸미. 장소부터 특화돼 이제 부산의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어슴푸레 해 질 녁, 묵자 주꾸미 골목을 찾았습니다.


아날로그적 감성 물씬.. 주꾸미 골목!

주꾸미 골목으로 가는 방법.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중앙동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여기서 5분만 더 걸으면 주꾸미 골목이 있는데요. 동네 분들에게 여쭤보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십니다.

땅거미가 지는 골목길.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에 고추장에 버무린 주꾸미가 타닥타닥 타들어 갑니다. 골목길을 한 발 내딛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데요. 마치, 어린 시절 자치기며, 고무줄놀이했던 바로, 그 골목길 그대로입니다. 골목길을 가득 메운 뿌연 연기 사이로, 맛있는 그리움의 향수가 느껴지는데요. 아날로그적 감성 그대로~ 과거의 골목길을 향해 내달립니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바로 연탄불 때문입니다. '실비집', '뚱보집' 앞엔 나란히 타오르는 연탄불. 골목길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빨갛게 타오르는 불 속에 손님들이 하나둘 몰리기 시작하는데요. 어느새, 실비집과 뚱보집 식당에는 앉을 자리 없이 손님들이 가득 찹니다.

가게 안을 빽빽이 채우다 못해, 골목길까지 손님들이 점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데요. 넥타이 부대 직장인들, 중년의 부부, 젊은 친구들까지 가리지 않고 기다랗게 줄을 섰습니다. 이렇게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맛있나요?

"네, 맛있어요! 매콤한 게 맛있어요!"
"밥반찬으로도 최고예요~ 포장해 가려고요."
"일단, 가격이 정말 싸요~ 어디 가서 이 가격 주고 못 먹죠!"
"매콤한 맛이 중독이에요~ 중독! 한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집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자꾸자꾸 생각이 나요~~ 쫄깃쫄깃한 주꾸미"


전통 이은,.. 젊은 혈기 '실비집'

줄 선 손님을 뒤로하고, 묵자가 들른 곳은 원조로 불리는 '실비집'입니다. 장정 두 사람이 연탄불 앞에서 주꾸미를 굽고 있는데요. 덩치 좋은 남자분이 사장님입니다. 예전엔, 실비집사장님은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였는데… 할머니 소식을 여쭤보니 "친척 어르신인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 가게를 제가 맡았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졌다고 하지만, 연탄불 앞에 계속 서 있는 건 곤혹일 것 같은데요. "더우시죠?" 조심스레 던지는 질문에, "다이어트에 딱 좋아예~ 연탄불 다이어트!" 하며 농을 건넵니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연탄불 위에 꼬들꼬들 익어가는 주꾸미. '실비집'만의 굽는 비결이 따로 있습니다. 밑간 한 양념 주꾸미를 간단히 초벌구이한 후, 이 집만의 매콤 새콤한 특제소스에 다시 발라 한 번 더 굽는데요. 장정 두 사람이 서서, 연탄불에 딱 붙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성스럽게 굽습니다. 한 명은 초벌로~ 또 한 명은 그걸 받아 중벌로 굽는 거죠. 연탄불 위의 석쇠를 여러 번 번갈아 구우면서 주꾸미를 불과 연기에 훈제시키는데요. 타오르는 불을 다스리며 여러 번 번갈아 뒤집고, 돌리며, 굽는 게 특징입니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실비집 주꾸미, 그 맛의 비결은 바로 요 연탄불에 구워내는 정성에 있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중독이 된다!

실비집 주꾸미, 푸짐하게 담아 손님들에게 착착 배달되는데요. 요 한 접시에 1만 2천 원입니다. 손님 3, 4명에, 주꾸미, 빈대떡, 수육까지 거하게 주문해도 3, 4만원이 넘지 않을 정도로 착한 가격인데요. 이만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쉽지 않으니… 저녁 7시가 되면 손님들로 꽉 찹니다. 이렇게 골목길에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요. "여기에 비라도 내리면, 골목길에 손님들이 빽빽합니다. 비가 오면 주꾸미가 당긴 다나~ 어쩐 다나~ 비 오면, 주꾸미가 없어서 못 팔아요!!!"

또, 실비 집에서 제공하는 요 대구탕이 별미인데요. 주꾸미를 시키면 곁들여져 나오는 대구탕. 고니가 듬뿍 들어가 매콤한 주꾸미와 함께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 맛을 보니, 매콤한 주꾸미가 훈제돼 고소한 맛을 내는 게… 중독을 불러일으킵니다. 중독이 예요~ 중독! 계속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연탄불에 이어, 매콤한 양념장도 맛을 내는데 한몫하고 있는데요. 그 양념장을 살짝 맛봤더니- 매콤, 새콤한 게 맛있습니다. 주인장은 "다른 건 안 들어가고, 진짜 국산 고춧가루에 양파와 마늘, 물엿 등등 기본만 넣고, 직접 만들어요. 맛을 내는 데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적당한 비율로 배합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를 잇는 맛 '뚱보집'

실비집과 나란히 붙어있는 뚱보집. 실비집 못지않게 식당 안은 손님들로 들썩거립니다. 뚱보집은 주꾸미 굽는 과정부터 실비집과 좀 다른데요. 뚱보집은 처음에 양념해서 굽고, 나중에 손님이 주문하면 양념은 다시 바르지 않고 굽습니다. 접시에 담은 다음, 이 집 만의 특제소스를 발라 나가는데요. 뚱보집은 맏사위가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밤에 가게에 나와 연탄불 굽는 힘든 일을 전적으로 도맡아 합니다. 장모님 도와서 하다 보니, 이렇게 전적으로 맡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나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뚱보집 주꾸미를 맛보니, 실비 집과는 좀 다르게 살짝 진한 맛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비집은 대구탕이 나오지만, 이곳에서는 주꾸미와 함께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는 비지찌개가 나옵니다. 주꾸미 한 접시에 가격은 1만 원입니다.

뚱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30여 년 맛을 이어온 할머니가 아직도 든든하게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으셔서 다른 일은 못하시고, 양념장을 만드는 일만 하십니다. 나머지 일은 딸이랑, 사위, 아들이 도맡아 하는데요. 할머닌, 요즘 부쩍 건강이 안 좋아 사진 촬영하지 말라며… 한사코 만류하시는데, 묵자가 한 컷 촬영했습니다. ^^;;


'뚱보집'과 '실비집'의 또 다른 별미…

중앙동 주꾸미 골목에서는 공통으로 주꾸미 외에도 빈대떡과 수육을 판매합니다. 가게마다 만드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꾸미만큼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인데요. 지글지글~ 기름을 두른 번철에 노랑노랑 구워지는 빈대떡. 이곳을 찾는 분들은 주꾸미와 함께 세트 메뉴처럼 빈대떡을 주문하는데요. 막걸리 한잔하며, 곁들여 먹는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거나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 주꾸미 골목으로 나오세요~! 매콤한 주꾸미와 빈대떡에, 막걸리를 한잔하며, 인생도 좋고, 사랑도 좋고, 우정도 좋으니…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세요!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2-09-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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