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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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기 정서·신체 학대 또 다른 아픔·상처 만들 수 있어 신속·적절한 심리치료 꼭 필요

#사례

“아빠가 평소에는 괜찮은데, 술만 마시면 화를 내고, 엄마와 저를 때려요. 아빠가 언제 다시 때릴지 불안하고 걱정이 돼요. 아빠가 때리는 모습이 꿈에도 나타나 잠들기가 너무 무서워요. 아빠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나요.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을 거 같아 겁이 나요.”

“아빠가 화를 내거나 때릴 때, ○○이가 매우 무섭고 힘들었겠구나. 아빠가 언제 술을 마시고 들어올지 몰라, 내내 불안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말해줘서 고마워.”

“외상 사건을 경험하면 누구든 당황하거나 놀라고 좌절하거나 무력감을 경험할 수 있단다. ○○이가 경험하는 감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하나씩 말해줄 수 있겠니?”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만 4만6천여 건의 아동학대가 신고 됐습니다. 학대 가해자의 80% 이상은 부모였고, 학대 장소는 주로 가정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외상을 경험한 아동이 보이는 무력감과 불안감 증상에 대해 깊게 공감해주되, 외상 증상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청소년기에 겪은 정서·신체·성적 학대는 또 다른 아픔과 상처를 만들 수 있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심리적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아동은 반복적으로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거나, 고통스러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사건이 다시 재생되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건과 연관된 사람·장소·상황 등에만 노출되어도 높은 수준의 심리적 고통이 따를 수 있습니다. 특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같은 무력감과 외부 자극에 놀람 반응, 자기 파괴적 행동, 분노 폭발, 집중력 부족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경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라는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세심한 보호와 치료를 함께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되고 우울감,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결국에는 부적응적 행동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아동이 느끼는 불안감에 충분히 공감해주고 무력감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고 대처할 수 있을 만큼의 내적·심리적 자원을 끌어내는 과정 또한 필요합니다. 외상과 관련된 여러 증상은 심리치료 이후에도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공공 심리치료실 ‘따뜻한 공간 도담도담’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www.busan.go.kr)에서는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심리치료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리평가와 심리치료, 아동 스스로의 대처법, 도움 요청, 주변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 등 아동의 심리회복과 건전한 성장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공공 심리치료실 ‘따뜻한 공간 도담도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문 정신건강 임상심리사와 심리치료사 등이 ‘놀이·언어·미술·음악·모래놀이’ 등 10개의 치료실을 운영하며 심리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학대 피해 아동의 후유증 최소화와 함께 복합적인 심리 문제를 겪는 고난도 아동학대 사례에도 정신건강 임상심리사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피해 아동과 가족의 심리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신속한 심리평가를 통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의료기관의 진단 치료에 장기간 대기시간이 필요해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우선으로 심리평가 치료, 심리적 응급처치 프로그램 등 초기대응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 심층 치료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글·김가령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정신건강 임상심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