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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사람을 위한 경주

부산 출신 노동효 작가가 청년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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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문은 하늘 천(天), 땅 지(地)로 시작한다. `천지'로 붙여 읽으면 `세상'을 가리킨다. 그런데 천지로 세상을 일컫는 관습은 내륙(內陸)에서 시작되었나 보다. 지구를 이르기엔 하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다 말이다.
 섬도 아닌데 섬나라 꼴이 된 이 땅에서 벗어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바다 저편을 여행하며 한인 숙소나 한인 식당을 찾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온 젊은이를 만날 때가 종종 있었다. 이상하게도 부산 출신이 많았다. 유럽. 동남아. 남미에서도… 우리에게 `너머'를 부추긴 건 무엇이었을까?
 기찻길에서 놀던 기억이 있다. 열차가 사라지는 너머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범일동). 내려다보면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큰 배는 다른 나라도 오간다고 했다. 수평선 너머엔 어떤 사람이 살까? (용두산 공원). 무성한 갈대밭 속에 드러누운 채 날아가는 동체를 바라보곤 했다. 하늘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을숙도).
 항로, 해로, 철도에 이르기까지 하늘·바다·땅의 모든 교통수단이 오가는 도시가 부산이다. 이런 환경은 소년을 여행자로 만들었고, 이국에서 부산 출신 젊은이와의 만남이 잦은 이유도 비슷한 까닭 때문이리라.



 청년이 좋은 건
 처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
 1월(January)은
 야누스 신의 이름에서 왔다.
 앞뒤, 안팎,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자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간을 위한 경주'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새해 첫날이 되기를…



 객지에서 만난 청년들은 동향 선배에게 삶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곤 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배낭여행 온 대학생, 첫 출근을 앞둔 청년, 박사과정 대학원생, 이직을 고려중인 30대. 어릴 적 꿈꾸던 목표(대학 입학, 대기업 입사, 전문자격증 취득 등)를 이룬 이도, 이루지 못한 이도 고민이 있었다.

 "의대에 합격은 했지만 내 꿈도 아니었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슨 일을 하든 그저 그래요. 인생목표가 없어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기쁘지 않아요. 이웃에게 자랑하는 부모님만 기쁠 뿐이죠." 눈동자들 속엔 고민이 서려 있었지만 맑았다. 나는 그 눈동자들을 바라보며 이런 얘길 해주었다.

 "꿈. 장래희망. 되고 싶은 것. 그게 꼭 직업일 필요는 없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되는 건 어때? 전지현이나 송중기처럼 잘 생기고, 빌 게이츠처럼 부자고, 오프라 윈프리처럼 유명해지라는 게 아냐. 여기 세 사람이 앉아 있으면 `멋지다'의 기준이 모두 다를 거야. 내가 상상하는 `멋진 사람'과 네가 상상하는 `멋진 사람'부터 다를 테지. 너만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을 그린 후 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아 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을 위한 경주에선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어. 저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일류대 합격, 대기업 입사, 전문자격증 취득이 꿈이라면, 이룬 후의 삶은 시들해진다. 한국사회가 선망하는 직업군이 되어 목표를 이룬 이가 타락하는 몰골을 얼마나 자주 봤던가. 검사가 되었지만 향응을 제공받으며 타락해 간 자, 의사가 되었지만 비윤리적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자. 방송인이 되었지만, 교수가 되었지만… 장래희망이 직업이 아니라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으리라.


 연말에 만난 후배가 뜬금없이 말을 던졌다. "형은 목표가 있잖아. 돌아보니 내 인생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더라고." `남미 히피 로드' 출간 후 미디어와 나눈 인터뷰에서 `지구를 다 둘러본 후 화성으로 갈 거'라는 내 얘기를 읽다가 인생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봤다는 후배의 말이었다. 그는 `일단 10억 버는 걸 목표로 삼을 거'라며 돌아섰다. 10억을 번 후의 삶은 다시 시들해지거나 다른 목표를 찾아야겠지. 대부분의 경우 금액만 더 올릴 뿐이다. 20억, 30억, 더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서. 그러나 `가장 멋진 인간을 위한 경주'는 평생 끝나지 않는 경주다. 또한 65억 인류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청년이 좋은 건 처
음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 바다, 첫 여행, 첫 키스… 처음이 없을 때 삶이 시든다. 그래서 인간은 무한한 시간을 달로 나누고, 해로 나누었다. 오늘의 첫 커피, 이달의 첫 영화, 올해의 첫 동백. 모든 것이 `이미'가 된 듯 느껴지는 나이에도 시간에 단락을 나눠 `첫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여 새해, 첫 달을 맞이한 우리 모두가 청년이다.
 영어로 1월(January)은 야누스 신의 이름에서 왔다. 앞뒤, 안팎,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자. 어린시절 상상했던 멋진 사람은 어땠는지 떠올리며 가장 멋진 사람을 상상하는 시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간을 위한 경주'에서 방아쇠는 이 질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멋진 사람은 어떤 모습입니까?


  노동효/ 여행작가



30-1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영국 유학 중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보로 영국에서 한국까지 여행하면서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지금까지 뜨겁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전 세계 `친구'들을 길 위에서 만나고 있다. 지금까지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로드 페로몬' `남미 히피로드' 등 여러 권의 여행에세이를 냈고, 현재 한겨레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고 있다.



 

김영주 기사 입력 2020-01-13 다이내믹부산 제202001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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