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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7월호 통권 141호호 전체기사보기

느긋한 물길과 황금빛 노을 ‘강바람 낙조길’ 하얀 물보라 출렁이는 구름다리 ‘해안 절경길’

부산 나들이 -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 ②

내용

길이 음악이다. 옛 가요의 비릿한 정념이 강바람에 펄럭이는 포구.

나직이 흐르던 숲속바람이 바다를 만나자 경쾌한 재즈로 바뀐다. 

6월호에 소개한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의 ‘흙 내음 숲길’ 외에 남은 2개 코스인  

‘강바람 낙조길’(4-3구간)과 ‘해안 절경길’(2-2구간)을 걸어 본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이기대 해안산책로.

 

‘강바람 낙조길’은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만남의 광장-하단포구-낙동강 하굿둑-장림포구-아미산숲길-아미산전망대-고우니생태길-다대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갈맷길 4-3구간 약 9.5㎞ 길이다. ‘해안 절경길’은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동생말-어울마당-이기대 자연공원-오륙도스카이워크까지의 갈맷길 2-2구간 7㎞ 길이다. 

 

갈맷길 해피트레킹투어는 부산관광공사가 부산 갈맷길을 길잡이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bto.or.kr)나 갈맷길 700리 홈페이지(gobusan.kr)에서 투어예약을 할 수 있으며, 참가비를 내면 식사와 기념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사하구 ‘노을나루길’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의 낙조. 바다를 향한 하구의 아득함과 황금빛 하늘의 조우가 일품이다. 

▲사하구 ‘노을나루길’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의 낙조. 바다를 향한 하구의 아득함과 황금빛 하늘의 조우가 일품이다.

 

낙동강 포구 따라 걷는 길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만남의 광장을 출발해 괴정천 수문을 지나면 ‘하단포구’다. 갯내음이 코끝에 닿는다. 바쁠 것 없이 느긋한 강, 그 위에 7월의 햇살이 치어 떼처럼 헤엄친다. 괴정천에서는 원래 ‘웅어’가 잘 잡히는데, 웅어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갈대숲에 사는 바닷고기다. 뼈째 먹을 수 있으며 씹히는 맛이 독특하고 고소해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귀한 생선이다. 전국에서 하단포의 웅어를 제일로 친다. 하단포구에서는 매년 5월 말에 ‘웅어 축제’를 연다.

 

활달한 바닷바람이 장림포구로 안내한다. 시원하게 뻗은 강변로 아래에는 낚시꾼들이 일상의 여백을 낚고 있다. 을숙도 대교를 지나면 낙동강 하굿둑이 나오고 길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강변환경공원’으로 이어진다. ‘무궁화공원’으로 조성될 자리에는 어린 무궁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을숙도대교 교각에 그려진 탐스런 무궁화 꽃송이가 시선을 붙든다. 다음 길은 ‘노을나루길’이다. 이 길은 700리를 돌아 온 낙동강 강물이 몸을 푸는 곳이다. 석양이 질 때면 바다를 향한 하구의 아득함과 황금빛 하늘의 조우가 일품이다. 

 

강변의 짙푸른 녹음 아래 군데군데 놓인 벤치가 넉넉하다. 시민들을 위한 쾌적한 휴식공간이 돋보인다. 장림포구에 묶인 소형어선들은 올망졸망 사이좋은 형제처럼 정답다. 물결의 일렁임에 몸을 맡겼다. 무욕의 시간이다. 각종 예술조형물이 길을 걷는 재미를 더해 준다. 강 건너 알록달록한 뾰족지붕들이 보인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연상시킨다. 어묵특화구역인 장림포구의 야심작 ‘맛술촌’이란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어묵꼬치로 소주 한잔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부담 없는 공간이다. 예전 어묵공장의 번성을 다시 꿈꾸는 장림포구는 생동감으로 출렁인다. 

 

‘아미산전망대’로 오르는 숲길. 

▲‘아미산전망대’로 오르는 숲길.


낙조 명소 ‘아미산전망대·노을나루길’


초록이 절정이다. 아미산 숲속에는 나무 그늘을 헤집고 다니는 햇빛 조각들로 눈부시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응봉봉수대’로 가는 1.8㎞에 가까운 숲길엔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시야가 확 뚫린 봉수대 전망대에 선다. 저~ 멀리 명지, 부산신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갈맷길 스탬프를 찍고 다시 출발~ 

 

멀리 거제도와 가덕도를 조망할 수 있는 ‘아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고품격이다. 다대포의 운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모래톱이 묘한 신비감을 주는데, 이름 또한 맹금류의 형상인 ‘맹금머리등’, 도요새가 산다고 ‘도요등’, 백합조개가 많이 잡힌다는 ‘백합등’, 진우도, 신자도, 장자도 등 특별하다. 전망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무지개 공단’이 있다. ‘홍티포구’매립지에 들어선 공장들이다.

 

낙동강 하구에는 원래 4개(하단포구, 장림포구, 보덕포구, 홍티포구)의 포구가 있다. 이름만 겨우 유지하는 ‘보덕포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3곳은 실제로 포구의 기능이 살아있다. 무지개 ‘홍(虹)’에 언덕 ‘치(峙)’를 써서 무지개 언덕이란 뜻의 ‘홍티’에서는 낙동강 하구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홍티마을’에는 아직도 소박한 어촌의 정취를 엿볼 수 있는 오래된 집이 몇몇 남아있다. 낡음이 주는 위로다. ‘홍티포구’에서 ‘홍티예술촌’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아미산 ‘노을나루길’은 조금씩 붉은 기운이 감돈다. 다대포해수욕장이 환상적인 시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작은 모래구릉 같은 다대포해안은 이국적이다.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고우니 생태길’, 석양에 흠뻑 취한 ‘노을정’, 인공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해솔길’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커다랗고 붉은 저녁 해가 바다로 철렁 빠진다. 혼이 쑥 빠지는 느낌이다. 과연 이 황홀한 장엄을 누가 연주할 수 있을까.

 

이기대 산책로에는 계곡과 계곡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있다. 

▲이기대 산책로에는 계곡과 계곡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있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따라 걷는 길


‘해안 절경길’은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에서 시작한다. 용호부두에는 강태공의 낚시 줄이 우아한 포물선을 그린다. 벌써 딴 세상이다.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에서 출발, 동생말-구름다리-해녀막사-어울마당-치마바위-밭새골-산태골-오륙도해맞이공원-오륙도스카이워크까지 구름다리를 건너며 가파른 몇 개의 해안 고갯길을 넘어간다.

 

동생말전망대에 서자 푸른 이기대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얀 물보라를 토해내며 바다를 가르는 요트가 쓸데없는 잡념을 선명하게 잘라낸다. 황령산, 금련산, 장산, 광안대교와 해운대해수욕장까지 시야가 뻥~ 뚫렸다. 바다 건너 해운대의 마천루가 현대건축의 위용을 자랑한다. ‘동생말’은 동산의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눈동자 ‘동(瞳)’을 써서 이곳의 지형이 ‘용의 눈동자’를 닮았다는 뜻도 있다. 

 

‘동생말’을 떠나면 ‘해안길 구름다리’가 기다린다. 아슬아슬. 출렁출렁. 삐걱삐걱. 스릴만점이다. 계곡과 계곡을 연결하는 이기대 구름다리는 총 5개가 있다. 용호동의 해안 최고봉은 ‘장자산’이다. 첫 번째 구름다리에서 위쪽을 쳐다보면 ‘백련사’가 보인다. 해발 225m의 봉우리에 위치한 백련사는 두 명의 기생이 술 취한 왜장을 안고 뛰어 내렸다는 ‘이기대’의 전설을 증명한다. ‘각시당’이라는 작은 동굴의 이야기가 그렇다. ‘백련사’를 갈 때는 이기대 순환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절은 이기대성당 옆길 맨 끝에 있다. 흙길이라서 밟는 느낌이 좋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해식동굴·구리광산·돌개구멍 … 지질학적 의미 큰 ‘이기대’


산책로를 걷다보면 옆구리처럼 쑥 들어간 지점이 나온다. 이기대 ‘해식동굴’이다. 이기대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태종대’, ‘오륙도’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해식동굴은 동굴의 길이가 10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지각이 융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한 학술자료다. 바다에 잠긴 절벽의 약한 틈을 오랜 시간에 걸쳐 파도가 깎아 만든 동굴인 셈이다. 바다에 잠겼던 땅이 불쑥 솟아오르며 지표면에 드러난 것이라니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체험 학습장이 어디 있을까. 동굴에서 조금만 더 가면 거북 형상을 한 넓은 바위에 ‘해녀막사’가 있다. 해녀들이 어구와 잠수복 등을 보관하고, 물질에 들어가기 전 입수 준비를 하는 곳이다. 겨울에는 불을 피워 잠깐 몸을 녹인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팔기도 한다. 

 

조약돌을 박아 만든 지압보도를 지나면 한때 ‘구리 광산’이었다는 안내판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질 좋은 구리를 가져가기 위해 만든 갱도다. 구리광산 근처에는 공룡발자국 같이 생긴 ‘돌개구멍’이 흩어져 있는데, 이는 바위의 무른 부분이 모래나 자갈에 패여 생긴 자연 형상이다. 돌개구멍 안을 들여다보면 바닷물이 빠지고 소금이 남아 하얀 보석알갱이 같이 반짝거린다. 근처 전망대에는 ‘최계락 시인’의 시비가 감성의 바다를 지키고 있다. 오르막인 나무 울타리를 따라 가다보면, 이기대 최고의 절경인 열두 폭 비단 치마를 펼친 듯한 ‘치마바위’가 나온다. 특히 ‘치마바위’는 낚시꾼들이 선호하는 낚시 포인트다. 감성돔·숭어·고등어 등의 손맛을 볼 수 있다. 치마바위에서 ‘밭골새’ 이정표를 지나 임도 쪽으로 나가면 ‘큰 고개 쉼터’가 나온다. 여기에서 해마다 ‘이기대 반딧불이 축제’가 열린다. 천연기념물이며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6~7월 번데기에서 성충이 돼 어둠속에서 반짝인다. 대부분의 성충은 배 끝에 자체적 발광부위가 있어 짝을 찾을 때 빛을 발한다. 

  

아찔한 ‘오륙도스카이워크’ … ‘해녀촌’ 싱싱한 해산물 


‘농바위’의 모양은 신기하고 아슬아슬하다. 마치 공깃돌을 포개놓은 것도 같고, 부처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 같기도 하다. 인간의 재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어울 마당’에 도착했다. 위쪽에는 나그네의 갈증을 씻어주는 매점이 있고, 앞바다에는 영화 ‘해운대’ 촬영지 안내판이 서있다. 

 

마지막 고개를 숨차게 올라가 정상에 서면 ‘해맞이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오륙도가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펼친다. 비탈에는 노란 금계국이 쏟아질 듯 피어있고, 조붓한 사잇길이 서로 꿈처럼 얽혀있다. 7월부터는 연보랏빛과 흰색의 해국이 지천으로 핀다.

 

꽃댕강 나무, 각시붓꽃, 구슬봉이, 멱쇠채, 모래지치, 솜나물, 반디지치, 갯장구채 등 해안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종착지인 ‘오륙도스카이워크’가 저만치 보인다. ‘오륙도스카이워크’에 올라서니 기암괴석들이 팡파르처럼 하얀 거품을 마구 터뜨린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방울을 훔쳐간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이 몰려온다.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차례대로 환영의 손짓을 하는 듯하다. ‘오륙도스카이워크’ 광장 아래로 내려가면 ‘해녀촌’이 나온다. 해녀들이 물질해 온 군소, 전복, 해삼,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한다. 오도독 바다향이 씹히는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해안 절경길’ 트레킹의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다.

 

길은 때론 자유로움으로 때론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긁어 대는 다양한 음감을 감상하며 걸었던 길. 구석구석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짙푸른 계절에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닮은 길은 감동을 준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06-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7월호 통권 141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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