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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명당, 부산 계곡 … 범어사·대천천·장산 계곡

[부산이야기]시원한 바람·맑은 물소리… 삼복더위 물렀거라!

내용

예부터 ‘지자요수(知者樂水)’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습니다. 무릇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선계(仙界)로 가려면 복숭아꽃 흐드러진 계곡을 거쳐야만 무릉도원에 이른다고도 했습니다.

이렇듯 옛 선인들의 말을 빌리면, 계곡은 선계의 출입구쯤 되지 않을까요? ‘산과 물’을 다 품고 있는데다가 무릉도원의 입구라면, ‘지자와 인자’ 모두가 서로 그윽해지는 최고의 자연 속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계곡, 특히 여름철이면 물놀이 피서객부터 자연을 벗 삼아 ‘탁족(濯足)’을 즐기려는 한량들에 이르기까지, 사람 빼꼭한 계곡엔 더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부산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계곡이 여러 곳 있는데,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과 장산 등이 품고 있는 계곡들이 그곳입니다. 여름을 맞아 부산의 유명 계곡을 소개합니다.

[부산이야기]시원한 바람·맑은 물소리… 삼복더위 물렀거라!

금정산 계곡.

부산의 진산 금정산 품은 범어사 계곡

범어사 산문으로 향하니, 갑자기 계곡의 물소리가 속가의 나그네 앞을 턱하니 가로막습니다. 도량으로 들기 전 속세의 보따리를 잠시 내놓으랍니다.

“하! 법석(法席)에서 흘러나온 그 물소리 한번 과연 시원타. 참으로 장쾌하다.”

의상대사가 법장(法杖)으로 화엄의 땅을 쿵 치며 산문을 개산(開山)한 후, 하늘의 금 물고기(梵魚) 이름으로 법문을 열었던 곳, 범어사. 천왕문 옆의 늙은 소나무가 노스님처럼 끄덕끄덕 법단을 내려다보며 졸고 있고, 그 옆 살구나무는 노랗게 익은 살구를 염주마냥 조랑조랑 매달고 있습니다. 박새 한 마리, 그 나무 한 쪽 작은 가지 끝을 빌려 한창 염불 중 입니다.

계명봉 쪽으로 흰 구름 여유롭게 흘러가고, 큰 나무 사이로 바람이 둥지를 틀고 솨솨솨~ 파도소리를 냅니다. 안양암, 대성암으로 향하며 범어천과 만납니다. 주위 숲이 온통 파란 이끼를 머금고 물소리를 냅니다. 모든 길은 계곡 물소리로 죄다 끊기기도 하고, 열리기도 합니다.

대성암에 이르자 물소리는 성난 바다의 포효처럼, 하늘의 천둥처럼, 으르렁거리며 모든 것 삼킬 듯 달려듭니다. 숲은 하늘을 덮고 물길은 너덜사이를 부술 듯이 흘러갑니다. 그 물 소리 얼마나 명쾌하면 ‘금정 8경’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금정산 범어사 계곡.

‘돌바다(암괴류)’ 너덜을 밟고 계곡을 올랐습니다. 물길은 더욱 급박해지고 물소리도 더욱 거칠어집니다. 대성암 담사이로 물길은 휘돌아 여울과 작은 폭포를 이루고, 너덜과 너덜 사이로 여러 갈래의 물길이 흐릅니다. 돌계단은 끝없이 북문 쪽으로 오르고 금강암 다리 위에서 보는 너덜겅은 금샘(金井)으로 오르는 만어들 같습니다. 하늘을 담고 있는 ‘금샘’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들. 수행하는 자리로 물길 거슬러 오르는 범어가, 수미단을 오르듯 금정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물의 풍경. 그 풍경 속에는, 피라미의 몸짓까지 제 품으로 흘러듭니다. 물속에 비친 햇살 또한 한동안 물과 함께 흐르다, 피라미 비늘 위에 앉아 ‘반짝’ 빛을 발합니다. 때죽나무, 굴참나무, 단풍나무, 굵직굵직한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물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사람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범어사 경내로 들어갑니다. 층층나무, 피나무가 한가로이 서있습니다. 가람이 편안하고 적요합니다. 살구나무 아래 서 있자니 바람이 지납니다. 그리고는 잘 익은 살구 몇 개가, 바람이 지난 길 따라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고 있습니다.
 

맑은 물, 깊은 계곡 화명동 대천천

산성마을에서 화명동 쪽 산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굽이굽이 깊은 계곡 따라 물길이 나고, 계곡 사이로 물소리 낭자합니다. 화명수목원에 이르자 금정산에서 발원한 두 물길이 더해지며 큰 물줄기를 이룹니다. 대천천이 시작되는 곳, 이곳서부터 대천천은 계곡을 따라 물길을 내고 큰 내를 이루며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대천천.

대천천 애기소(沼)로 향합니다. 금정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이루며 큰 웅덩이를 만든 곳, 애기소. 아기가 빠져죽어 ‘애기소’라 불릴 정도로, 한때는 한 가운데 수심이 어른 키의 세 꼭지나 될 만큼 넓고 깊었다고 전해집니다.

‘애기소’ 물 쏟아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엇이 급한지 물길은 바삐 흐르고, 물살은 급류를 이루며 바위를 사정없이 때립니다. 열 굽이 스무 굽이 폭포를 이루며 우렁우렁 우레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수심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퍼런 색. 하얀 포말은 속을 다 드러내며 통곡하듯 부서집니다. 그렇게 계곡물은 스스로 제 몸을 뒤집으며 차가워집니다.

이렇듯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이 넓어 다이내믹한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물놀이를 즐깁니다. 다양한 포즈로 다이빙도 하고 갖은 영법으로 자신의 수영실력을 자랑하기도. 몇몇은 수박을 잘라 나누어 먹고, 한 곳에는 햇빛 아래 일광욕을 즐깁니다.

대천천 하류 모습.

대천천 하류. 휴일이라 그런지 대천천에는 수많은 물놀이객이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북구가 대천천을 자연생태하천으로 조성하면서, 주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잘 갖추어 놓은 것. 천변으로 억새풀이 수풀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고, 하천을 가로지르며 건널 수 있게 징검다리도 몇 개 만들어 놓았습니다. 대천천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강아지도 주인 따라 졸랑졸랑 뒤따르고, 참새 떼도 포로롱 포로롱 날아다닙니다.

대천천 물길 위로 햇살 한 줄기가 비춥니다. 금정산 푸른 숲 사이로 물길을 내던 물소리 위에도 비춥니다. 선계의 물처럼 영롱하고 깨끗합니다. 차라리 서늘한 기운마저 감돕니다.
 

도심 속 피서 명당 해운대 장산계곡

해운대 신도시, 대천공원에서 장산 대천계곡을 거슬러 오릅니다. 자연과 인간의 친화적인 공원, 대천공원. 산책로로 조성된 대천호수에는 잉어, 금붕어 등이 여유롭게 유영을 하고, 호수가로는 금계국, 개망초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춘천으로 이어집니다.

대천호수로 유입되는 물길을 거슬러 장산계곡으로 오릅니다.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부모는 그 옆에서 아이를 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발을 담그고 땀을 식히는 노부부와 산을 내려와 잠시 피곤한 발을 쉬게 하는 등산객 … 계곡은 그 모두를 품습니다.

장산계곡.

여름이라 물소리 장쾌하고, 찌는 더위 한풀 꺾여 바람의 손길마저 부드럽고 청량합니다. 물길의 유속이 급박하고 물돌이가 많아,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자연의 모든 소리가 물소리로 쏟아져 들어와, 세상사 모든 이야기를 수런거리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24시간을 끊임없이 제 갈 길로 흐르며 가는 겁니다.

그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지고 온 막걸리 한 사발 기울여 봅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물소리는 곡차 한 잔을 부르고, 곡차는 사람 가슴을 열어 ‘산중정담’을 불러옵니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밀려옵니다. 아~ 좋고도 좋다.

모든 허울 벗어젖힌 채 너럭바위에 몸을 누입니다. 몸도 쉬고, 마음도 잠시 내려놓는 시간. 수풀 사이로 햇살 한 줌 비치고, 하루 종일 자지러지는 매미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힙니다. 은은한 나무향기와 계곡 물소리가 아련합니다.

잠결에 직박구리가 시끄럽게 우지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 한 자락 물빛에 튑니다. 흐르는 물 따라 희로애락도 덧없이 흘러갑니다. 무념무상의 시간, 닫혔던 귀가 비로소 환히 열립니다.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

작성자
글 최원준 시인/사진 문진우
작성일자
2013-07-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8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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