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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울창한 숲…풍경, 이야기가 되다

함께 걷는 부산 길 ⑩ 태종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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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태종대 해안 절경. 사진·visit busan


태종대는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해운대, 남포동과 더불어 필수 여행코스로 꼽힌다. 기암괴석·푸른 바다·숲이 어우러진 절경과 망부석·신선바위·모자상 등 곳곳에 얽힌 전설이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태종대는 다른 명승지에 비해 부산사람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부산사람보다 외지 방문객이 더 많은 곳. 가깝지만 먼 태종대를 걸어본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해설·김태균 부산시설공단 과장


왕들이 찾던 곳 … 군사 요지에서 공원으로
태종대(太宗臺)라는 명칭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신라시대 태종무열왕이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힌 곳을 태종대라 불렀다는 전설이다. 또 하나는 조선시대 큰 가뭄이 들어 태종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더니 비가 내려 태종대라고 이름했다는 설이다. 신라시대 태종무열왕이든, 조선시대 태종이든 태종대가 왕들이 먼 곳에서 찾았을 정도로 범상치 않았던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태종대는 아름다운 경치만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 초까지 군 요새가 되어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1967년 유원지로 지정된 이후에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으며,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7호, 2013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진시황 불로초 전설 품은 황칠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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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숲은 바닥부터 위까지 층층이 다양한 식생이 공존한다(우거진 숲을 산책하는 시민들).


태종대 입구 다누비열차 정류장에서 오늘의 길잡이 김태균 부산시설공단 과장을 만났다. 김 과장은 문화관광해설사들도 한 수 접는다는 태종대 전문가이다. 그는 잘 정비된 순환도로 대신 입구 광장 왼편에 자리한 산길로 우리를 이끌었다. 이름하여 `황칠나무 숲길'이다.
"태종대는 해안가 풍경도 아름답지만, 식생이 잘 보존된 생태 보고입니다. 이 생태탐방로를 보지 않으면 태종대의 겉만 보고 가는 것이지요."
숲길은 초입부터 천연의 자연으로 돌아온 듯 풍성하다. 황칠나무는 경남·전남·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나무 표면에 상처를 내면 황색 진액이 나오는데, 예부터 이 진액을 황색도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황칠나무 전설은 멀리 중국 진시황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최초로 통일을 이뤄낸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꾼다. 이때 서복이라는 사람이 불로초를 찾겠다고 자청해 배를 타고 동쪽 삼신산을 찾아 떠난다. 서복이 찾은 삼신산이 부산의 백양산, 천마산, 봉래산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제주도에서 마침내 불로초를 찾으니, 바로 황칠나무이다.
황칠나무는 실제로도 `병을 낫게 하는 나무', `산삼나무' 등으로 불릴 정도로 항균, 항암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진시황도 얻지 못한 불로초, 황칠나무가 가득한 숲을 거닐고 있자니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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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숲을 걷는 시민들.

황칠나무숲은 바닥부터 위까지 층층이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 `말오줌때나무', 선녀들이 따먹던 과일이라는 `천선과나무', 도토리가 열리는 `졸참나무' 등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늦은 밤이면 반딧불이를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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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사 수국. 매년 6월 말∼7월 초 수국축제가 펼쳐진다. 사진·비짓부산


황칠나무숲은 태종사까지 이어진다. 태종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최대의 수국 군락지로 30여 종 5천여 그루의 수국이 있다. 매년 6월 말∼7월 수국이 만개할 즈음이면 천상과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이미 져버린 수국을 바라보며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한다.


부산 최초 유인등대, 영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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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초의 유인등대인 영도등대. 사진·비짓부산


태종사부터 잘 정비된 해안순환도로로 나왔다. 김 과장의 태종대 생태 자랑은 여기서도 끊이지 않는다.
"태종대는 원래도 경치가 빼어났지만, 1980년대 초 조경공사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계절을 안배해 나무를 심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요."
목련·개나리·벚꽃·철쭉·배롱나무·동백나무 등 갖가지 나무의 이름 맞추기를 하며 걷다 보면 영도등대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영도등대는 대한제국시기인 1906년 설치한 부산 최초의 유인등대이다. 당시에는 목도등대로 불렸으며, 1948년 절영도등대로 개명했다가 1974년 영도등대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04년부터는 자연사박물관, 갤러리 등을 갖춘 해양문화공간으로 변신해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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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초기 모습을 간직한 영도 등대 외벽 모습.

등대 전망대 왼편으로는 태종대가 자랑하는 기암괴석 절벽이다. 부산은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았는지 곳곳에 신선이 놀고 간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 회동수원지 오륜대에 이어 태종대에도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신선바위'가 있다. 신선바위 옆 편편한 암반 위에 키 큰 바위는 `망부석'이라 불린다. 고려시대 왜구에 잡혀간 남편을 기다리다 굳어서 돌이 된 부인이란다.
등대 전망대 맞은편으로는 누가 봐도 주전자 모양인 아주 친절한 섬, `주전자섬'이다. 사실 주전자섬의 진짜 이름은 `생도(生島)'. 물결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생도는 우리나라의 영해기점 중 하나인 중요한 섬이다. 생도에서 3해리(약 5.56㎞)까지의 바다가 우리나라 영해에 속한다. 생도 주변은 사시사철 고기가 잘 잡혀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다. 마침 낚시꾼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배가 섬을 천천히 돌아 나온다. 풍어라고 쓰인 이름과 크게 울려 퍼지는 노랫가락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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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들이 놀고 갔다는 신선바위와 망부석. 사진제공·비짓부산


상심한 마음 위로하는 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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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막기 위해 설치한 모자상.


등대전망대에서 올라와 다시 순환도로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만날 곳은 모자상으로 유명한 태종대 전망대이다. 전망대가 자리한 곳은 한때 세상에 상심해 뛰어내리는 이들이 많아 `자살바위'라고 불렸다. 가지런한 신발이 놓여있으면 누군가 뛰어내렸다고 생각하고 수색을 했다고 한다. `자살바위' 앞 매점주인이 신발을 빨아 말려놓은 모습을 보고 또 누가 세상을 저버린 줄 알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976년 자살바위 앞에 모자상을 건립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삶의 희망을 품게 하기 위해서이다. 놀랍게도 모자상이 들어선 이후 자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모자상은 전망대가 세워진 이후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을 위로한다.

`자살바위' 전설은 순환로 끝에 자리한 `구명사(救命寺)'와도 이어진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자살바위 앞에 작은 암자가 들어섰으니 바로 구명사의 전신이다. 구명사는 이후 1969년 군 해안 작전도로를 개설하다 숨진 공병단 장병 4명을 봉안하기 위해 군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사찰을 지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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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업개척비.


태종대에는 구명사 외에도 6·25전쟁 당시 북한으로 침투해 특수전을 전개한 군인들을 위한 `영도 유격부대 전격지비', 한국수산개발공사 소속 남해호에 승선했다가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잃은 선원들을 위로하는 `원양어업 개척비', 앞서 소개한 육군 공병단들을 위한 `순직 장병 추모비' 등이 있다. 역사와 발전의 과정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세상을 떠난 이들은 태종대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조용히 휴식 중이다.


영화 장면 같은 풍경 남항 조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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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항 조망지에서 바라본 묘박지.


다음은 태종대 최고의 포토존으로 손꼽히는 남항 조망지를 찾을 차례이다. 남항 조망지는 부산 남항과 송도 일원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체 체조라도 하듯 대열을 갖춘 배들의 모습이다. 알고 보니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란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차장처럼 바다에 구획이 정해져 있으며, 배 크기에 따라 사용하는 곳도 다르다. 묘박지의 풍경은 해가 진 후 더 멋있다. 남항과 송도, 배들이 뿜어내는 조명이 서로 어우러져 이색적인 야경을 만들어 낸다.
남항 조망지를 지나 김 과장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하이라이트라고 자랑하는 태원 바다조망지로 향했다. 영화 `명량'의 후속작 `한산'의 일부 장면을 태종대 앞바다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호사를 누리며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눈앞에서 한산대첩이 펼쳐지는 듯 생생하다.
태원 바다조망지 아래쪽은 그 유명한 태원자갈마당이다. 이곳 해안가는 모래가 아닌 작은 돌들로 이뤄졌는데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자박자박 노래하듯 소리를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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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 바다 조망지. 태원 앞바다에서 영화 `한산'의 일부 장면을 촬영했다.


태종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다누비열차 승강장까지 돌아왔다. 태종대는 어쩌면 베르사유를 찾지 않는 파리사람들과 굳이 경복궁을 가지 않는 서울사람들처럼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멀어진 그런 `관광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지 사람들만을 위한 `관광지'로 남겨 놓기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끝없이 쏟아지는 이야기가 너무 달콤하고 아쉽다.


길이 끝나는 지점. 김 과장은 빨갛고 노랗게 단풍이 곱게 물들 때쯤 다시 찾으라 인사했다. 고운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갈 무렵, 그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많은 부산사람이 태종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다누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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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을 조금 줄이고 태종대의 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다누비열차를 추천한다. 다누비열차는 태종대 순환도로를 따라 태종사, 영도등대, 전망대 등 주요 코스를 운행한다. 운행 시간은 오전 9시20분∼오후 5시30분이며, 하산 전용은 오후 6시30분까지 운행한다. 이용 요금은 어른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어린이 1천500원이다. 우천 등 기상악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일 경우 운행을 중지한다.


야간 차량 개방
오후 6시∼11시 차량 입장을 허용한다. 입장료는 차량 1대당 2천 원. 승용차 또는 미니버스까지 입장할 수 있다.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10시이며, 11시까지 출차해야 한다.


다음 달 `함께 걷는 부산 길'은 10월 14일 동래 역사 탐험을 할 예정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다이내믹부산 편집부(051-888-1291∼8) 또는 이메일(naeun11@korea.kr)로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께는 개별로 연락드립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0-09-29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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