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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9호 기획연재

맨발로 꾹꾹 눌러 만나는 황톳길의 즐거움, 이 길 걷는 그대 바로 신선이어라

함께 걷는 부산 길 ⑨회동수원지 생태탐방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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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의 상수원 중 하나인 회동수원지 주변에는 맨발 황톳길, 편백림 산책로, 습지 관찰 데크로드 등이 있다.

(사진은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


부산은 도심에서 조금만 가도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걸을만한 숲이 있고, 계곡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회동수원지도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에서 버스로 10분 정도면 도착한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지만, 부산사람 중에서도 모르는 이가 더 많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지루한 `코로나 일상'의 시대, 지친 시민들에게 보드라운 황톳길과 녹색 숲과 힐링이 있는 숨은 명소 '회동수원지 생태탐방로'를 소개한다.

글·하나은 / 사진·권성훈
해설·하해천 금정구 문화관광 해설사


도시철도 장전역에서 10분, 부산시민 식수원 '회동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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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포토존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시민들


부산에서 '수원지'라고 하면 대부분 성지곡수원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금정구의 푸른산 어딘가에 부산의 또 다른 수원지인 '회동수원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동수원지는 금정구 회동동, 선동, 오륜동 등 5개 동에 인접한 도심 속 산중에 자리한 부산시민의 상수원지이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부터 건설을 시작해 1967년 완공했다. 총넓이는 2.17㎢ 저수량은 1천850만 톤, 호수 둘레는 20㎞에 이른다. 용수공급을 중단한 성지곡수원지와 달리, 금정구와 해운대구 일대에는 아직 회동수원지의 물을 공급한다. 회동수원지 주변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오랫동안 시민들의 접근이 금지됐으며 지난 2010년이 되어서야 개방됐다.


금정구는 지난 2013년부터 회동수원지 주변에 맨발 황톳길, 편백림 산책로, 습지 관찰 데크로드 등을 조성했다. 올 6월에는 오륜동 땅뫼산 황톳길부터 부엉산 전망대에 이르는 2㎞ 구간의 생태탐방로를 완공해 더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와 부산관광공사가 이 일대를 부산을 대표하는 힐링 비대면 관광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도심 속 무릉도원, 신선이 되어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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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대는 풍경이 빼어나 다섯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갔다는 전설이 있다. 벽화에 그려진 네 신선 외에 나머지 한 신선은 오륜대를 걷는 모든 시민이다.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4번 출구 앞에서 오륜본동행 금정구 5번 마을버스를 타면 생태탐방로 입구에 바로 도착한다. 배차 시간은 25분, 한 대를 놓치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부랴부랴 버스에 오르고 보니 탑승객들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다. 모자, 선글라스, 등산복, 토시…. 단단히 무장한 나들이 복장을 보아하니 회동수원지 생태탐방로 방향으로 가는 버스임이 틀림없다.

꼬불꼬불한 길을 10분 남짓 달려 버스는 시골 마을 같은 작은 정류장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첫 목적지인 땅뫼산 황톳길 입구까지는 약 3분. 짧은 거리지만 걷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곳곳에 그려놓은 벽화가 재미있다. 가만 보니 '오륜대'의 전설을 담은 벽화다.


오륜대는 원래 부엉산 아래쪽 커다란 바위를 일컫지만, 최근에는 넓은 의미로 지금의 회동수원지 일원 전체를 가리킨다. '오륜대(五倫臺)'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하늘에서 다섯 신선이 내려와 지팡이를 꽂고 놀았다는 전설이다. 또 하나는 옛날 이 일대 마을에 오륜(유교의 삼강오륜 중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 살았다 하여 '오륜대'라고 부른다는 설이다.
벽화는 신선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이한 것은 다섯 신선이 내려왔다고 했는데 벽화에는 네 신선만 있는 점이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다섯 신선이 내려왔는데 벽화에는 왜 네 신선밖에 없나요?"
예리한 질문에 오늘의 길잡이를 맡은 하해천 금정구 문화관광해설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길을 걷는 여러분이 바로 다섯 신선 중 나머지 한 신선입니다!"
자세히 보니 벽화 중간을 포토존으로 비워놓았다. 기막힌 스토리텔링에 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이제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을 거닐 시간이다.


고생한 발에 주는 힐링시간, 맨발 황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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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


땅뫼산 황톳길은 약 1㎞ 정도에 달한다. 고운 황토로 길을 정비하고 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을 마련해 맨발로 걸으며 황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사가 없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신발에 조이고, 햇볕에 타고, 온갖 고난을 받은 부끄러운 발을 꺼내 조심스레 한 걸음 내디뎠다. 까칠하고 뜨거울 것이라는 상상과 달리 땅은 서늘하고 보드라운 감촉으로 다가온다. 오른편에는 찰랑찰랑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호수, 왼편으로는 길게 잎과 가지를 드리워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들, 눈앞으로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황톳길이 길게 이어진다. 황토의 효능일까. 걷는 것만으로도 왠지 유쾌해진다. 걸을수록 길이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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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중간에 자리한 의자나 정자에는 도시락을 싸 와 소풍을 즐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숲 밖은 폭염경보가 이어지지만, 이곳은 숲이 내어주는 그늘과 바람 덕분에 그야말로 에어컨이 부럽지 않다. 걷는 이들을 신선으로 만들었던 벽화처럼 길 중간중간에서 숨은그림찾기처럼 만나는 풍뎅이, 잠자리 등의 장식과 셀카를 찍기에 최적화된 포토존도 걷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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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먼지를 한꺼번에 씻어내는 황톳길 세족장.


세상만사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했던가. 학창시절 600m 달리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요원했지만 황톳길의 1㎞는 꿈처럼 금세 끝난다. 마음 같아서는 이 길만 몇 번 왕복하고 싶지만, 오늘은 회동수원지의 멋을 더 둘러봐야 한다. 길 끝에 자리한 세족장에서 시원하게 발을 씻고 처음 길을 나선 듯 가뿐한 마음으로 다음 여정으로 향했다.


높은 오르막길 뒤에 만나는 선물, 오륜대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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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대나무숲길.


이번엔 힐링 대나무숲을 만날 차례이다. 나무데크로 만든 호수 가장자리 길을 지나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곧게 뻗은 대나무가 인상적인 숲이다. 드라마 '더 킹:영원한 군주'에서와 같이 저 너머로 또 다른 평행세상이 나타날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낭만적인 꿈은 곧 깨진다. 재미있지만 잔인한 '건강 더하기 뱃살 빼기' 조형물 덕분이다. 24인치부터 35인치 이상까지 나뉜 공간 사이로 슬쩍 지나가 봤다. 끼이는 뱃살이 야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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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길 안에 자리한 뱃살빼기 조형물.


자 그럼 이제 이 뱃살을 걷어내러 가 볼까? 여유롭게 걷던 대나무숲과 달리 어느새 오르막길이 시작됐다. 부엉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오르막길에 살짝 긴장되기 시작할 무렵 앞장서던 하 해설사가 길을 멈추고 가던 이들을 불러 세운다.

"지금부터 이 길을 오를 때는 나쁜 기억이나 생각은 뱉어내고, 행복하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말이지만 오르막길을 보고 이미 긴장하기 시작한 머리는 이내 안절부절못한다.
"그 정도로 오르기 어려운 길인가요? 얼마나 오르면 되나요?"
"오르막이 좀 있어서 그렇지 별로 어렵지 않아요. 10분이면 충분해요."
세상에는 알면서도 자꾸 속는 몇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중 하나가 등산길에서 '쉽다, 이제 다 왔다'라는 말이다. 10분이라는 말에 또 혹해 '그래 런닝머신 위를 죽도록 달린다고 생각하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여정을 이어갔다.


앞서 나온 황톳길과 대나무숲이 난이도 '1'이라면 부엉산 산길은 난이도 '4'쯤으로 훌쩍 뛴다. 학창 시절 600m 달리기 시간으로 돌아온 것같이 끝없는 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운동이 부족해진 탓이라며 저질 체력을 변명하고 일행을 먼저 올려보낸 뒤 결국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조용히 숨을 고르는 사이 지금까지 놓쳤던 바람이 잎사귀를 흔드는 소리, 매미가 우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의 소리'이다. 터질 것같이 두근거리던 가슴이 산이 내는 소리에 안정을 찾아갔다. 지금 포기하면 말짱 도루묵. 이제 다시 힘을 내어 정상으로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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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산에서 내려다본 회동수원지. 한반도 지도를 닮았다.


최근에 겪은 시간 중 가장 긴, 그러나 20분도 안 되는 시간을 지나 해발 175m 부엉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은 포기하지 않고 올라온 이들에게 오르는 내내 꼭꼭 숨겨두었던 회동수원지의 절경을 내어줬다. 한반도 지도를 닮은 굽이진 호수의 모습과 주위를 둘러싼 산의 모습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사방으로 금정산, 아홉산, 장산 등 부산의 아름다운 산이 다 보였다. 그 옛날 양반들은 이곳으로 유람와 시를 읊으며 즐겼을 것이다. 신선과 오륜대의 전설은 그렇게 탄생했을 것이다.


오륜대하취곤령(五倫坮下翠坤靈)
오륜대 솟아난 누리 정기 모인 곳
양곡류파만고청(兩谷琉波萬古淸)
두 골짝 어우러진 물 예나 제나 푸르구나
재도명암산일모(재到鳴巖山日暮)
울바우 가뭇한 산머리로 해는 저무는데
이성초적양삼성(耳醒樵笛兩三聲)
아련히 들려오는 초동들의 피리소리여
 

추파 오기영(1837∼1917) 장전구곡가(長田九曲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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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부엉산 정상.


추파 오기영의 시로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고픈 마음을 대신하고 이제 산을 내려갈 시간.약 15분 남짓 올라올 때 보다 더 가파른 길을 조심조심 한 걸음 한 걸음을 꾹꾹 눌러 옮기다 보니 어느새 반가운 종착지에 도착했다. 포장길의 시작과 함께 무릉도원을 벗어나 다시 속세로 들어간다. 걸어온 발자국 하나하나에 근심과 스트레스를 걷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장전역 출발 금정 5번 마을버스 시간표※ 배차 간격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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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다음 달 '함께 걷는 부산 길'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참여시민 없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10월부터 다시 시민참여 접수를 받습니다.(051-888-1298). 선정되신 분께는 개별로 연락드립니다.

회동수원지 탐험, 이렇게 즐기세요

■부산시티투어버스 역사 테마코스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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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티투어버스는 지난 7월부터 동래읍성(복천박물관), 회동수원지, 범어사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역사테마탐방코스 운행을 시작했다.
역사테마탐방코스 는 오전 10시 부산역을 출발해 동래읍성, 회동수원지, 범어사, 동래온천을 돌아 오후 5시10분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동래읍성에서 1시간10분, 회동수원지에서 1시간30분, 범어사와 동래온천에서 각각 1시간씩 자유시간을 준다. 정차 시간 동안 이용객들은 해설사와 함께하는 땅뫼산 황토숲 맨발걷기·힐링 대숲길 걷기 등 회동수원지 숲체험과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범어사 사찰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역사테마탐방코스 는 8명 이상 신청하면 운행한다. 이용요금은 성인 기준 2만 원. 시티투어버스 코스 이용요금과는 별도로 결제해야 한다. 부산시티투어 홈페이지(www. citytourbusan.com)에서 사전 예약 후 이용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문의 051-464-9898.


■힐링·체험 있는 회동소원지 소풍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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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금정구


금정구는 오는 11월까지 회동수원지 일원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태테마 관광프로그램 `회동수원지 소풍여행'을 운영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조류 전문가와 함께 회동수원지에 사는 다양한 철새와 텃새를 탐조하는 `철새랑 텃새랑' △천연 염색과 오일 등을 체험하는 `오물딱조물딱' △밧줄놀이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속 밧줄놀이' △새알을 활용해 소품을 만들어 보는 `새알그림여행'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숲과 몸' △숲 생태에 대한 이야기와 숲 체험 활동을 하는 `생태야 놀자' 등이다.
참가비는 약 3천 원 정도로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회동수원지 일원의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음식점 쿠폰으로 교환해 참가자들에게 제공한다.
신청은 회동수원지 소풍여행 홈페이지(gohoedong.com)에서 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 두기 2단계부터는 운영을 중단하므로 미리 확인 후 참가해야 한다.

문의 051-343-9698.


■회동수원지 주말 상시 관광해설

금정구는 매주 주말 오전 10시∼정오 땅뫼산 입구와 상현마을 입구에서 상시 관광 해설 서비스를 한다. 금정구 문화관광과(051-519-4084)로 문의.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0-08-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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