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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2호 기획연재

강산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컨테이너 야적장에서 ‘한국의 맨해튼’으로

함께 걷는 부산 길 ②건축으로 보는 부산의 새로운 심장, 센텀시티

내용

자갈치시장, 남포동, 광복동 등 부산의 옛 중심지를 품은 중구·영도구·동구·서구 일대를 `원도심'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도심은 어디일까? 아마도 꽤 많은 사람이 이름마저도 현대적인 `센텀시티'를 떠올릴 것이다. 빼곡히 자리한 마천루로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센텀시티 빌딩 숲을 걸으며 부산의 변화를 느끼고 미래를 그려 본다.

한국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센텀시는 첨단 복한산업단지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본 센텀시티 전경
- 출처 및 제공 : 누리부산(부산관광시민기자 김민근)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산 첫 국제공항, 수영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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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텀시티 자리에 있었던 옛 수영비행장 모습. 1996년까지 군사공항으로 이용됐다. 사진·국제신문


센텀시티는 해운대구 우동과 재송동 일대의 복합산업단지를 일컫는다. 원래 이름은 ‘부산정보산업단지’. 지난 2000년 시민 공모로 센텀시티라는 이름을 선정했다. 센텀(centum)은 라틴어로 숫자 100을 뜻하고 시티(city)는 영어로 도시를 뜻한다. 100% 완벽한 첨단 미래도시라는 의미를 담았단다.

센텀시티를 걷기 전에 먼저 이 놀라운 지역의 과거를 살펴봐야 한다. 센텀시티 일대는 원래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는 드넓은 만(灣) 형태의 평야였다.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는 수영해수욕장이 이곳에 있었다. 넓게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곳으로, 해운대해수욕장보다 더 이용객이 많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일본은 대륙 침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이 일대에 수영비행장을 지었다. 수영비행장은 1976년 김해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부산의 관문 역할을 담당했으며, 1996년까지 군사 공항으로 이용됐다. 백사장에서 놀면서 비행기 뜨는 것을 구경했다고 전해지는 수영해수욕장은 수영비행장을 지으며 크기가 줄어들었다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수영만요트경기장을 지으며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항 기능을 상실한 수영비행장은 센텀시티가 개발되기 전까지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이용됐다.
다시 말해, 2000년 10월 첫 삽을 뜨기부터 지금까지, 센텀시티는 불과 20년의 세월 동안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로 다른 철학 담은 건물, 부산시립미술관·이우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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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바라 본 부산시립미술관 본관. 고도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선큰가든을 배치했다. 사진·권성훈


부산의 새로운 심장, 센텀시티 걷기는 1998년 문을 연 부산시립미술관(이하 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다. 해설을 맡은 부산건축제 염수정 건축문화해설사는 “센텀시티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백화점”, “벡스코” 등 비슷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시립미술관에는 자주 와 보셨나요?”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덥석 나오지 않는다. 20년 전 서울로 대학 간 친구가 방학 때 내려오더니 문화생활을 해야 한다며 끌고 간 기억이 난다. 문화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부산에 그나마 문화적 색채를 더한 곳이 시립미술관이리라.


시립미술관은 위에서 바라보면 `M'자 형태로 파도를 형상화했다. 건물 지하에 자리한 선큰가든이 인상적인데, 건축 당시 수영비행장의 영향으로 고도제한이 있어서 3층 이상 짓지 못하게 되자, 대신 지하에 햇빛이 들도록 배치한 것이다. 시립미술관은 별관인 이우환공간과 함께 봐야 제 맛이다. 시립미술관은 미술관보다 전시품이 더 돋보이게 하려는 건축가의 의도를 담았다. 반면 2015년 문을 연 이우환공간은 철저하게 작품과 조화를 이룬다. 작가 이우환은 전시장의 입지선정부터 기본설계, 건물 높이, 공간 구성까지 참여해 작품을 배치했다. 고가다리 앞에 자리 잡은 것도 시립미술관 본관과 조화를 이뤄 소음을 막고, 두 건물 사이에 쉼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어찌 보면 건물도 작품의 일부라 하겠다.
대조적인 철학을 담은 두 전시관은 `ㄴ'자로 조화를 이루며 옛 올림픽공원이 자리했던 벡스코 제2전시장과 이어진다.


■마이스산업 선도도시 견인, 벡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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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는 갈매기의 비상과 환태평양을 항해하는 유람선을 형상화했다. 사진·권성훈


벡스코 제2전시장을 지나 구름다리를 통해 1전시장으로 이동한다. 축구장 3개 크기, 한눈에 담기도 힘든 거대한 벡스코는 갈매기의 비상과 환태평양을 항해하는 유람선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컨벤션이라는 단어가 아직 낯설었던 지난 2001년 부산국제종합전시장, 즉 벡스코(BEXCO)가 문을 열었다. 텅텅 빈 커다란 건물을 보고 사람들은 저곳이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했으리라. 벡스코는 2001년 12월 한·일 월드컵 조 추첨식을 진행하며 유명세를 타더니 2005년 에이팩(APEC) 정상회의, 2006년 국제노동기구 아태지역회의, 2019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르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컨벤션센터로 자리 잡았다. 공간이 너무 많아 보였던 전시장은 어느새 전시로 꽉 차 2012년 제2전시장과 오디토리움을 추가로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벡스코는 1·2전시장, 컨벤션홀, 오디토리움, 동백섬 누리마루까지 5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시컨벤션은 벡스코와 함께 우리 삶에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매년 엄청난 게임마니아들을 모으는 한국 최대의 게임축제 ‘지스타’를 비롯해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은 와봤다는 ‘육아용품전시회’, ‘음식박람회’, ‘부산국제관광전’, ‘부산국제광고제’, ‘수제맥주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마이스(MICE)산업 대표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중심이라 하겠다.


■기네스가 인정한 세계 최대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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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센텀시티몰 7층 야외광장 전경. 사진·권성훈


벡스코 오디토리움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넌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센텀시티에 있는 두 개의 기네스 기록 중 첫 번째, 세계 최대 백화점 기록이 있다. 무려 100년간 1등을 유지했던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의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백화점 외관은 해양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 물결을 형상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양한 명품매장, 스파랜드, 아이스링크, 푸드코트 등으로 인기가 높지만, 오늘 관심 가질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중앙홀이다. 백화점은 보통 쇼핑객들이 정신없이 쇼핑하도록 창문과 시계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다르다. 9층까지 뻥 뚫린 보이드(Void)를 만들어 시원하게 하늘이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스타일은 뒤편에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몰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신세계백화점 본관 4층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뒤편에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몰로 연결된다. 센텀시티몰 7층은 야외광장이 멋지다. 예전에는 펍과 야외 매장이 있었는데 영어유치원으로 바뀌면서 야외광장이 한적해졌다. 맞은편에 펼쳐지는 에이팩(APEC) 나루공원과 유유히 흐르는 수영강이 매력적이다. 커피 한 잔만 들고 있으면 근사한 커피숍이 따로 없다.


■매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펼쳐지는, 영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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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외팔보 지붕으로 기네스 기록에 오른 영화의전당. 사진·누리부산(부산관광시민기자 정을호)


신세계 센텀시티몰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번엔 영화의전당이 맞이한다. 영화의전당은 9층 높이의 공연장인 시네마운틴, 다목적홀과 자료실 등이 있는 비프힐, 야외극장, 아이스크림 2개를 겹쳐 놓은 모양의 더블콘, 파도 물결 모양의 커다란 지붕인 빅루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쿱 함멜블라우(Coop Himmelblau)가 설계했다. 하나의 단일 건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복잡한 구조인데 ‘해체주의’ 기법이란다.

이곳에는 센텀시티에 있는 두 번째 기네스 기록이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긴 외팔보 지붕 기록이다. 외팔보란 지붕 한 쪽만 기둥이 받치고 다른 쪽은 허공에 뜬 형태를 말한다. 태풍이 부는 등 기상조건이 악화할 때는 맞은 편에서 지붕을 받쳐주는 기둥이 임시로 올라온다. 마치 변신 로봇을 보는 것 같다.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외에도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맞이하는 유리로 된 낮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하늘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시네마천국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웹툰·영상·게임 산업 산실,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마지막으로 만날 곳은 영화의전당 옆에 있는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이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부산의 영상과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각종 문화콘텐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감성놀이터 `더놀자', 영세사업자나 창업 준비자들의 콘텐츠 제작과 사업을 지원하는 `콘텐츠코리아랩', 부산글로벌게임센터, 글로벌웹툰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해마다 9월에는 부산웹툰페스티벌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보고 있자니 센텀시티의 원래 이름이 `부산정보산업단지'였다는 것이 새삼 떠오른다. 아닌게 아니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주위에는 KNN 부산타워, 소향아트홀을 비롯해 다양한 아파트형 공장과 오피스텔 공장이 밀집해 있다. 쇼핑중심지로만 알았던 센텀시티는 문화, 생활, 기업이 한데 어울린 복합단지였던 것이다.


세월은 강 유역을 넓은 평야와 해수욕장으로 변신시켰다. 시간이 흘러 평야와 해수욕장은 비행장으로,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변했다가 센텀시티가 됐다.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건물 공사가 한창이고 제2센텀시티 조성계획도 발표됐다.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센텀시티가 앞으로 어떤 색채를 더해갈지 기대된다.


해설·염수정 부산건축제 건축문화해설사 


※1.  `함께 걷는 부산 길'은 시민·해설사·기자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다양한 길을 걸으며 길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공간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매월 10일까지 다이내믹부산 편집부(051-888-1291~8) 또는 이메일(naeun11@korea.kr)로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께는 개별로 연락드립니다.
 3월호의 걷기 주제는 `당신이 몰랐던 서면-근대산업 유산 추억길'입니다. 2월 13일 오후 1시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가비 무료. 물·간식 등은 개별 지참. 우천 시 날짜 변경 가능.

  2.  2월 코스 센텀시티 건축투어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부산건축제에서 운영하는 ‘뚜벅뚜벅 부산건축투어’(www.biacf.org)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참가비 5천 원. (051-744-7728)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0-01-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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