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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기획연재

싱싱하고 알찬 해산물 … 푸짐한 정 아지매 걸쭉한 입담 기장시장 “백미”

내용

해초, 해삼, 전복, 군소들을 얽은 좌판이 쭈∼욱 펼쳐지제. 뒤로 , 배추, 채소 좌판들이 우루루 모여있고, 옆에는 성게알 깐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기라. 발짝 옮기 보면 해물 좌판 아지매가 굴하고 전복이 싸다고 불러싸타가 빨간 다라이에서 줄줄 기어 나온 문어 집어 넣니라고 난리고, 천지로 썰어놓은 멸치회를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가나?

 

 

기장시장 상인 

▶ 기장시장 상인들 모습.

 


전통시장 탐방기청탁을 받다

12월의 한파로 감기 손님과 기침 파티를 열고 있는 소설가 길남 씨에게 통의 전화가 왔다

, 그러니까(콜록콜록) 부산의 전통시장을 제가요? 아니, 다른 훌륭한 분들도 계시는데(콜록콜록) 번째로 기장시장을요? 저도 거기 좋아하는데(콜록콜록)…. 그럼 제가 (콜록콜록) 보겠습니다!”

 부산이야기 새로 연재하는전통시장 탐방기 써줄 있냐는 의뢰를 받은 길남 . 기억에 남는 대화는 기침밖에 없건만 어느새 전화는 끊겨있고 청탁은 ‘OK’ 상태다길남 씨는 자신의 무대뽀 정신에 무척 난감했다. 너무 성급하게 청탁을 받아들인 아닌지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맨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토록 즐겨 찾던 기장시장의 풍경이 머릿속에 좌∼악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래, 어차피 부산여행기를 쓰던 아니냐? 특히 기장시장은 눈감고도 돌아다닐 있지!’ 

길남 씨는 현재 부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소설 본류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 그에게 전통시장 탐방기는 아주 그냥 안성맞춤이다. 갑자기 용기백배한 길남 씨는 흐르는 콧물을 닦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소설 주인공이 기장시작 풍경을 읊어본다

, 그라이까네 시장에 들어가는 입구에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기장시장이라꼬 요래 크게 써놓고는 오른쪽에는 전통과 첨단이 어쩌고저쩌고하고 적혀있단 말이지. 그리로 쓰윽 들어가면 무시장아찌, 고추장아찌 같은 장아찌 파는 집들이 있고, 과일 좌판이 쪼매 보이다가는 해초, 해삼, 전복, 군소들을 얽은 좌판이 쭈∼욱 펼쳐지제. 뒤로 , 배추, 채소 좌판들이 우루루 모여 있고, 바로 옆에는 끓이고 성게알 깐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기라. 발짝 옮기 보면 해물 좌판 아지매가 굴하고 전복이 싸다고 불러싸타가 빨간 다라이에서 줄줄 기어 나온 문어 집어 넣니라고 난리고, 어데 대변항 가깝은 모를까봐 천지로 썰어놓은 멸치회를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가나?”

 

 

기장시장 해초 좌판 아지매는 해초의 학명과 쓰임 요리법까지 알고 있는 해초 박사다. 

▶ 기장시장 해초 좌판 아지매는 해초의 학명과 쓰임 요리법까지 알고 있는 해초 박사다.



모르는 없는 해산물 박사좌판 아지매

기장에 들른 길남 씨는 기장역이 내려다보이는 공영주차장 옥상에 가까스로 주차했다. 그대로 주말의 기장시장은 디딜 없었다. 그래도 흥청거리는 전통시장의 모습만큼 보기 좋은 것이 있을까길남 씨는 제일 먼저 기장시장 입구의 해초 좌판으로 가보기로 했다. 여름쯤 그곳에서 꼬시래기를 적이 있는데 좌판의 젊은 아낙에게 이게 뭐냐고 묻자, 그냥해초에요, 해초. 나도 몰라요라고 대답해서 멋쩍게 돌아선 기억이 나서였다. 오늘은 내공이 무진장 깊게 보이는 아지매한테 해초를 종류대로 물어볼 작정이다휴대전화의 녹음기를 켜고 볼펜과 수첩으로 무장한 해초 좌판에 서자 아지매는 이미 손님 분에게 해초의 학명과 쓰임, 그리고 기능에 대해 한참 강의 중이시다. 길남 씨가 서둘러 휴대전화을 갖다 대는데 아지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4천원이라 카이, 3천원에는 판다고 했는데. 데치 무도 되고 무치 무도 .” 밀려오는 손님에 언제 끼어들지 몰라 망설이던 길남 씨가 다시 용기를 내본다.

이모, 이거는 이름이 뭐에요?” 

이거는 까시리라고 김치국이나 시락국에 요마안큼 넣으면 바다향이 화악 살아나고, 아니면 나물 볶듯이 후라이팬에 볶아가 무치 무도 되고. 이기 이래 보이도 뜨거운 들어가면 향이 강해요. 쪼매만 넣어도.”

그라믄 이거는 뭔데요? 이게 …, 개네, 게네….”

자연산 몰개네이, 개내이라고도 하고 모자반이라고도 하고. 젓갈 살짝 넣고 무치무면 되요.”

아아, 개내이? 이거 무치 무면 맛있지요. 이모, 매생이도 기장 바다서 나요? 저거 미운 사위 오면 끓여준다던데.”

아이고, 기장 바다서 나는 기지. 조사하러 나왔는갑네. 미운 사우, 그런 것도 아나? 뜨거버도 김이 나니까 멋도 모르고 떠묵으믄 입천장이 디거든. 호호호! 이거 굴하고 끓이 놓으면 묵은 담날에 좋다.” 

그는 아지매들과 인사하고 해물이 가득한 어물전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정말 많다. 멸치회, 학꽁치회 썰어놓은 회들과 장어, 문어, 새우, 호래기…, 없는 것이 없다. 호래기는 근래 무척 가격이 올랐다 들었는데 물가가 실감난다. 길남 씨는 기장시장 입구에서 100m 되는 곳의 사거리에서 정지한다. 직진하면 기장시장 명물로 자리 잡은 대게식당들이 줄줄이 있다. 그는 이번 취재에서는 대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하려 한다. 기장시장의 대게는 명성만큼 정보도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기장시장 입구 모습. 

▶  기장시장 입구 모습.

 

 

값싸고 양질의 기장대게 팔면서 유명세 얻어  

원래 기장시장의 대게는 인근 서생 앞바다에서 잡힌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직접 잡은 대게를 빨간 고무통(다라이) 넣고 파는 좌판들이 많았는데 이중 상인이 직접 쪄서 파는 식당을 열었고, 저렴하면서도 양질이었던 기장시장의 대게는 차츰 입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대게집들이 하나 생겨나면서 대게하면 기장시장을 떠올릴 만큼 호황을 이뤘고, 이제 기장시장의 4할을 대게식당이 차지할 만큼 규모가 커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장 부근에 초대형 대게 레스토랑까지 생기면서 경쟁과 가격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위기가 바로 느껴지진 않는다. 기장시장의 대게식당들은 예전의 정겨움을 함께 챙기고 있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아직까지는 왁자지껄한 시장 속에서의 흥겨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홍게 마리쯤은 떼를 써서 덤으로 얻고, 흥정하는 이모에게 보이면 달콤한 멸치회가 식탁에 따라오기도 한다길남 씨는 2010 초입에 35천원이란 가격으로 대게 2마리와 보너스 홍게 1마리를 획득했던 기장대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지금도 술자리에서 자랑할 없으면 그때의 일을 언급하곤 한다. 아무래도 그에게는 그날의 흥정이 롯데자이언츠 우승이나 월드컵 4강과도 맞먹는 쾌거였음이 분명하다.  

 

 

기장시장 대게는 값이 싸면서도 양질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시장의 정겨움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기장시장 대게는 값이 싸면서도 양질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시장의 정겨움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장어민 직접 잡은 해물 좌판 골목

사실 길남 씨는 기장시장하면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기장시장 사거리에서 대게거리를 정면으로 봤을 왼쪽으로 꺾이는 골목. 바로 이곳이 어민들이 직접 잡은 해물들을 파는 해물좌판 골목이다어지간한 부산의 시장은 돌아다녔지만 길남 씨는 이곳 해물만큼 싱싱하고 알차며 저렴한 곳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날것의 생생함을 함께 지닌 좌판 이모들의 걸쭉한 입담과 푸짐한 정은 알려지지 않은 기장시장의 백미이다길남 씨는 지난 가을 이곳에서 작지만 알찬 생문어를 단돈 1만원, 말미잘이 수두룩하게 붙은(이건 신기한 별미다) 코고둥 5천원, 알찬 해삼 1만원에 잘해서 자연산 소라 3마리를 덤으로 얻은 적이 있다

길남 씨는 골목의 좌판(공수 대양호에서 직접 잡은 해물들이다) 아지매와 간만에 대면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는 분은 기장시장 알려줘서 어민들과 좌판 상인들 나게 해달라며 커다란 문어를 덥석 들어 올리신다이거는 코고둥, 여기는 돌게, 빨간 방게, 여긴 홍삼, 꺼먼 흑삼, 이건 일반삼, 멍게 옆에는 장어.”  바다가 좌판 앞에 깔려있는데 아지매가 마디 던진다우리는 우리 배가 직접 잡은 외엔 팔지를 않어.”  얼마나 자부심에 넘치는 말인가? 여기서 장사하신 얼마나 되냐고 넌지시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신다여기는 100% 어민들이 장사하제. 나는 초짜라 15 됐고, 쩌그 언니들은 30 됐지를.”

 


기장시장 맛집 천하 별미 멍게젓갈 

부산의 여러 시장을 다니다 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젓갈가게다. 기장시장의 젓갈가게들은 15년에서 20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좌판에서 시작한 젓갈가게는 대략 여섯, 일곱 정도 있다고 한다. 낙지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아가미젓, 창란젓 스무 가지가 넘는 젓갈들은 기장의 좋은 물과 공기로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길남 씨는 기장시장만 오면 젓갈을 사는 버릇이 있다. 여러 종류가 있다지만 사야 하는 품목 하나가 있어서인데, 그것이 바로 기장시장의 숨은 명물멍게젓갈이다우선 이곳의 멍게젓갈은 자잘하게 회를 쳐서 젓갈을 담그지 않는다. 젓가락이 그냥 멍게 마리이다. 물론 먹을 취향에 따라 잘라 먹을 수도 있겠지만 멍게 자체의 시원한 맛을 놓치지 않으려면 반멍 아니면 젓갈 모양 그대로인 완멍을 추천한다. 짜지 않냐고? 천만에! 매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바다의 맛이 펼쳐질 것이니. 게다가 그냥 멍게 1만원어치를 사도 젓갈 1만원어치와 양이 비슷할 만큼 젓갈가게의 인심은 넘친다.

길남 씨는 이곳 멍게 젓갈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가지 레시피마저 가지고 있다. 첫째, 젓갈가게 부근에는 100% 채소가게가 있을 것이니 속이 하얗고 노란 알배추를 구입하시기 바란다. 둘째, 집에 있는 초장이나 시장에서 초장을 구입해 함께 즐기면 된다. 밥을 조금 올리고 멍게 젓갈을 초장에 찍어 알배추에 싸서 입에 넣는다. 셋째, 거기에 굴젓이나 생굴을 함께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맛을 표현하자면…. 후후후, 상상은 독자 여러분들께 맡길 수밖에.

 

작성자
배길남 소설가
작성일자
2018-01-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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