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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2월호 통권 134호호 기획연재

“클래식은 ‘치유’ … 시민 곁으로 더 다가갈 것”

올해 9월 취임 … ‘차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가 10인·2030 파워 리더 30인’

내용

부산시립교향악단이 파릇하다. 난초 같다. 난초의 미덕은 추워도 파릇하다는 것. 추울수록 파릇하다는 것. 부산시향이 난초 같다고 한 건 2년 가까운 지휘자 공석에도 파릇한 기운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파릇했던 부산시향은 새로운 지휘자를 맞으면서 마침내 꽃을 영글어 사방팔방 난향을 퍼뜨릴 참이다. 

 

객원 지휘자로 부산시향과 첫 만남

“부산시향에는 끓어오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휘자 공석 기간 최수열 지휘자는 부산시향 연주에 두 차례 객원으로 참여했다. 작년 4월과 올해 4월이었다. 객원 지휘를 많이 다녀 봤지만 부산시향에만 있는 뜨거움과 열정을 감지했다.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 마음이 부산시향과 단원에게 스며들었는지 올해 9월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젊은 감각.’ 최수열 지휘자는 부산시향 상임이 되기 전 2014년부터 3년간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맡았다. 1979년생이니 서른다섯 나이였다. 기획력이 차고 넘쳤다. 그가 기획한 리허설룸콘서트, 창고음악회, 음악극장 등은 서울시향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장애아동과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도 늘 염두에 뒀다. 포브스(Forbes)코리아 ‘2030 파워 리더 30인’과 월간객석 ‘차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가 10인’에 선정됐다. 지휘자로는 처음이었다. 포브스코리아는 미국의 유명한 경제잡지 포브스의 한국판이다. 서울시향 창고음악회는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물건을 보관하므로 공간이 넓고 크고 천장이 높은 게 창고의 특색. 거기서 연주하니 여느 공연장보다 좋은 소리가 났다. 시멘트로 마감한 삭막한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니 더 감동적이었고 더 로맨틱했다. 똑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어디에서 듣느냐에 따라 집중도가 달랐다. 이런 공간이 서울에만 있진 않을 것이다. 공연을 공연장에서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여러 장르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찾아가는 음악회 역시 시대의 추세. 최수열 지휘자는 창고, 근대건축물 같은 부산의 숨겨진 공간이나 해수욕장, 부둣가 같은 부산을 대표하는 장소에 찾아가는 음악회를 계획한다. 부산문화회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시민을 찾아, 그리고 삶에 지친 이를 찾아 클래식 음악을 통한 ‘치유’를 전달하겠다는 마음이다.

 

최수열 지휘자

▲최수열 지휘자.  

 

“부산시민 부담없이 찾는 시향 만들 것”

클래식 음악은 어째서 ‘치유’가 될까.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가 오랜 시간 고뇌하고 공을 들인 작품.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대부분은 대가가 가졌던 아날로그적 감성의 농축이다. 사랑과 눈물, 환희와 슬픔이 녹아 있다. 디지털에 찌든 현대인의 정서를 부드럽게 하는 사랑과 눈물 같은 감성의 이입 내지는 교류가 ‘치유’다. 클래식을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데도 애호가가 느는 이유이며 최수열 지휘자가 대중을 찾아가 클래식을 소개하는 이유이다.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어요.”  찾아가는 음악은 한계가 있다. 장소가 제약받으므로 대규모 관현악단이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위주로 편성한다. 제대로 된 장소에서 제대로 된 음악을 들으려면 찾아가는 음악회가 아니라 찾아오는 음악회가 돼야 한다. 부산시민이 부담감 없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음악회는 최수열 지휘자의 부산시향 3년 청사진의 핵심이다. 누구에게는 생애 첫 음악회일 수도 있는 만큼 부산시향을 제대로 알리는 제대로 된 음악으로 청사진을 채우려고 한다. 최수열 지휘자는 상임을 맡은 이후 부산시향에서 두 차례 지휘했다. 9월 취임 연주회, 11월 부산시향 정기연주회였다. 지휘자가 곡목을 선정하므로 연주회 곡목을 유심히 살피면 작곡가 성향이 드러난다. 지휘자 취임 초창기 두 연주회 모두에 이름을 올린 작곡가가 있다면 지휘자의 성향, 나아가 그가 맡은 악단이 나아갈 방향성 유추가 가능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두 연주회 모두에 이름을 올린 작곡가다. 

 


최수열 지휘자는 35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맡을 만큼 실력 있는 젊은 예술가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 9월 부산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사진은 최수열 상임지휘자와 단원들의 연습 모습).

▲최수열 지휘자는 35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맡을 만큼 실력 있는 젊은 예술가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 9월 부산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사진은 최수열 상임지휘자와 단원들의 연습 모습). 

 

“부산시향 세계적 악단으로 도약시킬 것” 

R. 슈트라우스(1864∼1949). 문외한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독일에선 전설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근대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시와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 이후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 독일 후기 낭만파 마지막을 대표하는 작곡가란 찬사가 잇따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작곡했던 주인공이며, 오페라 ‘살로메’도 그의 작품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임기 동안 R.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을 연주해 부산시향 대표 브랜드로 삼을 포부다. 단도직입적으로 파고드는 슈트라우스 음악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부산사람 성향은 여러모로 맞아떨어진다. 부산에 살아보진 않았지만 부산사람이 직설적이고 선이 굵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장인장모가 부산사람인 까닭이다. 직설적이고 선이 굵어 부산을 좋아하고 장인어른을 좋아한다. 직설적이고 선이 굵다고 해서 R. 슈트라우스가 부산시향을 대표할 만할까. “슈트라우스는 부산 성향과 잘 맞아요.” 최수열 지휘자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이 앞에 놓이면 ‘저걸 어떻게 다 하나?’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한다. 어렵고 방대해서다. 전곡을 연주한 악단은 한국에 아직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R.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을 연주한다면 전 세계에서 수준급 악단으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다행히 부산시향은 곽승, 리신차오 등 전임 지휘자 시절 슈트라우스를 공연한 적이 있다. 세계적 악단으로 도약할 수준은 이미 갖췄다는 의미다.

 

최수열 상임지휘자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진심을 다해 소통하며, 부산시향을 세계적 악단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수열 상임지휘자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진심을 다해 소통하며, 부산시향을 세계적 악단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심 다한 음악으로 시민·단원과 소통할 것” 

20개월 공석을 거쳐 지휘봉을 잡은 최수열 지휘자에게 ‘소통하는 리더십’은 세계적 악단 도약과는 별개로 또 다른 과제다. 최 지휘자는 해법을 음악에서 찾는다. 음악은 지휘자를 포함한 단원과 사무실 직원 모두의 공통분모. 좋은 음악을 하려는 절실한 마음이 서로에게 읽히고 서로에게 스며들면 소통과 화합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마음은 최수열 지휘의 기본이자 화두다. 연주자에게 강요해서 내는 소리와 연주자의 마음을 얻어서 내는 소리는 질적으로 다르다. 최수열 지휘자에게 지휘는 연주의 하나다.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한다면 지휘자는 연주자의 마음을 연주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오케스트라는 악기의 구성인 동시에 사람의 구성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서 원하는 소리를 얻는 그것이 소통이고 화합 아니겠는가. 

 

최수열 상임지휘자가 취임 연주회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

▲최수열 상임지휘자가 취임 연주회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  

 

“부산은 로망 … 부산시민돼 행복”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 몸에 뭐가 맞는지 이 옷 저 옷 입어보는 과정이에요.” 지휘자는 저마다 스타일이랄지 색깔이 뚜렷하다. 어떤 지휘자는 강한 카리스마로, 어떤 지휘자는 풍부한 해석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악단을 이끈다. 최수열 지휘자는 스타일이랄지 색깔을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는다. 열린 자세를 지킨다. 겸손하다는 방증이다. 어느 한순간 ‘이것이다!’ 할 때가 올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탁 트인 부산 바다처럼 탁 트인 마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그에게 부산은 로망이었다. 젊은 날 부산을 ‘엄청’ 자주 찾았으며 ‘부산에서 살고 싶다, 부산에서 살고 싶다’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하늘이 감읍해 부산사람 장인장모를 만났고 부산시향 상임지휘자가 됐으며 부산시민이 됐다.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둥지를 틀었으며 연말이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부산사람이 된다. 부산이 로망이던 키 180cm 훈남이 지휘하는 부산시향은 또 얼마나 부산스러워질 것인가. “부산시향이 잘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부산과 부산시민에게 바라는 게 있는지 물었다. 으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들먹일 줄 알았다. 대답은 정반대였다. 처음부터 잘 봐 달라는 부탁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부산시향이 먼저 바뀌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산시향이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 가서 관심과 성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웃는 얼굴에 눈매는 서글서글했다. 3년 임기 안에 부산시향도 웃는 얼굴에 눈매가 서글서글해지지 싶었다. 

작성자
동길산
작성일자
2017-12-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2월호 통권 134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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