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키우고 사진예술 대중화 힘 쏟을 것”
사진작가에서 미술관장으로 … ‘부산 참견錄(록)’ 기획, 예술사진 작가 적극 지원
Great! 부산 -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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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참견錄(록)’. 기발하면서 애정이 담긴 조어다. 풀이하자면 ‘부산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한 기록’쯤 되겠다. 부산을 의인화시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말이다. 부산과 마주 앉아 양손을 아래위로 내저으면서 때로는 코앞까지 쑥 내밀면서 잘했니 못했니 참견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배시시 웃음까지 나온다. ‘부산 참견錄’은 사진전 명칭. 사진전문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10년 장기 프로젝트 명칭이다. 명칭에서 짐작하듯 미술관은 부산과 관련 있는 곳이고 개성이 남다른 곳이다. 바로 해운대구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이다. 사진전문 미술관은 전국에 둘뿐. 고은사진미술관, 그리고 한미약품이 서울에 세운 한미사진미술관이다. 그러니까 고은사진미술관은 한국 최초로 지역에 세운, 그리고 지역 유일의 사진전문 미술관이다.
▲ 이상일 고은사진미술관 관장.
‘고운사진미술관’ 지역 유일 사진전문 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은 설립 주체가 민간이다. 비영리법인인 고은문화재단이 2007년 설립했다. 재단 이사장은 김형수.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동일고무벨트 김도근 창업주의 2남이다. 2005년 타계한 선친이 고촌장학재단을 통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했다면, 김형수 이사장은 고은문화재단을 통해 나눔의 정신을 이어간다. 고촌(古村)은 선친의 호고 고은(古隱)은 김 이사장 호다.
사진전문 미술관이 지역 유일하게 부산에 들어선 건 사진예술과 지역에 대한 겹 사랑에서 비롯한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사진 못 찍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화됐지만 사진 관련 인프라는 다른 분야에 비해 대단히 취약한 상태. 지역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편중 현상을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관장은 ‘문화의 편식’이라고 표현한다. 음식을 편식하면 탈나듯 문화도 편식하면 탈나기 마련. 그에 대한 성찰이 고은사진미술관이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관장(61). 그 역시 사진을 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겠지만 지역 유일의 사진전문 미술관 관장을 맡을 정도로 입지를 굳힌 중견작가다. 다큐멘터리 망월동 연작으로 2000년 광주비엔날레 최우수 기획전상, ‘오온(五蘊)’ 연작으로 2009년 동강 사진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사진상으로 평가받는 일본 니콘 주최 제36회 이나 노부오상을 수상했다. 이나 노부오는 일본 최초의 사진평론가다.
2011년 관장 맡아 6년째 이끌어
“사진작가로 10년 살고 대학교수로 10년 살다가 갑자기 회의가 왔어요.” 이 관장은 학부는 보도사진, 대학원은 예술사진, 박사는 철학을 전공했다. 관장을 맡기 한참 이전 대구예술대, 백제예술대를 거쳐 모교인 경북 경일대에서 예술사진을 가르쳤다. 거기서 부조리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현실에서 예술사진은 모순이었다. 예술사진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다고 가르쳐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머리 안 깎은 중으로 살겠다며 부산 범어사로 왔다. 그 때가 2007년이었다. 범어사엔 연고가 있었다. 박사 논문도 마무리할 겸 2년을 범어사에서 지냈다. 본인 표현대로 ‘DNA 자체가 워낙에 사진을 찍는 DNA’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었고 그게 2009년 동강 사진상으로 이어졌다. 사진에 대한 결기랄지 고집이 대단한 중견에 주는 상이었다. 동강 사진상을 받은 ‘오온’ 연작은 사진작가 이상일이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을 맡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오온’은 불교 용어로 생성과 변화, 소멸에 이르는 다섯 요소. 동강 사진상 수상작을 본 김형수 이사장은 새로 들어설 사진미술관을 맡아 달라고 제의했다. 김 이사장은 사진전문 미술관을 지을 정도로 사진에 조예가 있었다. 이상일 작가는 사진미술관 자율과 독립에 관련해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김 이사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때가 2011년이었다. 조건 가운데 하나가 100% 지원, 그리고 무간섭이었다. 고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진미술관은 네 군데. 모두 부산에 있다. 2007년 처음 설립한 미술관(본관)과 2011년 새로 들어선 미술관(신관), 그리고 BMW 포토스페이스와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다. 미술관 본관은 해운대구청 인근에 있고 신관은 수영요트경기장 맞은편, BMW 포토스페이스는 해운대 BMW 고객센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는 2011년 미술관 가는 길에 있다.
▲ 이상일 관장은 ‘부산 참견錄(록)’과 ‘청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중견 사진작가를 지원하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사진은 미술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관장).
구관·신관 합쳐 전시회 시너지 효과 높일 것
“그동안 고은미술전시관은 본관과 신관으로 나눠 운영해 왔습니다. 본관은 중진과 원로 대상 다큐멘터리 중심의 전시, 신관은 신진과 중진 대상 현대미술 속의 사진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열어 왔지요. 그렇지만 거리가 멀어 연계전시인데도 동시에 관람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없애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본관과 신관을 곧 하나로 합칠 예정입니다.” 신관 입구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 계약이 끝나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 사진의 세계화. 한국 사진의 진화’ 이상일 작가가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을 맡으면서 내건 대전제다. 이상일 관장은 세 갈래로 나눠 대전제에 다가간다. 첫째는 중견작가 전시 기회 제공과 재정적 지원, 둘째는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 셋째는 한국 작가와 세계 작가 교류다. 서두르지 않고 짧게는 1년 이상, 길게는 5년을 준비하는 게 강점이다. ‘예술사진을 전공해 전업작가가 되면 먹고살 수 있다’고 가르쳐야 했는데 그렇게 가르칠 수 없었던 교수 시절 회한을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풀어 나간다.
‘부산 참견錄’ 10년째 진행 … 관람객 반응·성과 모두 합격점
‘부산 참견錄’은 첫째 갈래에 해당한다. 한국 중견작가 한 명을 매년 선정해 부산을 해석하게 하고 찍게 한다. 2년 전 섭외해 1년 준비하고 1년 찍게 한다. 작업에 전념하도록 100% 지원한다. 중요한 것은 독창적인 시선. 작가의 주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전시회를 지향한다.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는 부산이 전시회를 거듭할수록 두꺼워지고 두터워진다. 10년 장기 프로젝트 ‘부산 참견錄’은 반응과 성과가 좋아 연장될지도 모른다. 2013년 강홍구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 2014년 최광호 ‘해안선, 숨의 풍경’ 2015년 이갑철 ‘침묵과 낭만’ 2016년 강용석 ‘부산을 사수하라.’ 전시가 열렸고, 2017년 ‘부산 참견錄’은 지금 열리는 중이다. 정주하 ‘모래 아이스크림’으로 3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린다. 사진으로 만나는 해운대와 임랑해수욕장,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이 반갑고 낯설다. 지역 사진예술 정체성 확립과 발전을 도모하는 ‘부산사진의 재발견’ 프로젝트도 첫째 갈래에 든다. ‘청사진 프로젝트’는 둘째 갈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는 신진 공모전이다. 통상 40∼50명 정도가 응모한다. 응모자 현재의 수준과 앞으로의 가능성, 독창성 등을 심사해 전시 기회를 부여한다. 사진예술의 미래는 ‘젊은 작가’. 신진작가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지원하는 이유다. BMW 포토스페이스의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상상마당’이 ‘청사진 프로젝트’를 거든다. 셋째 갈래인 ‘국제 교류전’은 이제 탄탄한 기반을 닦았다. 외국 사진의 새로운 흐름을 직접 보고 느껴야 한국 사진이 진화하고 세계화에 근접한다는 절박함으로 국제적인 사진미술관과 매년 5월 교류전을 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진축제인 미국 휴스턴사진축제가 발굴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휴스턴교류전, 현대미술 중심인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순회전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엔 세계에서 가장 핫한 프랑스 쥬드퐁미술관 소속 작가 교류전을 열었고 올해는 독일교류전을 연다. 비영리법인답게 어느 전시든 무료다.
부산, 찍고 또 찍어도 찍고 싶은 매력 넘쳐나는 도시
“부산은 다양하고 역동적입니다.” 이상일 관장이 부산과 인연을 맺은 지는 10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대구와 서울, 전북 등지에서 지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사진의 대상으로서 부산은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대구는 참견록 한두 번, 서울은 네 번 찍고 나면 찍을 게 없지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산은 10년 동안 매년 찍어도 모자라서 더 찍어야 하지 싶단다.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는 여지들이 구석구석 존재하는 부산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고. 그 예로 중앙동과 산복도로, 자갈치, 원도심을 들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열린 공간이다. 사진 담론이 풍요해져 부산 사진, 나아가 한국 사진이 깊어지고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진아카데미에서 사진입문반·사진작품연구반·포트폴리오반을 꾸리며 4천권 가까이 되는 사진도서관도 있다. 도서관에선 ‘부산 참견錄(록)’과 ‘부산사진의 재발견’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5월 음악회는 30일 저녁 7시. 김주원과 이수민의 바이올린 듀오다. 김형수 이사장과 연세대 음대 윤성현 교수와의 오랜 인연으로 시작한 음악회는 작지만 귀한 공연이다. 고은사진미술관 전시가 그렇듯 음악회도 무료다.
www.goeunmuseum.kr. 051-746-0055.
- 작성자
- 동길산 시인
- 작성일자
- 2017-04-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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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127호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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