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2017년 1월호 통권 123호 부산이야기호 기획연재

천의 얼굴 가진 지중해의 심장 시칠리아

Culture&Life / 세계테마여행 / 시칠리아

관련검색어
시칠리다,
이탈리아,
여행
내용

2016123_40_01.jpg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 이탈리아를 말하지 마라’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쓴 글이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등 이름만 들어도 여행자를 두근거리게 하는 곳들을 보고도 시칠리아를 보지 않으면 이탈리아를 말하지 말라니! 시칠리아가 그렇게 대단한 곳인가?

시칠리아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영화는 ‘대부’ 시리즈다. 시칠리아는 클레오네 가문의 고향이자 마피아의 고향이다. 영화 ‘그랑블루’의 푸른 바다도,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와 알레나가 마지막 키스를 나누던 곳도 시칠리아다. 오래된 영화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시칠리아는 흑백사진 같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시칠리아는 작은 섬이 아니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의 14배 크기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로 둘러싸인 지중해 한 가운데 있는 섬답게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로부터, 비잔틴 제국, 아랍, 노르만, 신성로마제국, 스페인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시칠리아는 2천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중해 문명의 중심권에 있었던 탓에 다양한 역사, 문화가 뒤섞이면서 시칠리아만의 독특한 역사적, 문명적 풍경을 만들었다.

 

 

시칠리아 여행, 봄부터 가을 최적기

시칠리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천의 얼굴을 가진 다양한 문명과 풍경,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시리도록 푸른 바다, 가는 곳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도시들,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한 음식과 섬사람 특유의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까지 여행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 바로 지중해의 심장,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 지는데 북서쪽은 팔레르모, 에리체, 트라파니, 아그리젠토, 북동쪽으로는 체팔루, 타오르미나, 카타니아, 남쪽으로는 시라쿠사, 라구사, 모디카가 대표적인 도시다. 시칠리아는 작은 섬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이틀 만에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시칠리아 여행은 팔레르모에서 시작해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 보통이다. 느긋하게 여행을 한다면 보름 정도가 가장 적당하고,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한다면 일주일 정도도 가능하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봄에서 가을까지다. 특히 여름은 푸른 지중해 바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칠리아 여행의 최적기다. 겨울은 비수기라 여행지마다 문을 닫는 호텔과 식당도 많고 날씨도 좋지 않다. 자동차를 랜트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칠리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로 비행기나, 기차를 이용한다. 비행기의 경우 아직 한국에서 직항이 없는 관계로 주로 로마를 경유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들어간다. 기차로 시칠리아로 가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다. 로마 등 이탈리아 본토에서 기차를 타면 반도의 끝 산 조반니역에서 기차를 카페리에 실어서 메시나 해협을 건너 시칠리아로 들어간다.

 

 

2016123_42_01.jpg


2016123_42_02.jpg


2016123_42_03.jpg

▲ ❶ 비잔틴 미술의 보석으로 불리는 몬레알레 대성당.

 

    ❷ 아그리젠토 신전들의 계곡에 있는 콩고르디아 신전.

    ❸ 시칠리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
 

 

다양한 빛깔 가진 도시들의 향연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특히 놀라운 것은 한 섬 안에 다양한 문명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파상은 시칠리아를 꼭 보아야 할 이유로 ‘섬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고 신성한 하나의 박물관’이기 때문이라며, ‘이 탁월한 유적들에서 각 예술의 특별한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달콤한 행복’이라고 이야기했다.기원전 3세기 마그나 그라이키아(Magna Graecia)라 불렸던 시칠리아에는 고대 그리스시대의 유적들이 많다. 타오르미나, 시라쿠사의 고대그리스 극장 유적들도 가볼만 하지만, 시칠리아에서 그리스 신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아그리젠토의 ‘신전들의 계곡’이다. 이곳은 이름처럼  반경 6㎞의 계곡에 20여개의 고대 그리스신전이 모여 있는 압도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신전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콩코르디아 신전을 보면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은 그리스가 아니라 시칠리아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시칠리아에서는 비잔틴 시대 이후 아랍과 노르만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로 인해 아랍-노르만 양식이라는 매우 독특한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팔레르모의 아름다운 궁정 예배당인 ‘카펠라 팔라티나’가 대표적인 아랍-노르만양식 건축이다. 시칠리아에서 꼭 보아야 할 하나의 성당을 선택하라면 단연 비잔틴 미술의 보석이라 불리는 몬레알레 대성당이다. 몬레알레 대성당 외관은 미완으로 남아 초라해 보이지만 성당 안에 들어서면 쏟아져 나오는 황금빛에 깜짝 놀라게 된다. 성경의 이야기를 담은 황금빛 모자이크 벽화는 성당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특히 돔 지붕 안쪽 면에는 그 유명한 ‘전능하신 그리스도’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시칠리아 남동쪽의 노토, 모디카, 라구사 세 도시는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 도시들은 17세기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무너졌다. 그래서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들에 의해 도시를 재건하게 되는데 이때 지어진 바로크 시대 건축물들은 지금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특히 모디카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스타일의 건물들이 가득해 2002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2016123_44_01.jpg
▲ 시칠리아 남동쪽의 노토, 모디카, 라구사 세 도시는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사진은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운 작은도시 라구사).

 


시리도록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광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바로크 건축까지 다양한 문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시칠리아 여행의 큰 매력이지만, 시칠리아 여행의 진짜 묘미는 천의 얼굴을 가진 지중해의 다양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중해의 햇살과 푸른 바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활화산 에트나 화산, 까다롭기로 이름 높은 이탈리아 셰프들이 최고로 치는 소금이 생산되는 트라파니 염전,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간직한 에리체, 라구사, 체팔루 같은 작은 도시들은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해발고도 3천323m로 유럽에서 가장 큰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은 지난 2011년에도 폭발이 일어난 대표적인 살아있는 화산이다. 고대로부터 잦은 폭발이 있었던 에트나 화산은 고대인들에게 신화적 영감을 주는 산이었다. 고대인들은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의 입구가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라 믿었고,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있는 곳도 바로 에트나 화산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화산을 본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지금도 이곳에 오르면 용암분출구에서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땅에 손을 대면 뜨거운 지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산 전체가 화산 분출로 인해 생긴 화산재로 뒤덮여 있는데, 검은 풍광은 마치 외계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에트나 화산 트래킹은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꼭 도전해볼 만하다.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

시칠리아를 여행했다고 하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혹시 마피아 보셨나요?’ 마피아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시칠리아 여행이 위험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사람들도 그렇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가진 사람들은 투박하고 거칠어 보인다. 하지만 정작 만나보면 정이 많고 따뜻하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시칠리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따뜻했다. 길을 물어보기 위해 잠시 만난 사람과 한나절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포즈를 취해주고, 주변의 친구까지 데려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곳은 당연히 ‘시장’이다. 시칠리아에는 특히 어시장이 발달해 있다. 팔레르모, 카타니아, 시라쿠사와 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의 어시장에는 펄떡거리는 생선같은 활기가 넘쳐난다.  

 

 

2016123_45_03.jpg
▲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가족은 특별하다. 마을 축제와 같은 결혼식 모습.

 

 

가족애 넘쳐나는 정서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거친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면 가족은 삶의 이유다. 이들의 가족사랑은 유별난데 이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결혼식이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성당을 갈 때마다 멋지게 차려 입은 가족, 친지들이 모여 올리는 결혼식을 볼 수 있었다. 몇 백년된 성당에서 영화 스크린에서 바로 나온 듯한 멋진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하객들이 모여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결혼식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마을축제 같다.     

바로크 건축 도시로 유명한 모디카의 골목을 걷고 있는데 멋진 청년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니 멋지게 웃어준다. 그러더니 어디에서 왔냐? 시칠리아 어디를 여행했냐고 물어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신들 패션이 너무 멋지다. 역시 이탈리아 스타일이 최고다’라고 이야기하자 갑자기 한 청년이 정색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디스 이즈 낫 이탈리안 스타일, 시칠리안 스타일! ”

고대로부터 풍요로웠던 이 섬은 그리스, 로마, 아랍, 노르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고, 에트나 화산의 폭발과 잦은 지진으로 여러 차례 도시들이 무너졌지만 다시 도시를 일으켜 세웠다. 척박한 바다를 터전으로 거칠지만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이곳이 지중해의 심장, 시칠리아다.

 

작성자
김도근
작성일자
2017-01-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7년 1월호 통권 123호 부산이야기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