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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709호 기획연재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의사 친구

부산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부산을 만든다
②혜명의원 황수범 원장

내용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민소통 프로젝트 '메이드 인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시민 16인의 감동스토리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좁은 골목, 낡고 허름한 집, 색이 바랜 문. 쉽게 변하지 않는 그 풍경들 속에 자리 잡은 혜명의원 역시 오래된 건물, 허름한 간판만으로도 한 곳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왔는지 묵묵히 말해준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황수범 원장은 18년 전 처음 매축지 마을에 왔다.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개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선배가 하고 있던 이 병원에 와보고 그냥 마음에 들었어요. 고향의 시골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마을이 꼭 고향처럼 생각됐고 정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매축지 마을의 친구 같은 의사 선생님인 혜명의원 황수범 원장의 진료 모습.

매축지 마을에 와서 그는 주로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매축지 마을은 유난히 노인들이 많아 90%의 주민이 노인, 특히 할머니들이다. 관절염에서부터 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등 노인을 괴롭히는 질병은 많다. 온몸을 괴롭히며 쉽게 낫지 않는 병들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마저 아프게 된다. 황수범 원장은 그런 환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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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그의 손을 떠나지 않은 청진기.

 

혜명의원은 진료시간만 긴 게 아니었다. 황수범 원장은 진료가 끝나면 때로는 할머니들을 직접 차로 모셔다드리기도 한다.

서로의 속사정까지 다 알며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사이, 황수범 원장은 매축지에 사시는 분들의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30분도 넘게 진료하고, 댁에도 모셔다드리고, 설마 병원비까지 할머니들 형편 생각해서 안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게 병원을 운영하면 재정적으로 힘들지 않은 지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힘들지 않다"고 답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은 없어요.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겠죠. 의사가 밥 못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수긍하겠어요?" 밥은 먹고 사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반문한다.

"이제 노인이라고 무조건 대접받던 시대는 아니니까,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가치를 창조하고 즐거움을 찾아야 하죠. 우리 동네에서 국수 제일 잘하시는 아주머니가 오시면 아주머니 국수가 제일 맛있다고, 연을 잘 만드는 할아버지께는 연 만드는 거 더 연구해보시라고 그래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욕 잘하는 욕쟁이 할머니라도 되시라고.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여하면서 당당하고 즐겁게 살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죠. 나이 들어 아프더라도 즐거운 일, 보람찬 일을 하면 덜 아플 수 있어요. 다리가 아파서 절룩거리면서도 진료실에 웃으며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소통하면서 즐겁게 사시는 분들이죠."

그 역시 소통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료 틈틈이 색소폰도 불고 서예도 한다. 주말에는 텃밭을 가꾼다.

동네 주치의라고 누구한테 임명받은 것은 아니지만 매축지 마을의 주치의인 셈이라고 말하는 황수범 원장. 인터뷰를 마치고 혜명의원을 나와 매축지 마을을 다시 바라보니 더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은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동네 주치의, 의사 친구가 있어서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5-12-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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