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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장인정신으로 이어온 63년… 부산어묵 자존심

1953년 창업, 부산최고(最古) 어묵업체… ‘어묵고르케’ 전 국민 입맛 사로잡아
Busan People / 메이드 인 부산 / 박종수 삼진어묵 대표

내용

지난달 15일 오후 3시 부산역사 내 삼진어묵 매장. 손님들로 꽉 찬 매장 계산대에는 100명 이상이 길게 줄을 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님은 "친구가 너무 맛있다고 추천한 고로케(크로켓) 어묵을 맛보려 했지만 기차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가야겠다"며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

같은 날 영도구 봉래동에 있는 삼진어묵 본점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본점에는 어묵피자, 어묵튀김 등을 만들 수 있는 어묵 체험매장을 비롯해 어묵박물관, 어묵 카페 등이 함께 들어서 있다. 통유리를 통해 어묵 제조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더 위생적이다. 60여 가지의 수제어묵을 직접 둘러보며 골라 담을 수 있도록 꾸며진 1층 매장에는 하루 2천여명의 고객이 찾을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창업 63년, 부산 최고(最古) 어묵업체

'부산 어묵'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삼진어묵이 부산 어묵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어묵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될 만큼 두텁다. 1924년 조선총독부 발행 '조선의 시장'에 "부평시장은 쌀, 어묵, 채소, 청과물 등이 주종을 이뤘다"는 대목이 나온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어묵업체는 100여개. 이 중 절반 정도가 부산에 있다. 국내 어묵시장 규모는 7천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삼진어묵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원 가량. 부산어묵조합 등록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이다. 올 들어 매출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 어묵'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삼진어묵이 부산 어묵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어묵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될 만큼 두텁다(사진은 영도구 봉래동 삼진어묵 본점 모습).
박종수 대표가 선친과 함께 찍은 사진. 뒷줄 오른쪽 첫번째가 박 대표, 앞줄 가운데가 선친이다.

1953년 7월 부산 영도구 봉래시장에서 출발한 삼진어묵은 올해가 창업 63년째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업체이다. 부산기네스에는 '가장 오래된 어묵제조 가공소'로, 부산발전연구원 선정 '2014년 부산 10대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영도, 장림, 감천 등 3곳에 가공공장이 있으며 영도 본점, 부산역점,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서면), 동래점, 기장 롯데몰 동부산점 등에는 직영매장을 두고 있다.

부산역점은 전국 코레일역사를 통틀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매장 역시 식품관 내 매출 1위, 롯데몰 동부산점 매장도 의류를 포함한 아웃렛 전체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묵의 본고장 일본에 2억원어치의 어묵을 수출한 데 이어 호주,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지역을 늘려가고 있으며 올해는 중국 유명식품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진행 중이다. 삼진어묵은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50여명 내외이던 직원을 올 들어서는 250여명 수준까지 늘렸다.

2014년 부산 10대 히트상품 선정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데이. 다, 사람이 묵는 거 아이가." 박종수 삼진어묵 대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마음 깊이 되새기곤 한다. 바로 삼진어묵 창업자이자 선친인 박재덕(1995년 작고) 선생이 자신에게 물려준 가장 빛나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30∼4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지만 그 맛에 한 번 빠져들면 결코 잊지 못해 바로 찾는다는 삼진어묵의 명성은 고객에 대한 이 같은 마음가짐과 수제어묵을 고집하는 장인 정신이 그 바탕에 있다.

밀가루를 넣지 않고 전분을 이용해 생선살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린 것이 삼진어묵 맛의 비결이다. 박종수 대표는 지금도 직접 재료를 준비할만큼 열정적이다.

박 대표는 "맛을 중시한 선친의 뜻에 따라 어묵고로케 같은 고급제품은 밀가루를 넣지 않고 전분을 이용해 생선살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린 것이 삼진어묵 맛의 비결"이라며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날 쓸 감자와 고구마 등을 직접 사서 재료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선친의 가업을 물려받은 것은 지난 1986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박 대표는 부친으로부터 부산으로 오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직장생활이 이제 막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위로 3명의 형이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가업을 이을 수가 없었다.

박 대표는 부친의 전화 목소리 저 편으로 어린 시절 집 안 가득했던 생선 내음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어묵 만들기에 빠져들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영도 봉래시장에서 고소한 어묵 냄새에 길게 줄을 섰던 손님들이 어렴풋이 기억으로 떠오른 것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향 부산으로 향했다.

2013년 베이커리형 매장 열어 '대박'

박 대표가 태어난 1953년은 6·25전쟁으로 난리통이었던 시기. 혼란의 시기에 선친은 봉래시장에 어묵공장을 열었다. 박 대표는 어릴 적부터 일을 도왔다. 명절 때면 사나흘 잠도 못자면서 온 가족이 달라붙어 수제어묵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가업을 이어받는 데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고 한다.

막상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어묵사업은 기대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온갖 맛난 먹거리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어묵을 만들어 내도 팔리지가 않았다. 위기였다. 도전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끊임없이 새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박 대표의 아내가 직원 점심 메뉴로 나온 돈가스를 보고 "어묵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 보면 좋겠다"며 시도한 것이 '대박'이 났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 용준 씨는 베이커리형 매장을 시도했다. 빵처럼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형 매장은 큰 성공을 불러왔다. 그야말로 대박에 대박이 난 것이다.

어묵 베이커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어묵고로케.' 치즈와 카레, 고구마 등 고로케 속을 어묵으로 두툼하게 감싼 뒤 빵가루를 입혀 살짝 튀겨 냈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인 히트를 쳤다.

박종수 대표가 삼진어묵 본점에 위치한 어묵박물관에서 어묵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좋은 재료·장인정신으로 만든 수제어묵

박 대표는 삼진어묵이 베이커리 형태의 수제어묵을 고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장인 정신을 들었다.

"베이커리 형태의 어묵으로 성공하려면 빵집처럼 종류가 많아야 한다. 삼진어묵은 현재 60여 가지의 어묵을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종류를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지난 1980∼90년대 대부분의 어묵업체들이 생산효율을 위해 수제어묵 기술자 대신 기계를 들여왔지만 삼진어묵은 수제어묵 장인들을 지켜낸 것이 오늘날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형태로 고급 어묵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려면 기계보다는 사람이 낫고, 수제어묵 장인들이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선친의 가르침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 남는 것이 없더라도 늘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항상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언제나 좋은 재료를 썼다. 원재료에 드는 비용을 줄여 당장의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금은 잠시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연육 가격이 오를 때에도 어묵 내 연육 함유량을 결코 줄이지 않았다고. 연육함유량을 줄이고 밀가루를 넣는다면 당장은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식감과 맛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것이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선친으로부터 내려온 이 철학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

박 대표는 삼진어묵의 명성이 높아진 만큼 부산지역 사회를 위한 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도구 행복장학회에 2천만원을 기부했으며 올 1월에는 창립 63주년을 기념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어묵 2만2천493개를 전달했다. 1953년 7월 1일 창립일로부터 2015년 1월 29일까지 총 2만2천493일과 일치하는 수이다. 어묵역사관도 설립했다.

박 대표는 "불행하게도 우리 어묵은 많은 자료를 남기지 못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전달된 기술과 레시피는 어묵산업 발전을 더디게 한 요인이다. 앞으로라도 어묵과 관련된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해 후대에 물려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역사관을 만들었다. 삼진어묵역사관은 삼진어묵만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 어묵업계 전체를 위한 것이다"라고 들려줬다.

박 대표는 삼진어묵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부산과 부산시민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이었다며 더 다양하고 맛있는 제품을 개발해 어묵도시 부산의 명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력에도 힘을 더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작성자
조민제
작성일자
2015-04-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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