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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633호 기획연재

한 점 그림으로 세상 밝히고 맑힌다

부산이야기 - 국내 유일 선서화 인간문화재 성각스님
고요하고 향기로운 선禪 예술의 진수… 화선지에 선묵일여·다선일여 세계 구축

내용

산과 함께 살다보니 어느덧 산을 닮았다. 성각(成覺)스님, 그가 화선지에 그려내는 산은 그를 닮았다. 산이라야 일필휘지로 내리치는 먹선 한 가닥. 한 치 머뭇거림도 없는 힘찬 붓놀림이다. 삼라만상이 한순간에 화선지 속에 들어차 짙은 묵향을 내뿜는다.

일체의 분별을 벗어난 무심필(無心筆),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세계가 이런 것인가. 꾸밈이 없고, 묘사가 없다. 그저 점 하나에 천지자연이 살아 숨쉬고, 선 하나에 부처와 중생이 함께 웃는 가벼운 운필이다. 군더더기 없는 선화(禪畵)는 세속을 넘는 파격이요, 오랜 수행의 알갱이가 녹아든 고요의 경지다. 그가 그려내는 그림은 절제와 농축의 과정을 거친 명징한 시어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죽비소리 같은 큰 울림을 준다. 선서화(禪書畵)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성각(成覺)스님의 작품세계가 그렇다.

성각스님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은 인간문화재다. 선서화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은 성각스님이 국내에서 유일하다(사진은 선서화를 그리고 있는 성각스님).

국내 유일 선서화 인간문화재

그는 경남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 천년고찰 망운사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원각선원을 오가며 수행생활을 해오고 있다. 생활하는 것이 자신의 호처럼 소암(素巖)이요, 자신의 표현대로 산인(山人)이다. 하늘을 나는 새가 허공에 자취를 남기지 않듯, 달이 연못을 스쳐 지나도 물에 흔적을 남기는 법이 없듯, 화선일여(畵禪一如), 다선일여(茶禪一如), 승속일여(僧俗一如)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각스님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은 인간문화재다. 예술적 완성도에다, 선화에 대한 학문적 이론, 수행을 겸비한 선화승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선서화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은 성각스님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지난 4월에는 제15회 부산문화대상을 받았다. 부산문화대상은 부산문화방송과 BS금융그룹이 국가발전에 헌신한 이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권위 있는 상이다. 2008년에는 정부가 주는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선서화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것이다. 문화훈장 수훈자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언론사의 추천을 받아 엄격한 심사를 받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예사로 주거나 예사로 받는 훈장이 아니다. 그런 만큼 문화계나 불교계는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을 흔치 않은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옥관문화훈장에 부산문화대상까지

"선이란 모양도 색깔도 없는 본래 청정한 자성을 찾는 공부입니다. 저에게 그림은 곧 견성성불(見性成佛)의 과정일 뿐입니다. 더러는 제가 너무 자주 선서화전을 한다며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수행의 방법으로 초발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성각스님에게 선화는 수행법의 하나다.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단숨에 그려내지 않으면 선의 깊은 맛을 나타낼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선화다. 그것은 바로 문득 깨닫는 하나의 '깨침'이다. 이 깨침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던져주는 감동도 없다. 그렇기에 선화를 그리는 행위 자체가 깨달음의 길로 통하는 수행의 방편인 것이다.

그는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으로 맑은 선지를 모은 뒤 먹을 갈고, 붓을 잡는다. 마음을 편하게 해야 하고, 번뇌가 없어야 한다. 마음이 산란하면 붓질이 안 된다. 그래서 고요하고 맑은 시간을 택해 화선지를 펼친다. 풍경소리만 간간이 울리는 적요한 산사에서 그는 붓을 든 채 아침을 맞기도 하고, 앉은 채로 한나절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림에 염원을 담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고난에서 해탈하고, 걸림이 없고, 자제하며 살아가기를, 또한 집안이 화기애애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이지요."

그림을 보면서 한순간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지면, 세상을 보는 눈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간혹 달마에 기가 흘러 수맥을 차단한다느니, 우환을 없애준다느니, 하는 신문광고를 대하면 기가 막힌다. 중생을 속이는 것은 진실을 가장한 악이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성각스님만이 가진 그림의 특징은 아무래도 산(山)자에 있다. 그것도 기운차게 흘러내리는 산자다. 혹은 물 흐르듯 굽돌아 내리는 산이다. 산에는 수목이 있고, 물이 흐른다. 모든 자연의 흐름이 산에 있다. 인생도 결국은 산에서 왔다 산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무언의 깨우침이다.

성각스님의 작품인 '산에는 꽃이 피고 물이 흐르네'(왼쪽)와 '여여'.

물결치듯 흘러내리는 산(山) … 절제미와 파격

또한 고도의 절제미와 파격에서 그림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건 선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붓놀림 속에서 분출하는 힘, 군더더기 없는 운필로 그는 산을 그리고, 천진한 아이의 표정을 잡아낸다. 새와 돼지가 등장하고 달마와 관음보살이 현신한다. 분타리카(하얀 연꽃)와 우담바라가 피고, 물이 흐른다. 작품의 소재는 모두가 밝음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이 밝음은 불가에서 삼독(三毒)으로 일컫는 탐진치(貪嗔癡),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묘약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의 그림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원(圓)이다. 그 일원상(一圓相)은 독특하다. 무심을 나타내는 원상(圓相)은 완성형이 아니다. 그리다 만 원상이다. 원이 열려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것도, 하나의 실선이 아니다. 여러 가닥으로 끝이 갈라진 선이 이어지다 멈춘 원상이다. 원이 열려 있어 선과 악이 넘나든다. 스님은 그 원 속에 해맑은 얼굴과 웃음과 미소를 담아낸다.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담백한 미(美)를 모두 담는다. 그야말로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다. 사람의 삶도 그래야 한다는 게 스님의 삶이고, 생각이다.

※이 글의 전문은 부산 대표 잡지 '부산이야기(iyagi.busan.go.kr)' 6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작성자
글·박재관/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4-06-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3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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