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조계문
속세·사찰 잇는 독특한 네개의 기둥
- 내용
높은 초석 … 든든한 인상
목재들의 절묘한 짜임새
전국 사찰 일주문 중 유일한 '보물'사찰에서 가장 먼 곳과 속세에서 가장 먼 곳에 문이 하나 있다. 특이하게도 문짝이 없는 그 문은 속세와 사찰을 가르는 경계이면서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山門) 가운데 첫 번째 문에 해당하는 일주문(一柱門)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은 두 개의 기둥으로 세워지는 이 일주문이 범어사에 와서는 네 개의 기둥으로 변신하여 오래 눈길을 잡아끈다. 언뜻 보면 가분수처럼 쌓아올린 지붕이 아슬아슬 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듯하다. 달리 보면 두툼한 뚝심으로 버티고 선 네개의 기둥이 든든한 인상을 풍기는데, 기둥마다 초석이 유달리 높아서 돌기둥인지 나무기둥인지 얼른 분간이 서지 않는다. 배흘림 양식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기둥 사이로 족히 두세 사람은 지나갈 만큼 넉넉한 공간이 틔어서 바람이 지나가는가 싶으면 어느새 산새 소리가 드나든다. 한 줄로 나란히 세워진 이 기둥들이 온갖 진리가 하나로 흘러드는 것을 상징한다면 기둥 위에 자리잡은 육중한 겹처마 지붕과 이를 받치는 목재들의 절묘한 짜임새는 가히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그 현판에 적힌 이름대로 조계문(曹溪門)으로 불리기도 하는 범어사 일주문은 얼마 전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 가운데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제1461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범어사에 또 하나 보물을 더한 이 조계문은 광해군 6년(1614)에 묘전 스님이 처음으로 건립하였다고 전해온다.
- 작성자
- 글/김언<시인>·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06-03-0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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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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