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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394호 기획연재

동의대사건 순직 일곱 경찰관, 20년 만에 추모비…명예 되찾다

와이드 앵글로 본 부산 - 동의대사건 순직 경찰관 추모비 제막

내용

'그 밀폐된 공간 뜨거운 화염 속에
 젊음의 요람기를 미처 펴보지도 못한 채
 산화해간 꽃다운 일곱 호국 천사들 …

 우리 모두 님들의 희생 헛되지 않게
 자유 민주 수호, 민생안정 첨병으로서
 국가 소명 완수를 위해 전진해 나가리다'

부산지방경찰청 앞 동백광장에 세워진 '5·3 동의대 사태' 순직 경찰관 추모비문의 일부다. 이 비석을 세우는 데 20년이 걸렸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추모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강희락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 허남식 부산시장과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등 기관장, 유가족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동의대 사태 순국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법안을 발의중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이인기 의원도 참석했다.

참석한 유가족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들의 20년 굴곡진 삶에 비하면 1시간 남짓한 추모비 제막식은 너무 짧았다. 진작 만들었어야 할 추모비지만 고인들이 '반(反)민주 경찰관'이라는 오명을 벗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강희락 청장은 기념사에서 "그동안 유가족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며 "늦게나마 추모비가 건립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경찰의 자존심을 지키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막식을 마친 유족들은 조금은 홀가분한 표정이었으나 완전한 명예회복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고 정영환 경사의 넷째 형인 정유환(50) 유족대표는 "지난 정권 동안 유가족들은 지은 죄도 없이 죄인처럼 살아 왔다. 늦게나마 명예회복의 계기가 마련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숨진 서원석 수경의 어머니 장계화(66ㆍ포항시) 씨는 "죽어가는 아들을 23일 동안 지켜보느라 속이 다 탔다. 조금이라도 명예가 회복돼 아들에게 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편 최동문 경위를 떠나 보낸 신양자(55) 씨는 부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며 어렵게 아들을 키웠다. 그녀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돌 하나를 새로 얹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추모비는 순직 경찰관을 상징하는 가로·세로 각 1m짜리 검은 대리석 7개가 경찰의 심벌인 참수리의 날개를 부채꼴 모양으로 펼친 모습이다. 조각가인 세명대 문종승 교수의 작품이다. 대리석 뒷면에는 순직 경찰관 추모시를 새겼다. 추모비 건립비 7천만 원은 부산경찰청 예산으로 충당했다.

동의대 사건은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에서 학생들이 입시부정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전투경찰 5명을 납치, 도서관에 감금하면서 비롯됐다. 경찰은 다음날 전경을 구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진입했지만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면서 화재가 발생, 경찰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다.
동의대생 77명이 구속되고 1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2002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포함해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하고 1인당 평균 2천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작성자
글/김상진 중앙일보 사회부문 기자
사진제공/동아일보
작성일자
2009-10-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39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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