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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벼랑 끝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피워 올린 강철의 꽃을 만났다

부산은 지금_부산을 걷다_감천문화마을

내용

오래된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벼랑 끝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피워 올린

단단하고 부드러운 강철의 꽃을 만났다

 

 

이곳,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는 이곳, 감천문화마을에 한번쯤 들러보자. 동네 마실 다니듯 좁은 골목을 걷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퇴적된 시간의 거름냄새도 맡을 수 있다. 마을을 걸으며 막 시작된 가을의 햇살과 바람에 묵은 짐들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마을이 품고 있는 지극한 힘이 있는 까닭이다.

 

 

부산을 걷다-감천문화마을02

감천문화마을의 가파른 계단.


유명(有名)은 감천문화마을의 현재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존재에는 그늘이 있는 것처럼 감천문화마을에도 그늘이 있다. 처음 마을이 만들어진 역사와 고난과 응전으로 삶의 터전을 지켜온 마을사람들의 수고는 유명의 그늘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 그늘조차 서늘한 곳이 여기다. 마을의 힘은 실재로서의 공간과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이들의 합일로 만들어진다. 이곳의 역사를 안다는 건 이곳과 이곳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길, 잠시 감천문화마을의 역사를 살펴보자.

 

부산을 걷다-감천문화마을

 

태극도 신자·피란민 정착촌으로 시작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 피란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같은 골목길의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문화예술을 가미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지금은 연간 185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명소가 되었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집들과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있어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불린다.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천문화마을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그림같은 마을의 풍경을 즐기면서, 골목골목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감천문화마을 내 입주작가들의 공방을 통해 다양한 공예 체험도 가능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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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 전경.


한국관광공사가 펴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감천문화마을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가 빠뜨리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 마을은 민족종교의 하나인 태극도 신도들이 이주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1950년대 태극도 신도들과 6·25 전쟁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살면서 생긴 마을로,  지금도 태극도의 본부가 있다. 그동안 태극도마을이라는 이름의 낙후된 동네로 알려졌으나 '보존과 재생'을 바탕으로 진행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부산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합심해 담장이나 건물 벽에 벽화 등을 그리는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돼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201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공무원들이 도시재생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25회에 걸쳐 외국 공무원과 국제기구 관계자, 외신 기자 등 500여 명이 다녀갔다.
감천문화마을의 역사와 현재를 종합하면 대략적이나마 이렇게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을 몇 줄로 요약하는 건 분명 무리지만, 이 짧은 서술 속에는 감천문화마을의 역사와 현재, 미래가 압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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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의 명물인 설치예술작품 어린왕자.

 

시간이 퇴적된 가장 '힙'한 여행지
부산으로 여행 온 이들에게 부산에서 가장 '힙'한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감천문화마을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마을에 가보면 이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사람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좁은 골목길에 낮게 울려 퍼지는 다양한 언어는 이곳이 대한민국 부산만의 마을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골목길을 순례하는 여행자들이 감천항 앞바다의 사리 물때처럼 좁은 골목을 넘실거리며 출렁인다. 감천문화마을을 걷는다는 건 부산에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간 가늘지만 단단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감천문화마을은 마을 중앙도로를 중심으로 수많은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뻗어있다. 하나의 골목이 하나의 역사다. 골목마다 마을의 결들이 하나씩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문득 뒤돌아보면 현기증으로 눈앞에 별이 보인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어려웠던 시절의 아픔이 계단 이름에 남아 있다. 계단이 148개라 148계단으로도 불린다.


집 프로젝트 투어·방문 스탬프는 걸으면서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작은박물관-하늘마당-감천달빛도너츠-소행성B612-평화의 집-현대인-빛의 집-감내어울터-멍멍이가 있는 집-감내골행복발전소-감천향토소금상회-희망메시지를 찾아 스탬프를 찍으면 완성된다. 12곳을 다 방문하려면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가파른 경사로와 골목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마을의 구조 때문에 더러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감천문화마을 마니아들은 "길을 잃어봐야 감천문화마을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길을 잃은 후 비로소 만나는 속살
길을 잃은 후 비로소 만나게 되는 깊은 울림이 이곳에 있다. 가난과 억압에 쫓겨난 사람들이 피워 올린 삶의 의지를, 그 단단한 강철의 꽃을.
문득 이솝 우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
삶의 벼랑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이 만든 강철의 꽃, 가을에는 한번쯤 이 작은 마을을 느리게 걸어볼 것.

 

 

                                                                                                                                                   글·김영주  사진·권성훈 

김영주 기사 입력 2019-08-30 다이내믹부산 제201909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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