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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죽은 넋들이 살아있는 청년을 일깨우다

부산을 걷다 ③ - 남구 청년 평화의 길 / 푸른 청춘과 녹색 평화가 어울려 '하나'되는 길

내용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죽음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킨 넋들을 기리는 6월의 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특히 부산의 6월은 남다르다. 젊은 목숨을 던져 세계 평화의 제단에 바친 세계의 젊은이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일제에 강제로 끌려갔던 강제징용 노동자와 위안부의 넋을 위로하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있다. 유엔기념공원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하나의 길 위에 있다. 남구 '청년 평화의 길'이다.

 

남구 청년평희길 메인사진

  ▲ 남구 '청년 평화의 길'은 단순한 걷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묵상과 기도를 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 양쪽으로 초록의 메타세쿼이아 가 기도하듯 도열해 있다. 


'청년 평화의 길'이라는 이름은 우연히 붙여진 게 아니다. 푸르디 푸른 청년의 목숨으로 지켜낸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각인시킨다. 그래서 여느 곳보다 부산의 6월은 더 아프고 시리다.
'청년 평화의 길'은 남구 대연동에서 용당동까지를 잇는 4.5㎞ 길이다. 이 길은 '평화'라는 추상을 생생하고 구체적인 현실로 펼쳐 보이는 특별한 길이기도 하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인 유엔기념공원은 주검으로 누워있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가 하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하는 명상의 길이기도 하다.

 

남구 청년평화길 두번째사진

 ▲ 부경대 안에 있는 워커 하우스.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시작하는 남구 '청년 평화의 길'로 나선다.
이 길은 흔한 도심 길과 같으면서 다르다. 삭막한 도시에 생명의 그늘을 드리우는 녹색의 도심공원과 인파로 넘치는 사람 번잡함을 지나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순의 공간이 펼쳐진다. 그 곳은 바로 유엔기념공원이다. 남구 대연동에 자리한 유엔군 묘역은 인근 경성대·부경대 대학로와 이어져 있다. 죽은 청년들과 살아있는 청춘들이 공존하는 길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과 소통이라는 역사의 의미를 일깨우는 기막힌 인연이다. 부산시민들은 그곳을 언제부턴가 '청년 평화의 길'이라 부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길은 시작된다. 번화한 대학로의 한가운데에 있는 새로운 명소 문화골목을 지나 부경대 워커하우스-유엔기념공원-부산문화회관-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유엔평화기념관-평화공원-유엔조각공원-용당동 동명불원 앞 사거리로 이어진다.

 

남구 청년평화길 문화골목

 ▲ 경성대 인근 문화골목은 빈 집과 골목을 이어 새롭게 탄생시킨 문화공간이자 이색 명소다.


경성대 인근 문화골목은 빈 집과 골목을 이어 새롭게 탄생시킨 문화공간이자 이색 명소다.부경대 캠퍼스 안에 있는 워커 하우스는 '6·25전쟁' 당시 미 8군 사령부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당시 사령관이던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따서 워커 하우스로 부른다. 워커 하우스는 '6·25전쟁' 이후 교수와 학생들의 식당으로 사용되다 1995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워커 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엔기념공원이다. 이곳은 묘지다. 유엔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호주·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터키·영국·미국 등 7개 국 용사의 묘역이 있다.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기는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역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추모관이 있다. 1964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했다.  외관은 삼각 모양인데, 전몰 장병을 추모하는 뜻을 담았다. 유리창에는 평화의 사도, 승화, 전쟁의 참상, 사랑과 평화를 의미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입혔다.

 

남구 청년평화길 유엔묘지

▲ 6·25전쟁에 참전해 숨진 유엔군 병사들의 넋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


유엔기념공원 주변은 걷기의 천국이다. 근처에 부산문화회관, 부산박물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다. 부산문화회관 주차장에서 석포초등학교를 지나 주차장으로 오르면 강제동원역사관이 보인다. 역사관 4층에서 광안대교와 유엔기념공원, 이기대 등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가 강제 동원한 이들의 사진과 유품, 증언 영상과 수기, 각종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악명 높았던 조선인 노무자 숙소 '다코베야'와 탄광 등을 재현하고 일본군 위안소의 모형도 전시해 당시 실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유엔기념공원은 '청년 평화의 길'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은 젊은 넋들의 외침같다. 때로 울음이고, 때로 절규로 펄럭인다. 대숲에 서걱대는 바람소리에도 옷깃을 여미게 된다. 유엔기념공원의 경건함은 '청년 평화의 길'을 독특한 공간으로 만든다.  이곳에 서면 걷기는 기도로 바뀐다. 단순한 운동으로서의 걷기를 넘어 죽은 자들을 추모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기도하며 명상하게 된다. 길 양 옆으로 나란히 도열해 있는 메타세쿼이아는 기도하는 나무같다. 나무가 기도하는 길을 매일 기도하며 걷는 이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박철 목사다.
시인이자 기도하는 목회자로 유명한 박철 목사는 매일 이 길 위에서 걷고 기도하고 묵상한다. 걷기예찬론자이기도 한 그는 걷기와 명상을 동시에 하기에 '청년 평화의 길'만큼 적당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유엔군 젊은이들의 넋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 일원은 영성을 일깨우고 인간의 숙명인 삶과 죽음의 존엄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최고의 명상처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늘 길 위에 계셨지요. 부처님의 일생도 길에서 태어나 길을 걷다가 길 위에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길은 떠남과 버림으로, 곧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임을 길 위의 삶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 길은 어느 누구도 시시비비를 하지 못하고,  각자 주어진 몫만큼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고통의 길이자 좀 더 가볍게 가고자 하는 평화의 길이기도 합니다.

 

남구 '청년 평화의 길'에서 평화와 기도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만난다.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와 전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가, 이름도 몰랐던 낯선 타국에서 산화된 젊은 넋들과 이름 모르는 타국 청년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을 들른 숱한 발걸음들이 이 길 위에서 만난다. 세대와 세대를, 국경과 국경을 잇고 넘으며 도저한 강물로 흐르는 평화의 물결이 이 길에 흐른다. 6월에 걸어야 할 부산의 길, 남구 '청년 평화의 길'이다.

 


                                                                                                                                                                    글·김영주 사진·권성훈
 

김영주 기사 입력 2019-05-31 다이내믹부산 제201905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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