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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오래된 숲길을 걷는 즐거움 부산 역사와 문화에 내 삶을 포개다

보행친화도시-부산을 걷다①-어린이대공원 일원

내용

리베카 솔닛은 '걷기'를 인문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묵직한 책을 썼다. 국내에도 번역된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라는 단순하고 지속적이며 의지적인 인간의 행위에 담긴 역사적·철학적·문화적·사회학적 맥락을 탐색했다. 솔닛은 이 책에서 현대사회가 걷기에 주목한,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걷기는 나보다 앞서 걸었던 사람이 보았던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을 받아들이는 행위다.

 

보행친화도시 부산을걷다 어린이대공원01 

 

다시, 걷기다.
부산광역시는 바다 산 강이 그윽하고 유장하게 흐르는 삼포의 도시 부산을 걷기 좋은 '걷기 친화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걷기 좋은 도시 부산 프로젝트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걷기 육성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기존 사업이 일상과 살짝 벗어난 일종의 트레킹 길을 만들고 가꾸는 사업이었다면 민선 7기의 걷기 좋은 도시 부산 만들기 프로젝트는 일상의 시공간 속으로 걷기를 끌어들인다. 사회·문화적 행위로서 걷기의 의미를 한껏 키운 것으로, 2019 부산 도심보행길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삶의 공간인 도심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도록 끊어진 길을 잇고, 장애인과 노약자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게 된다. 일상 속으로 들어온 걷기, 일상과 함께 하는 걷기. 비로소 걷는다는 행위는 확장되고 깊어지게 됐다. 삶과 함께 하는 걷기, 일상과 함께 하는 걷기를 통해 부산 도심의 길과 골목, 산과 강, 바다를 에두르는 길들은 유희의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오게 됐다.

 

보행친화도시 부산을걷다 어린이대공원02 

  ▲어린이대공원에서 걷기와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어린이대공원은 일상과 함께 하는 걷기에 가장 적합한 곳 중 한 곳이다. 백양산 자락에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울창한 숲과 아담한 계곡, 그 사이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오래된 길이 이어져 있다.
지리적으로 부산의 중심인 서면에서 차로 딱 십 분 거리에 있어서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 말은 부산의 심장에 초록의 숲과 숲 사이로 유장하게 굽이치는 길이 있다는 말이다. 부산 어디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도심 한가운데에 초록의 숲과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사람과 짐승이 함께 만든 길
어린이대공원은 먼 옛날부터 부산사람들이 걸었던 길이다. 백양산을 넘어 장꾼과 물목이 오갔고, 토끼와 고라니, 여우가 남긴 발자국 위에 장꾼과 산꾼의 발자국이 포개어졌을 것이다. 마침내 길이 생겼다. 산에 기대어 목숨을 이어오던 뭇생명과 시간과 노동이 함께 만든 길이었다. 어린이대공원 길은 옛 사람이 걸었던 시각과 인식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행위라는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정의를 곰곰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어린이대공원이 더 애틋한 이유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이 자연의 품안에서 걷고 뛰어놀며 생각과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가꾸어 왔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숲길이기도 하다. 막 걸음마를 뗀 아가도 아장아장 걸을 수 있다. 근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도 무리없이 걸을 수 있는 길,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야트막한 경사로를 따라 너끈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보행친화도시 부산을걷다 어린이대공원03 

  ▲어린이대공원 친수공간에서 놀고 있는 가족.

 

 

오래된 길은 이야기가 있다. 어린이대공원도 그렇다. 공원 정상에 있는 성지곡수원지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등록문화재 제376호인 성지곡수원지는 100여 년 전 부산사람들이 마시던 물을 담아두었던 저수지였다. 1907년 4월 착공, 2년 5개월 뒤인 1909년 9월 준공했다. 공사 착공 당시 부산 인구는 4만 남짓이었는데 5만5천 여 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이 수원지를 만들었다. 수원지가 준공되면서 서면~수정동에 이르는 지역까지 수돗물을 공급했다. 백여 년 전 부산사람들이 마셨던 물을 담았던, 현대 부산의 첫 샘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백년 역사 성지곡수원지 고요한 정취
70여 년 가까이 부산사람들의 목을 축여주었던 성지곡수원지는 1971년 낙동강 상수도공사가 완공돼 1985년 1월부터 용수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성지곡수원지는 부산의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은 산정 호수로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그 물살은 고요하고 그윽하다.
어린이대공원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보행 약자를 위해 걷기에 좀더 편하게 만든 나무데크 길과 산길을 넓히고 다져서 만든 산책길이 있다. 어느 길로 가든 두 길은 성지곡수원지 자락에서 만난다.


이 길을 걷는 재미는 구석구석 숨어있는 배려에 있다. 걷다가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어김없이 삼림욕장, 금연동산, 가족친수공간이 있다. 부산의 역사와 문화예술도 만날 수 있다. 평화의 소녀상, 김정한 선생 문학비, 이수현 추모비, 사명대사 동상 및 충의비, 박재혁의사 동상, 부산항일학생의거기념탑이 그것이다. 부산을 지키고 가꾸었던 옛 사람들의 삶과 만날 수 있는 어린이대공원 길은 나보다 앞서 길을 걸었던 선인들이 새겨놓은 발자국에 내 삶을 포개는 걷기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편백나무 숲길로 한 발을 내디딘다. 지난 부산의 역사와 현재 부산의 역사가 포개진다. 부산을 만나고 느끼고 다시 부산으로 합쳐져 흐르는 유장한 시공간이 어린이대공원에 있다. 

 

 

                                                                                                                                                                                글·김영주 사진·권성훈



 

김영주 기사 입력 2019-05-01 다이내믹부산 제201904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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