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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문화관광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달달~한 막걸리 '한 잔'… 원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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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분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마시는 달달~한 막걸리 한 잔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막걸리는 여름과도 어울린다.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살얼음 동동 띄운 막걸리를 마시면서, 신선놀음을 할 수 있으니까. 더운 여름에 마시는 소주, 추운 겨울에 마시는 맥주는 뭔가 어색하다. 어떤 계절에도 어떤 무드에도 잘 어우러지는 게 막걸리다.

부산대학교 앞 한 켠에 자리한 원촌은 이런 막걸리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진 막걸리집이다. 나무, 말린 시래기, 장독이 곳곳에 놓인 마당 한 가운데는 두 개의 평상이 자리하고 있다. 출입문 정면에는 가운데 큰 테이블과 여러 작은 테이블이 놓인 안 채가 있다.

또, 마당을 둘러싸고는 5~6개의 독립된 바깥채가 있다. 추운 몸을 한 순간 나~른하게 무장해제 시킬 따땃한 아랫목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 이 곳에서 달짝지근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서 마음까지 무장해제 되는 사람이 많단다. 그도 그럴것이, 남녀가 단 둘이 몇 시간씩 파전 하나에 막걸리 한 사발만 시킨다고 해도 누구 하나 관여하는 법이 없으니.

주인장 김군자 씨는 말한다.

“우린 매상에도, 손님한테도 신경 안 써. 손님한테 신경 안쓰는 게 그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거거든. 두 사람이 골방에 들어가 있어도 노크 한 번 안해.” (하면서 소녀처럼 꺄르르 웃는다.)

공간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니, 많은 사람이 이 곳을 찾는다. 재밌는 사람도, 사건도 많았단다. 마당에서 결혼식도 해봤고, 국악 공연도 했었단다. 학생들이 방 안에서 자기들끼리 가야금이나 대금을 연습하는 경우도 있단다. 안채에서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그러나 의외로 김군자 씨는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마당에서 했던 클래식 4중주를 떠올렸다. 첼로 소리가 좋았노라고, 풍경과 정말 잘 어우러지더라고-.

그렇다고 너무 클래식하진 않다. 사물놀이처럼 사람들 속에서 섞이는 공연도 연다. 김군자 씨는 “사람이 많을 땐 사물놀이 같은 공연이 어울려. 시끄러운 사람 소리가 시끄러운 악기 소리와 만나는데도, 시끄럽지 않아” 라고 말한다. 동서고금도, 상하고저도 없이 이 공간은 각양각색의 사람을, 음악을, 문화를 포용한다.

89년. 원촌이 처음 생긴 시기다. “그 때에는 이런 막걸리집이 없었어. 누구도 따뜻한 아랫목을, 바람 부는 평상을, 달짝지근하고 여유로운 이 술을 찾는 사람이 없었지.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도 없지. ‘웰빙’ 붐과 함께 막걸리가 ‘뜨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회는 여유를 사치로 여기잖아. 사람들은 아파트에 갇혀 흙냄새 나무냄새를 맡질 못하면서, 점점 사람 냄새도 잃어가고….”

89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군자 씨는 이렇게 ‘우리 것’을 통해 사람들을 포용하고 어루만지고자 했던 것 같다.(물론 여기서 ‘우리’는 배척의 ‘우리’가 아니라 더 큰 ‘우리’다.)

“‘우리 것’을 보여주고 싶어. 지금은 보는 세상이니까. 이런 문화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어. 자연 냄새도 맡게 해주고 싶고. 이런 냄새를 맡으면서 크면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겠나 싶어.”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사람 냄새가 난다.

작성자
이용빈
작성일자
2011-10-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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