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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유연함·차이 인정·입은 닫고 귀는 열고 … 고집과 아집 버리기… 현명하게 나이 먹기 … 변화와 연륜·나이듦의 지혜 발휘할 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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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 | 부산시 수영구




재작년 현직에서 퇴직했다. 지금은 동연배들과 달리 역할이 더 많아졌다. 어떤 때는 선생님이 됐다가, 어떤 날엔 할배가 됐다가, 또 어떤 시간엔 원장님이 되기도 한다. 아내가 운영하는 창의놀이심리상담연구소에서 놀이치료사로 근무하며 운영을 돕고 있다. 퇴직하기 전 40년 몸담은 마지막 종착지는 대기업 상무이사 임원이었다. 그곳에서는 결재를 기다리며 피드백을 듣길 원하는 직원들이 줄을 섰고 늘 내 의중을 살폈다. 그런 생활은 퇴직과 함께 완전 역전됐다.

놀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끌어내기에 가장 알맞은 행위다. 한부모 가족이나 조부모 가정 등의 양육자들이 상담을 받을 때는 항상 아이를 함께 데려온다. 양육자들이 상담을 받는 동안 내 역할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놀이는 놀이치료사라는 자격증 취득과 사이버대학에서 심리상담을 다시 공부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살폈고,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이야기 했다. 어떤 모자 가정 아이들은 수학 문제를 함께 풀고 레고를 함께 만들어가는 나에게 자상한 아버지같다고도 했다. 조손 가정에서 할머니와 사는 5살 꼬마와 놀이치료를 할 때면 `할배, 할아버님, 하부지' 등 다양한 할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이며 또 함께 노는 친구가 된다.

요즘 부쩍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래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노인이란 예로부터 경험과 경륜으로 삶의 지혜를 간직한 사람이다. 마을의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노인'이란 어감은 그저 `나이만 많이 먹은' 부정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존경할 만한 시대의 어른이 되지도 못한,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이 된 것이다.


이번 여름 광화문 집회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코로나19 여파가 바로 그런 예인 것 같아 한 사람의 나이 든 연장자로서, 젊은이들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어른이 한 모든 행동들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럼에도 책임지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는 행태는 참으로 낯부끄러웠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던 영화 `은교'에서의 대사처럼 늙음이 분명 `벌'은 아니겠지만 `무조건적인 양보와 존경을 받아야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보여준 유연성과 항상 배우려는 자세는 더 이상 영화 속 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세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연함을 가지고, 입은 닫고 귀는 열어두고, 고집과 아집도 버리기로 하자. 우리의 생각보다는 다음 세대, 앞으로 더 많은 삶을 살아갈 젊은이들의 다른 생각 차이에도 귀기울여 보자. 코로나19를 만나 더 어려워진 이 시대를 `어른다운 어른'으로 또 한번 슬기롭게 헤쳐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 상담에도 할배가 되고 존칭어가 사라진 놀이와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설령 `할배, 노인네, 노친네, 꼰대나 틀딱'이란 호칭을 들어도 가볍게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도 부려봐야겠다. 그것이 어른만이 가진 `연륜'이라는 능력이니까. 이번 추석에는 딸들과 사위들에게 영상통화로 인사하자고 말해야겠다.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마음으로 전하는 추석'을 보내자고 말하는 게 연륜을 발휘하는 나이듦의 지혜가 아닐까.
 

작성자
김향희
작성일자
2020-09-28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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