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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애인같이 아름다운 가을길을 걷다

범어사 옛길·흰여울마을길·일웅도 생태탐방로… 자연미 살아있고 이야기 품은 부산의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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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을길,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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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랩 수작 대표이자 전 국제신문 기자 박장희 대표 

박창희_스토리랩 수작 대표, 전 국제신문 기자)


문득 걷고 싶어진다. 그것도 격렬하게. 가슴은 푸근함으로 방망이질치고, 심장은 피스톤처럼 작동한다. 걷다 보면 세상잡사가 저절로 씻긴다. 기분이 좋아진다. 가을날 걷는 것은 한 첩의 보약이요 청복(淸福)이다. 가을, 부산, 걷기를 화두로 집을 나서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부산 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면 바로 움직인다. 앞뒤 재고 말고 하지 않는다. 마음이 내키면 행동은 스프링이다. 살면서 도반(道伴), 즉 길동무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인가. 외롭고 고단한 삶의 노정에 마음 통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지복(至福)이다.

친구가 없다면? 길을 친구로 만들면 된다. 길이 무생물이라고? 그렇지만은 않다. 무인지경의 산길이 아닌 이상, 길에는 그 나름의 역사나 애환, 삶의 발자취를 남겨놓는다. 가만두면 무생물이지만, 말을 걸면 조곤조곤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반에게 먼저 소개할 애인(?)은 금정구 범어사 옛길이다. 1천 년 이상의 역사와 애환을 간직한 옛길이다. 도시철도 범어사역 5번 출구에서 경동아파트 옆 계명봉 자락으로 접어들면 호젓한 오솔길이 나타난다. 옛날부터 경허, 용성, 성철, 동산스님 등 범어사 큰스님들과 동래부 관원들이 오갔던 길이다. 지금은 가느다란 오솔길이지만, 있을 것 다 있다. 가파른 초입부를 지나면 대숲길, 크로톤숲길, 참새미와 금어동천(金魚洞天) 석각, 서낭당, 비석골을 차례차례 지난다. 거리는 범어사 입구까지 약 2.5㎞. 너무 짧아 샘통 나는 길이다.

부산에는 사실 이런 좋은 길이 적지 않다. 말 나온 김에 딱 두 군데만 더 소개한다. 영도 흰여울 마을길과 일웅도(을숙도) 생태 탐방로다. 흰여울길은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를 낀 마을길로 남항 묘박지의 웅장한 바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스다. 골목에서 마실 나온 주민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일웅도는 개발의 아픔을 간직한 모래톱이지만, 생태복원을 거쳐 걷기 명소로 거듭났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대자연의 품에서 삶의 여정과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 운치 그득한 곳이다. 요산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 작품 배경도 여기다.
어떤 게 좋은 길인가? 사람마다 잣대가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인 조건은 흙길이어야 하고, 자연미가 살아있는 길이면서, 무엇보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길을 길답게 만드는 원천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일본인 의사 나가오 가즈히로는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고 강변한다.동서고금의 걷기 예찬은 끝이 없다.

하나은 기사 입력 2019-11-04 다이내믹부산 제201912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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