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역사를 만나는 갈맷길 코스>
부산 곳곳을 누비는 9개의 갈맷길 중에는 부산의 역사를 품은 길도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부터 항일독립운동과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 시기 등 부산의 옛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은 역사의 현장을 걷다 보면 부산이란 도시가 어떻게 성장했고 발전해왔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속에 스민 부산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걸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갈맷길 3코스 1구간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는 갈맷길 3코스 1구간은 UN기념공원과 우암동 소막마을을 지나 부산진시장까지 이어진다.
도심을 지나는 코스라 바다나 산, 강을 끼고 걷는 갈맷길에 비해 걷는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부산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 갈맷길보다 흥미진진한 길이다.
이기대를 벗어나 용호동으로 접어들면 UN기념공원을 만난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목숨을 잃은 11개 나라 UN군 장병들이 잠들어 있다.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로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이다. 근처의 유엔평화기념관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함께 둘러보자.
유엔평화기념관에선 한국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의 과정을, 강제동원역사관에선 일본으로 끌려가 고된 노동을 했던 조선인 노동자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삶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부산의 다양 유산과 자료를 만날 수 있는 부산박물관을 지나 우암동에 도착하면 소막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소를 수탈하기 위해 검역소와 막사를 설치해둔 곳으로 한국전쟁 땐 피란민들의 임시 거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쟁의 참상과 피란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갈맷길 3코스 2구간
갈맷길 3코스 2구간은 부산의 근현대사가 집약된 곳이다. 길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코스 2구간의 초입인 좌천동 일대는 항구도시 부산의 뿌리인 부산포가 있던 곳이다.
일찍이 왜관이 설치됐던 국제항으로 강화도조약으로 부산항이 개항한 이후엔 해외 문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땐 침략과 수탈의 길이기도 했다. 저항은 거셌다.
부산·경남지역 최초의 신여성 교육기관이었던 부산진일신여학교를 시작으로 부산 각지에서 만세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 일대(동구)에서 배출한 독립운동가가 부산에서 가장 많은 건 우연이 아니다. 일신여학교 옆 벽에는 이들을 기리는 부조와 기미독립선언서가 설치돼 있다.
수정동을 지나 초량까지 이어지는 산복도로는 피란수도 부산의 아픔과 애환이 서린 곳이다.
도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리면서 산꼭대기까지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지금의 산복도로를 만들었다.
168계단을 중심으로 급한 경사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부산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산복도로를 벗어나 구도심인 광복동 일대로 접어들면 올드 부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보수동 책방골목, BIFF광장,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멋과 맛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연이어 등장한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한 부산근현대역사관은 해방 이후 피란수도와 산업화 시대, 민주화운동 시기 등의 부산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갈맷길 5코스 3구간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 영도와 달리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외진 곳이었지만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이제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부산의 최남단 섬이라 예로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임진왜란 땐 부산 앞바다로 몰려오는 왜선을 최초로 발견해 봉화를 올렸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러일 전쟁 땐 일본군이 가덕도를 군사 거점으로 점찍었다. 외양포 주민들을 쫓아내고 포진지를 구축했다. 지금도 포대 터와 탄약고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항마을에는 포진지 동굴이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결사항전을 위해 1944년부터 파놓은 동굴요새다.
바닷가를 따라 놓인 데크길을 따라 가면 커다란 포를 내건 동굴 입구가 나타난다.
모두 5개의 동굴이 개방돼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다. 근처 세바지 마을에도 포진지와 인공동굴들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