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에서 만나는 부산의 맛>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부산 곳곳을 누비며 부산의 매력을 듬뿍 느끼는 갈맷길 여행. 그 여정에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미식탐험이다. 부산의 산과 강, 바다에서 길러낸 제철 식재료에 부산 특유의 미각이 더해진 음식들은 부산 여행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비밀무기다. 부산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음식 중에서 가장 부산스러운 음식들을 골라 소개한다. 갈맷길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건 물론이고 부산 사람들의 식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갈맷길 맛 기행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용호동 합천국밥집(3코스 1구간)
돼지국밥은 부산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부산 사람들의 피에는 돼지국밥 국물이 흐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인 까닭이다. 부산 돼지국밥의 역사는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란민들이 돼지뼈로 국물을 우려내 밥을 말아 먹던 것이 시초다.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돼지국밥은 한국식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았고 저렴하지만 든든한 한 끼로 부산 사람들의 소울푸드가 됐다. 갈맷길 3코스 1구간이 지나는 용호동에 위치한 합천국밥집은 잡뼈 대신 앞다리뼈로만 육수를 내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는 토렴으로 군내를 잡았다. 부드럽게 잘 익은 돼지고기는 감칠맛이 넘친다. 내로라하는 특급호텔 레스토랑들을 다 제치고 미슐랭 빕구르망으로 선정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2. 우암동 내호냉면(3코스 1구간)
한국전쟁이 만든 또 하나의 음식이 밀면이다. 이북에서 부산으로 온 피란민들이 고향 음식인 냉면을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시작이다. 갈맷길 3코스 1구간이 지나는 우암동에 위치한 내호냉면은 부산밀면의 원조로 통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부산으로 온 고 이영순 씨가 1919년에 북한식 냉면 전문점 ‘동춘면옥’을 열었고, 가게를 이어받은 딸이 1952년 우암동에 ‘내호냉면’으로 이름을 바꿔 가게를 이전하면서 밀면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내호냉면’의 밀면은 부산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자극적인 밀면과 달리 투박한 맛이 특징이다. 면 위에 올려 주는 새빨간 양념장이 슴슴한 육수와 어우러져 입맛을 확 당긴다. 우암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소 막사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이 터진 뒤 소 막사는 피란민 수용소로 활용됐다. 밀면 한 그릇엔 그런 피란민들의 애환과 가슴 아픈 부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3. 연화리 해물포장마차촌(1코스 2구간)
기장 바다를 끼고 걷는 갈맷길 1코스 2구간.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작은 어촌마을인 연화리에 닿는다. 젖병 모양의 등대가 포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지금도 해녀가 물질을 하는 해녀촌이기도 하다. 마을 앞에 있는 해물포장마차촌에선 멍게와 해삼, 전복, 고둥, 개불 등 해녀들이 잡아 올린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내장과 함께 푹 끓인 전복죽도 인기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함과 바다 향기는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준다. 여기에 시원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부산을 갈맷길을 연화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해산물 한 접시엔 부산의 맛과 멋이 모두 담겨 있다.
4. 칠암 일번지횟집 붕장어구이(1코스 1구간)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기장 앞바다는 풍부한 먹이와 적절한 온도로 붕장어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자연스럽게 붕장어 잡이가 성행했는데, 1960년대부터 칠암 일대에 붕장어를 취급하는 횟집과 식당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금의 붕장어거리가 조성됐다. 특히 붕장어를 잘게 썰어 물기를 빼는 독특한 형태의 회를 탄생시키면서 부산 특유의 음식으로 발전시켰다. 붕장어를 숯불에 구워서 양념을 발라 먹는 ‘붕장어 구이’도 별미다. 붕장어를 구우면 단단하던 살점이 푹신하면서도 포슬포슬한 식감으로 변한다. 여기에 매콤 달콤한 양념을 바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부산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붕장어가 사랑받는 이유다.
5. 원조18번완당발국수(갈맷길 3코스 2구간)
168계단으로 대표되는 산복도로를 비롯해 차이나타운과 40계단거리, 부산근현대역사관, 국제시장 등 갈맷길 3코스 2구간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고 걷는 길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 근처의 대한민국 임시수도 기념거리까지 포함하면 부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임시수도 기념거리 앞에 위치한 원조18번완당발국수 역시 부산의 근현대사를 품은 노포다. 1947년 할아버지가 창업해 손자까지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다. 완당은 작은 물만두를 맑은 육수에 넣은 음식이다. 주인장이 매일 손으로 빚는 만두피는 투명할 정도로 얇다. 덕분에 식감이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떠서 ‘호로록’ 먹을 수 있다. 슴슴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치는 육수는 먹을수록 매력이 넘친다. 짭쪼름한 육수에 면을 담가 먹는 메밀국수인 ‘발국수’를 찾는 사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