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기 좋은 갈맷길 코스]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 걷는 시간도 필요하다. 관계의 굴레를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하염없이 걷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단순해지고 무겁던 머리도 맑아지는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바다와 산, 강과 도시가 어우러진 부산 갈맷길은 나홀로 걸으며 사색을 즐기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숨결이 어우러진 길 위에서 우리의 삶은 더 단단해지고 풍요로워진다. 부산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며 혼자 걷기 좋은 갈맷길 코스 세 곳을 소개한다.
바다와 도시가 버무려진 길, 갈맷길 2코스 1구간
갈맷길 2코스 1구간은 부산을 대표하는 바다와 도심 마천루의 일상이 만나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받으며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청사포로 들어선다. 바다 위로 뻗은 다릿돌전망대에 서면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쁜 등대가 지키고 있는 아담한 어촌마을 청사포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유명 맛집들이 가득해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해안절벽을 따라 달리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은 청사포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면 동백섬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끼고 걷는 맛이 일품이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전망대에선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를 시작으로 광안대교와 이기대, 오륙도까지 부산의 해안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빌딩숲을 배경으로 새하얀 요트가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수영요트경기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야경 명소이자 이국적인 포토 스폿으로 인기다.
영도의 속살을 따라 걷는 길, 갈맷길 3코스 3구간
갈맷길 3코스 3구간은 영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해안절벽 위에 계단식으로 집을 지은 흰여울문화마을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의 정취를 듬뿍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흰여울터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절영해안산책로가 시작된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변산책로는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바다를 보여준다. 파도가 넘실대는 출렁다리를 건너 75광장 전망대에 오르면 수많은 배들이 닻을 내리고 대기하는 진귀한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영도해녀문화전시관이 있는 중리항을 지나면 태종대로 접어든다. 백악기 말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파식대지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의 암벽해안이 울창한 숲과 함께 우리를 맞이한다. 다누비열차를 타고 둘러 봐도 좋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 봐도 좋다. 절벽 위에 세워진 전망대에 오르면 일본의 대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강과 바다가 빚은 천혜의 풍경, 갈맷길 5코스 1구간
갈맷길 5코스 1구간은 낙동강하굿둑에서 을숙도와 명지오션시티를 지나 신호항까지 이어진다. 강과 바다가 만나 빚은 모래톱과 섬, 습지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낙동강 하구에 자리한 을숙도는 철새들이 날아드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철새들의 생태를 자세하게 관찰하고 배울 수 있다. 드넓은 잔디밭이 있는 을숙도 철새공원은 피크닉 성지다.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을숙도를 빠져나와 명지오션시티로 들어서면 명지철새탐조대가 기다린다. 탐조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낙동강 하구를 찾은 철새들의 움직임을 조금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신호대교까지는 쭉 뻗은 해안산책로다. 나른한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걷는 내내 상쾌함을 선물한다. 조금 덥다 싶으면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방풍림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5코스 1구간의 종착지는 신호항이다. 도심 건물 사이로 배들이 정박해 있는 작은 포구가 이국적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