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 혼밥, 혼술에 이어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혼자 하는 여행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일행이 없어서 심심하지만 그래서 여행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나는 여행. 나 홀로 여행족이 많아지는 이유다. 혼자 다녀도 위험하지 않으면서 부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나 홀로 갈맷길을 소개한다. 때론 느긋하게, 때론 거침없이 걸으며 나만의 부산여행을 만들어보시길!
해변 카페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커피 한 잔! YOLO 갈맷길 2코스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그에 따라 소비하는 삶의 태도를 일컫는 ‘욜로’(You Only Live Once). 경상도 방언에도 ‘욜로’란 표현이 있는데, ‘여기로’란 의미를 담고 있다.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두 단어를 합쳐 만든 ‘YOLO 갈맷길’은 그래서 인생에 꼭 한 번 경험해야 하는 걷기 여행길이다.
바다와 산, 강을 두루 아우르는 10개의 코스가 마련됐는데 그중 2코스는 기장군청에서 송정항까지 16km 구간을 걷는 해안 갈맷길이다. ‘시크릿 커피로드’란 주제에서 알 수 있듯 갈맷길 곳곳에서 만나는 예쁜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쉬엄쉬엄 걷는 것이 포인트다. 특히 해안절벽 위에 조그마한 성당이 그림처럼 서 있는 죽성 드림세트장에서 대변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들이 한가득이다. 달콤한 냄새로 유혹하는 베이커리 카페부터 바다를 바라보는 루프탑 카페까지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기장 멸치 축제의 무대인 대변항을 지나면 연화리다. 아직도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는 작은 어촌마을로, 마을 앞 포장마차촌에서 해녀들이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젖병 모양의 등대가 있는 포구에는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곳곳에 포진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오랑대에서 시랑대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는 해안 절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그 풍경 끝에 자리한 해동용궁사는 현실이 아닌 듯 오묘하고 황홀하다. 기장의 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공수항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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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을 한 번에! 갈맷길 4코스 3구간
부산에 있는 7개 해수욕장 중 유일하게 남해바다에 속하는 다대포해수욕장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독특한 지형을 가졌다. 천리를 달려온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 백합 등과 도요등 등 이름도 예쁜 삼각주를 여럿 만들었다. 드넓은 백사장은 모래와 갯벌, 습지, 갈대밭이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갈대가 무성한 모래 갯벌 사이에 놓인 산책로에선 다대포의 신비로운 자연생태를 더욱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매일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황홀한 일몰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음악 분수 쇼도 놓칠 수 없다.
다대포해수욕장을 지나 아미산 전망대에 오르면 더욱 멋진 전망을 만날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를 비롯해 멀리 가덕도와 거제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미산 중턱의 응봉봉수대 입구 전망대까지 한 시간 남짓 평탄한 산길을 오른 뒤 다시 강변으로 내려오면 동화 속 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장림포구다. 포구를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 예쁜 집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빨간 풍차와 벽돌 시계탑 등 곳곳이 사진 포인트다.
영도의 매력에 풍덩! YOLO 갈맷길 6코스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영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분에 도심은 물론이고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해안 지역과도 전혀 다른 풍경들이 많다. 특히 고지대 산복도로에는 마치 배를 타고 바다에서 부산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색 뷰포인트가 많아서 부산 사람들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영도를 찾는다. 욜로 갈맷길 6코스는 영도의 그런 매력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길이다. ‘영도 흰여울 한 바퀴’란 주제처럼 흰여울마을을 중심으로 영도의 서쪽 해안을 걸으며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부산의 진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해안절벽 위에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흰여울마을은 각종 영화의 배경이 될 만큼 이국적인 풍경들로 가득하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겹겹이 쌓인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집들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바다 위에 떠 있는 외항선들을 보고 있으면 외국의 어느 섬으로 여행을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마을 아래 해변엔 해안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사진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흰여울 터널을 지나 중리선착장까지 영도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감상하며 원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해 질 무렵에 맞춰 중리항에 도착하면 중리노을전망대에서 영도의 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근처 영도 해녀 촌에 산 해녀들이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선사시대 인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동삼동패총전시관과 다양한 해양동식물들이 살고 있는 수족관이 기다리고 있는 국립해양박물관도 꼭 들러야 할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