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대신동에 위치한 구덕운동장은 단순히 오래된 체육 시설을 넘어, 부산 시민들의 삶과 열정이 층층이 쌓인 '살아있는 역사적 공간'입니다. 1928년 부산공설운동장으로 시작된 이곳은 부산 현대 스포츠의 발상지이자, '구도 부산'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부산미래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구덕운동장은 대한민국 프로축구의 전설적인 구단인 '대우 로얄즈'의 황금기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 화려한 기술 축구로 K리그를 호령했던 대우 로얄즈의 홈구장으로서, 부산 시민들에게 승리의 기쁨과 자긍심을 선사했습니다. 1991년 리그 우승과 1997년 시즌 3관왕이라는 대기록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었으며, 당시 구덕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은 부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국제 스포츠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축구 예선전이 열리며 세계와 소통했던 장소이며, 대우 로얄즈를 거쳐 현재의 부산 아이파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축구 스타들이 땀방울을 흘린 곳입니다. 주말이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언덕을 올라 경기장으로 향하던 발걸음,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주변 대신동 골목에서 나누던 뒤풀이의 기억은 부산 사람들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향수'가 되었습니다.
최근 도시의 변화와 재개발 논의 속에서도 구덕운동장이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곳은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대우 시절부터 이어져 온 부산 축구의 명맥을 현재의 부산 아이파크 팬들이 계승하고 있는 '세대 간 소통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근현대사를 스포츠라는 창을 통해 투영하고 있는 구덕운동장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함으로써, 우리 후손들이 부산만의 독특한 열정과 공동체 정신을 체험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 물려주어야 합니다. 구덕운동장은 부산 축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