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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추천 미래유산

근현대 부산을 배경으로 다수의 시민이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이 미래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추천해주신 유산은 부산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됩니다.
※ 1월~5월 추천분 : 당해연도 심의대상 / 6월~12월 추천분 : 다음연도 심의대상

– 피란민 공동체의 생활 방식(무형유산) –

유산위치
부산
첨부파일
내용
부산은 단순한 항구도시가 아니라, 전쟁과 피란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삶의 터전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전쟁 시기 형성된 피란민 공동체의 생활 방식은 오늘날 부산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뿌리이자, 미래세대에 반드시 전해야 할 무형유산이라 생각한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낯선 도시에서 그들은 가진 것 없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했다. 좁은 판잣집,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골목, 물 한 바가지를 나누어 쓰던 생활은 단순한 궁핍의 기록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방식’의 시작이었다. 대표적으로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나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공간은 그러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다. 그러나 이 유산의 본질은 건물이나 지형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태도와 관계에 있다.
피란민 공동체의 생활 방식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나눔과 연대의 문화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한 끼를 나누고, 서로의 아이를 돌보며 가족의 경계를 넘어 공동체를 형성했다. 둘째, 강인한 생존력이다. 임시로 시작된 삶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장사를 시작하고, 기술을 익히며 삶을 이어갔다. 셋째, 정과 인정의 문화이다. 이웃 간의 벽이 낮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정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오늘날 부산의 시장 문화, 골목 문화,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도시 분위기의 근간이 되었다. 자갈치시장의 활기와 인정, 국제시장의 끈질긴 생존력은 모두 피란민 공동체에서 비롯된 생활 철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즉, 이는 과거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형유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당시를 직접 경험한 세대가 줄어들고, 공동체 중심의 생활 방식 역시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은 보존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서는 기록하고 전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이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이 필요하다.
피란민 공동체의 생활 방식은 단순한 과거의 고생담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며 살아낸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가치이다. 이 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은 부산의 역사를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일이다.
이에 본인은 “피란민 공동체의 생활 방식”을 부산미래유산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특정 장소나 물건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가 이 이야기를 기억할 때, 부산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살린 도시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