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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 제100주년 3.1절 기념사] “평화의 물결은 도도히 흐를 것입니다”
조회수
3633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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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일신여학교 3.1 만세운동 재현행사.jpg

◈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 아쉽지만 평화는 진전 될 것”, 희망적 메시지 전해

◈  평화의 소녀상, 강제징역 노동자 문제에 대한 부산시의 적극적 역할 뜻 밝혀

◈  일본이 역사의 진실 받아들이고 새로운 한일관계 100년 열어 가기를 기대

 

 

부산 시민 여러분!

 

3.1운동 100,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지금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 자리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넓습니다.

 

저는 오늘 기념사를 준비하며 그 무엇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었고, 부푼 희망의 언어들을 적어갔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모두가 함께 보셨겠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은 이와 비교할 수도 없는 실망과 좌절에도 역사에 대한 낙관을 놓지 않았고 그 낙관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소 더뎌 보이는 현상 아래에 흔들림없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평화의 물결을 확신합니다.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평화는 어느새 돌이킬 수없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희망의 미래는 여전히 우리의 것입니다.

 

존경하는 부산 시민 여러!

 

19193, 부산진 일신여학교 학생들은 밤을 새우며 태극기를 만들었습니다. 311일 밤 김응수, 송명진, 김순이, 김란춘, 박정수, 김반수, 심순의, 김복선, 김신복, 이명시 등 학생들이 좌천동 거리로 뛰쳐나가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어린 여학생들의 목숨건 만세운동은 부산 시민의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 불은 313일 동래고등학교 학생들이 동래군청 앞 망미루에 올라 전단을 뿌리며 만세를 부르게 했고, 318일과 19일에는 범어사 명정학교와 지방학림 학생들 그리고 수백 명의 동래 사람들의 가슴속에 타올랐습니다. 329일은 구포장터에서, 49일에는 기장 좌천장터에서 그 불은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었습니다.

 

여성의 몸으로 의열단과 조선의용대 항일무장투쟁에 앞장 선 박차정 의사,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했고 청년들을 교육시키며 민족의 미래를 준비했던 안희제 선생, 그리고 박재혁 의사, 한형석 선생, 김법린 선생, 장건상 선생 등 부산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선도하기에 앞서 항일 독립투쟁을 선도해온 대한민국의 양심이었다 자부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우리 부산 민중의 소중한 참여와 희생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자랑스러운 부산 시민 여러분!

 

바다길과 하늘길, 그리고 땅길이 이어지는 한반도평화의 시대는 경제의 시대임과 동시에 외교의 시대입니다. 특히, 바다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 있는 일본은 불가분의 경제적 동반관계와 불가피한 역사적 아픔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역사보다 더 부끄럽고 위험한 것이 바로 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식적인 교훈에 대해 일본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고 동의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국민이 역사적 잘못과 현실의 우호관계를 명확히 구분해내는 것처럼 일본 국민들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차이를 구분해낼 것입니다.

 

아니, 이미 일본의 양심은 역사의 진실 앞에 담대하게 서 있습니다. 일본의 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프랑스의 팬들 앞에서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라 강조하여 감동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수많은 일본의 양심이 한국을 방문하여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전세계는 눈물보다 더 뜨거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 한국과 일본은 지금보다 더욱 진정한 친구가 될 것입니다. 지난 100년과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한일의 100년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아직은 해야할 역할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촛불혁명을 통해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민선7기 부산시는 그 어느 정부보다 유능해야 합니다. 그 기대에 부합하고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선7기의 책무는 유능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 어느 정부보다 진실을 직면하는데 담대한, 그래서 가장 당당한 정부가 되어야할 역사적 책무 또한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과연 역사 앞에 가장 진실되며 가장 당당하다 자신할 수 있습니까? 진실은 늦을지언정 반드시 그 얼굴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 속 진실은 아직도 그 모습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너무나 늦었습니다.

 

국가의 부재로 인한 국민의 희생과 피해는, 그 대상이 단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민의 문제입니다. 그러하기에 이는 민선7기 부산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지키지 못해 처참하게 고통당한 할머니들은 아직도 찬 바람부는 광화문에서 진실규명과 공식사과를 외치고 있습니다. 함께 아픔을 나누며, 함께 행동하던 언니, 동생들이 한 분 두 분 생을 달리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그 분들에게 국가는 무엇이며, 진실은 무엇이겠습니까? 정부에 등록된 전체 피해자 238분 중 이제 23분이 생존해 있으십니다.

 

지난 128, 부산시의회에서는 소녀상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불법조형물로 규정된 소녀상을 시가 관리할 의무와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부산시가 소녀상을 품겠습니다. 역사의 진실보다 무거운 법과 절차는 없다고 믿습니다.

 

작년 10월 일본 제철소 강제노역에 동원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시를 통해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피해신고자는 총 7,800여명이며, 실제 피해가 인정된 분들만 7,500여명입니다. 생존자는 1천여 명이 넘습니다. 부산시는 이 분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그분들 삶에 새겨진 비통함을 풀어가겠습니다.

 

최근 박차정 의사의 둘째 오빠인 박문호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추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생은 중국에서 망명 투쟁을 펼치다 일제에 검거돼 감옥에서 생을 마치셨습니다. 뒤늦게나마 독립유공자 추서가 진행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늦음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최후의 한분까지 찾아내 최고의 존경을 담아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 모두는 그분들에게 현재의 삶을 빚지고 있습니다. 털끝만큼이나마 그 빚을 갚겠습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우리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을 간다 해도 최소한 우리에게는 이렇게 선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 하 조선의 아들과 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실려 갔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모른채 찾아 나섰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 분들을 위해 우리는 마땅히 이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로지 '시민' 여러분입니다. 시민 여러분과 여러분이 만들어 왔고, 또 만들어갈 역사 앞에 자랑스럽고 당당한 정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31

부산광역시장 오거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