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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12호 전체기사보기

넉넉한 인심 더해져 더 오래 기억되는 맛

부산 백년가게_⑦곰보식당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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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축산물도매시장 인근에 자리한 곰보식당은 신선한 한우 암소와 내장만을 이용하는 한우 요리 전문점이다. 지난 2020년 백년가게에 선정됐다(사진 왼쪽부터 3대 송준호, 1대 송임순 대표).


구포축산물도매시장 인근에 자리한 곰보식당은 신선한 한우 암소와 내장만을 이용하는 한우 요리 전문점이다. 부위별 암소 구이와 육회, 선짓국 등을 넉넉한 인심으로 정성껏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1대 송임순(71), 2대 송호대(65), 3대 송준호(36) 대표까지 3대째 운영 중이다.

글·최원준 시인/사진제공·북구 서영민


시장 난전에서 시작넉넉한 인심 '곰보 아지매집'
곰보식당은 1대 송임순 대표가 24살 때인 1975년부터 남의 가게에서 궂은일을 하며 일궈낸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충무동 뱃머리에서 소피 장사를 하던 시고모 가게에서 배달 일을 했단다. 그러다 부전시장 선짓국 가게 배달 일 등을 거쳐 오늘날 곰보식당의 터를 마련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지금의 구포축산물도매시장. 도축장 구석 맨바닥에 얼기설기 아무렇게나 포장을 씌우고 그 안에 연탄 화로를 몇 개 놓고 시작한 포장 좌판이었다. 도축장에서 고기를 사 오는 손님들에게 불을 피워주고 불값을 받거나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구전을 받는 식이었다. 비가 오면 좌판 바닥이 비에 젖어 흙으로 질척이고 빗물이 흥건했다. 장화를 신고 장사를 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송 대표의 후덕한 인정과 넉넉한 인심에 주변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난전에서 장사하다 보니 변변한 간판조차 없었다.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얼굴이 얽은 송 대표를 단골들이 `곰보 아지매'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의 `곰보식당'이 됐다.

단골손님은 주로 도축장 사람이나 도축 관련 도매업자, 고기 짝 배달하던 이, 삼락천변 갈대밭에서 미꾸라지 잡던 어부, 북구청 직원 등이다. 특히 북구청 사람들과는 북구출장소 시절부터 밥을 해 주며 오랫동안 이어온 끈끈한 정으로 지금까지 이웃사촌처럼 지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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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은 한우 암소만을 고집하는 곰보식당 상차림 모습, 오른쪽은 전문 발골사가 직접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


소나무처럼 한 자리 지키는 가게 되고파
2대 송호대 대표가 가업을 이은 것은 30여 년 전쯤. 당시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송호대 대표는 바쁘고 몸도 좋지 않은 송임순 대표를 돕다 가게를 이어받았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그만두고 도축장 식당 일을 돕는 것은 당시만 해도 힘든 결정이었을 터. 그러나 송 대표는 아픈 누님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현 3대 송준호 대표는 1대 송임순 대표의 조카이자 2대 송호대 대표의 아들이다. "5살 때부터 가게에서 놀면서 컸다"고 말할 정도로 곰보식당에 대한 애정이 크고 식당 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 역시 부산은행에 근무하다 지난 2018년 가업을 이어 받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장사하는 것을 지켜보며 선대 대표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가슴으로 체득했다.


송준호 대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대대로 함께 찾는 식당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곰보식당의 심벌인 소나무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나무처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치 않고 푸르게 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새기겠다는 것이다.


"고모님, 아버님께서 지금껏 이뤄놓은 것들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새로운 곰보식당을 일궈나가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의 곰보식당을 다음 세대에까지 잘 지켜가겠다는 것이 저의 경영계획입니다."


2000년도에 식당 리모델링을 하면서 현대식 인테리어나 위생 관련 시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젊은층이 좀 더 접근 가능한 식당으로 자리 잡게끔 하는 정도가 작은 변화다. 기존 1, 2대 대표 때의 단골을 성심성의껏 맞으며 젊은층의 새로운 고객들도 끌어들이겠다는 속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전문 발골사가 직접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이 보인다. 갈비짝의 뼈를 직접 발라내고 정형화해서 식재료로 쓰는 것이다. 고기의 신선함과 음식의 맛은 이곳에서부터 보장된다. 다른 한우에 비해 비싼 암소만을 사용해 음식을 내는 것도 곰보식당의 특징이다.


"저희 식당은 한우만 쓰는데, 그중에서도 꼭 암소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거세육 등과 비교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곰보식당의 이윤은 다른 식당보다 박하다. 그런데도 가격이 참 착하다. 한우를 들여올 때마다 한 마리나 짝 갈비 등 한꺼번에 많은 양으로 구매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축장 안 작은 난전에서부터 시작해 백년가게로까지 발돋움한 곰보식당. 천성적인 부지런함과 그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할 만큼 인정 많고 넉넉한 인심이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1대, 2대, 3대를 이어, 천 년의 소나무처럼 한 자리에서 백 년을 이어갈지 든든한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07-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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