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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양복 56년, 대한민국 제1호 양복명장

부산 백년가게_⑥일성사 양복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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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사 양복점은 지난 2020년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은 서석재 대표와 부인 백홍자 씨).


일성사 양복점 서석재 대표는 15세 때부터 지금까지 56년째 양복업 외길을 걷고 있다. 분업이 점점 일반화되는 현장에서도 양복의 처음과 끝, 전 공정을 홀로 담당하며 편하고 아름다운 양복 만들기에 매진한다. 기술과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우리나라 1호 양복명장으로 선정됐으며, 2015년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 대통령상, 2021년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글·사진 최원준 시인


15세에 양복 입문 … 장인의 길 시작
"맞춤 양복이란 한 땀 한 땀 수작업의 결실이 만들어 내는 고도의 기술과 수많은 공정 속에 탄생하는 예술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양복을 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아름답고 멋진 작품이 또 어디 있겠나 싶어요. 제 인생의 전부를 양복에 다 바친 셈이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요."


부산 백년가게 일성사 양복점 서석재 대표의 말이다.
서 대표는 1967년 15세 때 양복업에 입문, 56년 째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잔심부름부터 시작한 양복 제작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는 남다른 눈썰미와 손기술, 노력과 끈기로 수많은 과정의 양복 기술을 5∼6년 만에 마스터했다. 양복 입문 6년 만인 1973년에는 부산지방기능대회 양복 부문 우승까지 차지한다. 서 대표는 이후 그의 재기발랄한 양복 기술과 성실함을 눈여겨본 양복 명인 고 이승우 씨에게 불려가, 5여 년 간 최고의 양복 기술을 사사 받으며 제대로 된 양복 기술에 눈을 떴다.


양복 제작공정은 크게 나누어 6가지. 체촌(치수 재기), 패턴(디자인 본뜨기), 재단(패턴대로 옷감 자르기), 가봉(옷이 잘 맞는지 시침바느질하기), 수정(몸에 맞게 수정), 재봉(바느질) 등 복잡하고 세밀한 작업을 거쳐 한 벌의 맞춤 양복이 탄생한다.


"맞춤 양복 기술은 특히 스승을 잘 만나야 합니다. 트렌디한 양복 기술을 마스터한 스승에게 도제식으로 기초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배워야 자기 것으로 숙련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맞춤 양복 한 번을 만들려면 최소 10∼15년은 배워야 한다. 이렇게 양복 기술을 습득한 후 그는 업계 선배인 고 권순조 대표가 운영하던 `일성사'를 1981년 이어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재의 자리에서 40여 년간 맞춤 양복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양복 제작 기본은 바느질 … 후진 양성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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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서석재 대표의 2021년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대통령 표창 수상 모습, 일성사 양복점 매장 내부 모습.


서석재 대표는 양복의 처음부터 끝, 전 과정을 혼자 완성해낸다. 요즘처럼 바지, 조끼, 상의를 각각의 기능공이 맡는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양복 전 공정을 한 사람이 만들어 내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하기에 한 벌을 오롯이 지어내는 양복 장인들이 더욱 귀하다.


그의 숙련된 양복 기술은 이미 많은 이에게 인정받았다. 지난 2014년 한국맞춤양복협회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제1호 양복명장으로 선정됐으며, 2015년에는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양복 관련 단체인 (사)한국맞춤양복협회 기술 부회장으로 양복 기능경기에서 작업지시서를 출제하고, 대한민국 산업 현장 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한다. 지난 2021년에는 양복 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후학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양복 명인 서석재 대표에게 "양복 제작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스스럼없이 `바느질'을 꼽았다.
"맞춤 양복의 큰 특징은 고객 체형에 맞는 가장 편한 옷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편하고 아름다운 양복을 짓기 위해서는 바느질이 기본이자 기초입니다."
바느질이 일정하고 결이 맞아야 좋은 양복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대표가 직접 자신이 사용하는 바늘을 보여준다. 작업에 따라 두 가지 바늘로 재봉하는데 바늘 크기가 겨우 2∼3㎝ 남짓하다. 크기가 작아 바늘구멍도 잘 안 보인다. 이 작은 바늘로 한 땀 한 땀 수백, 수천 번의 일정하고 결 고운 바느질로 한 벌의 양복을 지어내는 것이다.


서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후진 양성을 꼽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후진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일성사를 백년가게로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제자를 키워 가게를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습니다."


요즘 양복점은 대를 잇기가 힘들다고 한다. 워낙 기술이 복잡하고 오랜 숙련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제가 선배님에게 일성사를 물려받았듯이, 든든한 후배를 통해 일성사의 백 년을 꼭 이루어 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서 대표의 담담한 대답 속에서 일종의 결기가 느껴진다. 그의 일생 모든 것들이 이 맞춤 양복 속에 다 녹아 있기에 그러하리라.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06-1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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