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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2호 전체기사보기

더 나은 시대 향해 나아가는 시간

`코로나19' 뉴노멀 혼란의 해를 보내며

내용

강이라 

강이라 | 소설가



인터레그넘(Interregnum, 궐위)의 시간입니다. 인터레그넘은 로마법에서 통치하던 왕이 죽고 새로운 왕이 즉위하기 전의 권력 공백 상태를 말합니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하나의 시대와 다른 시대 사이의 불안정하고 혼란한 시기를 `궐위의 시간'으로 해석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이전(과거)과 코로나 이후(미래)로 분기되는 궐위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차단되며 국가간 수출입이 매우 어려워졌으며 개학식도 없이 시작된 학교는 온라인 수업과 부분 등교를 병행하고 있지만 벌어지는 학습 격차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항공사와 여행 관련 업계는 존폐 위기에 내몰렸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생계 위협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고통을 나누고 손해를 감수하며 정부와 질병관리청의 권고를 준수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사투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습니다.


팬데믹 두려움 … 연대와 상생의 길 찾기
법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저서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 감정을 `두려움'이라고 말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두려움에 대한 정의를 인용했습니다. `곧 닥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일에 대한 괴로움과 이를 물리칠 힘이 없다는 무력감의 결합이 곧 두려움이다.' 고대 철학자의 정의는 정확합니다.


우리는 팬데믹의 끝을 알 수 없어 괴롭고 당장 해결할 수 없어 무력합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파생시킬 사회적 혐오에 대해 경고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비확진자의 혐오, 서양의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혐오, 특정 종교와 종교 단체에 대한 혐오, 무상 복지와 우선 지원의 혜택을 입는 취약 계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혐오가 대표적입니다. 혐오가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진 뉴스를 접할 때면 더욱 걱정이 큽니다.


법철학자는 보편과 평등의 원칙으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힙니다. 공중 보건의 강화, 고용 안정, 최저 생계비 지원, 누구나 교육받을 기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만 지켜도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연대와 상생의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인류 미래 … 공동체 의식 강화
코로나 이후 다가올 인류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경제학자 장하준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여러 석학들은 입을 모아 공동체 의식의 강화를 강조합니다. 그들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된 대한민국, K 방역의 성공 원인이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시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대만 등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 아시아에 많은 이유로 나보다는 우리를 중요시 여기고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던 오랜 전통의 동양 유교 철학에 그 근거를 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획일적 통제라고 서양 국가들은 강하게 비판하지만 한국은 바이러스로 인한 희생을 최소화하고 빠른 종식을 위해 계속 분투할 것입니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내년 말까지는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피할 수 없으니 현명하게 대처하며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 때를 기다리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 봅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위한 돌봄 교실과 지역아동센터의 시스템 강화, 저소득층을 위한 최저 생계비 확충, 노년층과 조손 가정에 대한 지속적 지원이 가장 시급합니다. 또 학교와 운동장에서 놀고 배울 자유와 권리를 잃은 청소년들이 제도권 밖으로 일탈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에 절대적으로 취약한 노년층과 생존 절벽에 내몰린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의료,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각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가난과 바이러스로 인해 소외되는 이웃 없이 우리는 함께 생존해야만 합니다.

바이러스에 치명타를 맞고 휘청이는 문화·공연·예술계의 회생도 시급합니다. 다행히 여러 자구책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예술계의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발레, 뮤지컬, 콘서트 같은 무대 공연은 유튜브를 이용한 무관중 온라인 공연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극장가는 국내 공연이 취소된 해외 여러 공연의 실황 녹화 영상을 영화 대신 상영하며 문화 생활에 목마른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던 도서관도 드라이빙 스루로 도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취소되었던 독서회와 인문학 강좌,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온라인으로 새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리가 방법이 되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길을 찾고 있습니다.


언택트·마스크·거리두기 … 그리고 백신
언택트(Untact)란 신조어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접촉하다는 뜻의 콘택트(Contact)와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지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최소 2m 거리두기의 생활화로 우리는 악수와 포옹, 격려와 위로의 어떤 스킨십도 편히 하지 못합니다. 바이러스를 이겨낼 최선의 방법이기에 묵묵히 견디고 있지만 인간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부디 이 시련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친구, 이웃,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서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백신 개발이 임상 실험을 통해 높은 예방 효과를 드러내며 보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백신(Vaccine)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했습니다. 백신은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젖을 짜다가 우두에 걸린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종두법을 발견한데서 시작된 말입니다.


2021년, 내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소의 해입니다. 소는 기질이 순하고 농사에 쓰임이 많아 한국인이 특히 사랑하는 동물입니다. 소의 근면 성실함과 우직함은 우리 한국인과도 몹시 닮았습니다. 소의 해를 앞두고 인류는 백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상서로운 흰 소의 기운을 담은 백신으로 모든 인류가 바이러스의 고통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귈위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시대로 나아갈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작성자
김향희
작성일자
2020-12-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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