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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2호 전체기사보기

`생각의 기회'로 새로운 방향 모색하는 쉼의 시간

도움 구하고…기꺼이 서로 도우며…사랑하는 사람과 연대하는 새로운 일상

내용

이응 

이중용 | 부산시 동래구



2020년, 올해 1월 처음 등장한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면면들을 빠짐없이 흔들어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운 수많은 계획과 만남을 취소해야 했음은 물론이고, 텅 빈 거리와 차가워진 시장의 열기로 나와 같은 많은 기업과 창작자들이 곧장 어려운 상황과 대결해야 했다. 그런 일상적인 속상한 마음을 차치하고서라도 얼어붙은 취업의 관문은 청년들의 발목을 붙잡고 오갈 데 없이 만들었다.


나는 1인창조기업 `문구점 응'을 운영하고 있다. 문구점 응 역시 다양한 문구와 보드게임을 만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조금 적어도 좋아'라는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를 완성해나가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달라진 세상의 필요에 맞춰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모든 강연과 프로그램을 취소했고, 제품 제작 계획도 신중한 시선으로 다시 검토했다. 또 팟캐스트 방송을 다시 열어 다양한 곳에서 저마다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원 없이 듣고 쓰며 위로의 시간을 선물해 드리고 있다.


아날로그 아이템을 만들었던 나의 삶은 `위드 코로나 시대' 고객들을 위한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만드는 영역까지 확장했다. 본격적인 재택근무 생활도 꾸려가고 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처럼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프로젝트 계획을 비축하고, 9년된 낡은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꿨다. 필요한 책을 구비하고 유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새로운 생활 계획표도 짰다. 부산과 서울, 미국과 독일에 있는 창작자 친구들에게 협업 요청 메일을 보내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단순히 독자적 생존보다는 어떻게 하면 `함께 즐겁게 협업하며 창작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된 불행 속에서도 우리에게는 이례적인 `생각의 기회'가 생겼다. 소중한 관계와 여행의 의미, 바뀐 세상에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동네의 작은 가게들과 앞으로 나의 업, 망가진 자연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과 널리 나눠야 할 메시지까지.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잠깐 멈춰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생활과 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쟁하는 시험·스마트 폰·이동수단·배달 등 무엇이든 빠르고 높은 성취도만 있다면 칭찬과 호평을 듣는 세계와 달리 천천히 걷거나 생각하고, 종이 위에 느리게 쓰며, 마음과 배려를 나누는 침착한 세계가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게 됐다.


책 `단단한 삶'(야스토미 아유무 저)에서 `자립한 사람은 혼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곤란하면 언제든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매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일상이 기본값인 세상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쉼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이 필요하다면 구하고, 또 기꺼이 서로 도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길 바란다.


"부산시민 여러분, 다사다난한 2020년 올 한 해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구점 응'은 당신의 예술적인 2021년을 기원합니다!"

작성자
김향희
작성일자
2020-12-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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