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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2호 전체기사보기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겨울 부산 바다 매력 속으로 “풍덩”

겨울 부산 바닷속 풍요와 에너지 넘쳐
바닷말이 만든 ‘바다숲’ 바다 생물 보금자리

내용

☞ 연재 순서

①부산 바다와 산호

②스쿠버 다이빙 메카 부산

③부산의 등대

④부산의 무인도

⑤부산 바닷속 물고기

⑥겨울 바닷속 낭만



스쿠버다이버가 아니라면 겨울 바닷속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관찰하기는 힘들겠지만, 땅 위 생명체들이 웅크리는 겨울에도 바닷속은 생명력이 넘친다. 이 같은 사실을 기억하며 부산시보 ‘다이내믹부산’ 독자 여러분 모두 활력을 가지고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길 기원한다.
△기장 미역은 국을 끓여도 잘 풀어지지 않고 차진 맛이 유지된다고 해 ‘쫄쫄이 미역’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사진은 기장 미역을 말리는 모습). 출처 및 제공 : 국제신문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멈추게 했지만 여전히 계절은 변하고 있다. 12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겨울, 부산 바다 풍경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 바다의 겨울 풍경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겨울 부산 바닷속 모습은?

다이빙 장비를 챙기고 있으면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 쳐다본다. “이 추위에 바닷속으로 들어가다니, 참 별스러운 사람도 다 보겠군.” 아마 마음속으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울 부산 바다의 풍요로움과 역동적인 에너지, 신비할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알기에 필자는 겨울을 기다린다.


30∼31면-굴 1

△굴이 갯바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먹거리인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30∼31면-해삼 1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해삼은 겨울이 제철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슬금슬금 기어 다니는 해삼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부산 바닷속, 사계절 뚜렷

필자가 즐겨 찾는 사하구 나무섬, 기장군 연화리, 영도구 감지해변 등 부산 바닷속은 겨울이 되면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선홍색 홍조류인 엇가지풀 사이로 미역·감태 등의 갈조류들이 힘찬 모습을 선보인다. 땅 위 식물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을 통해 생육이 달라지듯이, 바닷속 바닷말도 사계절에 따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그런데 바닷말들은 땅 위 식물과는 삶의 사이클이 반대인 경우가 많다. 미역이나 감태는 늦가을부터 번성해 겨울과 봄에 가장 무성하며 여름이 되면 녹아 없어진다. 그렇다고 여름 바닷속이 바닷말 하나 없이 황량한 것만은 아니다. 여러해살이 바닷말들은 높은 수온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부산의 겨울 바다가 풍요롭고 역동적인 것은 바닷말이 있기 때문이다. 바닷말은 땅 위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낸다. 산소와 영양물질은 바다 동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되며, 이들이 소비하는 이산화탄소는 공업화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여준다.


바닷말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육상식물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바닷말은 이외에도 바다 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숲이 우거진 곳에 동물이 모여 살듯, 바닷속 바닷말이 만들어내는 바다숲은 바다 동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바다숲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와 영양물질은 플랑크톤을 불러들이고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로 연결되는 먹이망을 형성한다. 이뿐 아니라 바닷말은 초식성 어류와 전복·고둥·군소 등 연체동물과 해삼 같은 극피동물의 직접적인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30∼31면-해녀

△부지런한 해녀들은 겨울 바다와 함께한다. 바닷말 수확도 좋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문어를 찾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30∼31면-넙치

△바닥 면에 배를 깔고 쉬고 있던 넙치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화들짝 피하고 있다.

   넙치는 겨울이 제철이다.
 

겨울 바다가 안겨준 선물 ‘홍합’

겨울 바닷속에서 해삼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차가운 물을 좋아해 겨울이면 연안으로 모여드는 데다 ‘꿈틀꿈틀’ 기어 다니면서 지나간 자국과 작은 모래무지 같은 배설의 흔적들을 남기기 때문이다. 겨울 바다의 또 다른 흥미는 바닷말이 자라는 바위 위쪽으로 빽빽하게 붙어 있는 진주담치와 굴을 관찰하는 데 있다. 담치라고 하면 외래종인 진주담치가 대세이지만 과거 담치는 토산종인 홍합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지중해가 고향인 진주담치가 우리나라까지 흘러들어 홍합의 서식처를 밀어내는 바람에 이제 울릉도와 독도 외의 다른 해역에선 홍합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옛사람들은 춘궁기 때 겨울 동안 살이 오른 홍합을 잡아다가 약간의 곡식을 넣고 죽을 쑤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기곤 했는데 홍합이야말로 겨울 바다가 안겨준 선물이었다.


진주담치와 서식지를 다투듯 엉겨 붙어 자라는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부르기도 한다. 영국 속설에 “달 이름에 R자가 없는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며 수온이 올라가는 계절에 생산되는 굴로 인한 식중독을 경계했다. 굴이 겨울이 제철이라는 것은 동서양 모두 일치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수심이 얕은 곳에 자라는 바닷말 군락을 지나 좀 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면 바닥 면에 엎드려 있는 넙치(광어)를 만날 수 있다. 넙치는 겨울이 제철이다. 봄에 산란기를 맞는 넙치는 겨울 동안 활발한 먹이 활동을 벌여 몸에다 영양분을 비축한다. 그래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겨울 넙치는 최고의 상품으로 대접받아 왔다.

스쿠버다이버가 아니라면 겨울 바닷속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관찰하기는 힘들겠지만, 땅 위 생명체들이 웅크리는 겨울에도 바닷속은 생명력이 넘친다. 이 같은 사실을 기억하며 부산시보 ‘다이내믹부산’ 독자 여러분 모두 활력을 가지고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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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수현

(사)극지해양미래포럼 사무국장, 스쿠버 다이빙 강사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부산 바다(부산은행 갤러리/2012), 2000번째 물에 빠진 날(부산시청 갤러리/2015) 등 10여 차례 이상 개인전과 전시회를 열었다.

작성자
조민제
작성일자
2020-11-2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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