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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1호 전체기사보기

지속가능한 관객운동 위한 질문과 과제들

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

내용

시민의 자생적 문화가 가진 창의성이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만드는 근간

`천만 관객 영화'라는 수식 속에 묻혀있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관객' 역할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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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 모퉁이극장 대표



모퉁이극장은 관객운동단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2012년 4월 중앙동 40계단 근처에 문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관객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도 있느냐며 공상에 빠진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당시는 영화 관객을 위한 주체적인 활동이 미약했고 관객에 대한 인식도 수동적인 소비 대상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고 관객의 권위를 신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 최초 `관객문화운동' 탄생시켜
초기에는 `관객문화운동'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 문제는 서서히 풀려갔다.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이 둘러앉아 마이크를 돌려가며 한마디씩 나눴다. 참가자들은 수평적 관계 속에서 진행하는 토크에 참여하며 관객문화운동이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영화전문가의 영화 이야기를 경청하는 역할에 머물던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이 본 영화의 감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전문영화해설이 배움을 준다면 관객의 소감 한 토막은 영화가 가진 울림과 그 영화를 본 관객이 어떤 사람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현장 사람의 목소리부터 길어 올려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퉁이극장은 모든 행사마다 관객 당사자들이 느끼는 영화에 대한 생각, 고민, 이야기를 꾸준히 SNS를 통해 전파했다. 이것은 천만 관객이라는 수치로만 불리던 관객에 대한 관습적 인상을 우리 스스로가 바꾸어보려는 노력이었다.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얼굴을 가진 한 명, 한 명의 관객이다.

관객활동가 배출로 일꾼 부족 어려움 극복
시민들의 호응으로부터 관객운동은 생명을 가질 수 있었지만 관객운동을 펼칠 일꾼들이 부족하다는 게 큰 어려움이었다. 단골 관객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관객운동을 견인할 주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관객운동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속해서 함께 운동을 펼칠 이들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15년 국내 최초의 관객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인 `관객문화교실'을 개설해 관객문화활동가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매년 30명씩, 2020년 6기에 이르기까지 180여 명의 활동가가 프로그램 이수 후 개인의 영화향유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객들의 터전을 일구는 수고로운 일에 마음을 모아주었다.

활동가들의 헌신 덕분에 모퉁이극장의 관객운동은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갔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영화커뮤니티 지원사업을 신설하는 근거가 됐고, `부산문화2030 비전과 전략'에는 수요자 중심 문화로 관객문화운동이 등재됐다. 부산의 바깥에서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사례발표, 일본 야마가타의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부산을 대표해 관객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의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는 부산에서 모퉁이극장이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창의도시란 곧 그 도시를 이루는 시민들의 자생적 문화가 가진 창의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객을 창작자와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
관객운동은 모퉁이라는 소극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다른 장르에서 관객 커뮤니티 형성을 고민하는 이들의 컨설팅 요청 역시 관객운동이 가진 필요성과 보편적 가치에 있을 것이다. 본질은 한가지이다. 관객인 시민을 창작자를 바라보는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는 인식과 실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지난 9년 동안 관객운동의 빛이었다면 이번엔 현실의 어려움을 마주해본다. 관객문화운동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부산의 모퉁이극장에서 시작되어 전국의 영화 관객 커뮤니티들에 영향을 끼쳤고,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커뮤니티 BIFF라는 시민 중심 영화프로그램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펴낸 연구서에 국내 최초의 커뮤니티시네마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등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들을 펼쳐내고 있음에도 이러한 독보적인 활동들이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 활동 위축될 수밖에 없어
나는 작년에 처음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모퉁이극장의 운영진 두 명은 8년 동안 직장을 마치고 저녁 7시에 다시 극장으로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며 극장을 지켰다. 나를 제외한 한 명의 상근자는 관객문화활동가 1기 출신으로 시민들에게 영화의 즐거움을 전하는 일이 좋아서 박봉에도 여태껏 일하고 있다. 이렇게 네 사람이 모퉁이극장의 일원이다.

올해 4월 모퉁이극장은 중구에 새로 생긴 공공극장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에 입주해 공간운영을 시작했다. 운영진 한 명은 휴직을,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두고 극장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비바람보다 모질었다. 신설 극장은 정상운영이 가능한 설비가 채 완료되지 않았고 공간지원 외에 인건비 지원은 없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공간운영 인건비가 없을 때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겪었다.

운영비 마련을 위한 각종 사업 공모는 매일의 일이 되었고, 사업 운영에 허덕이다 보니 정작 우리가 원했던 극장 운영에 쏟을 힘이 분산되었다. 최소한의 인건비가 지원된다면 독보적인 극장을 만들 수 있는 전문인력들이 다른 일로 밤을 새우며 지쳐갔고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여파로 극장 개관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여름을 나기 위해 대출로 3개월을 버텼지만 곧 가을이 왔다.

세계 최초 `시네마-피플-테크' 있는 부산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무상으로, 아니 우리 돈을 보태며 일하고 있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말해본다. 만약에 최저임금으로 인건비만 해결된다면 우리는 연중 수많은 시민이 드나드는 전국 유일의 관객문화전용관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자신이 있다. 공공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예산의 1/50의 예산만 주어진다고 해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프랑스 파리에 세계 최초의 시네마테크가 있다면 부산에는 세계 최초의 `시네마-피플-테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위기는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너나없이 힘든 상황에서 `관객문화운동에 지원'해달라는 목소리는 낮고 미미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꿈은 좌절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자원이 끊겨 영화창의도시 부산이 시작됐고, BIFF 태동지인 중구가 관객문화의 발상지가 되었으면 하는 모퉁이극장의 꿈이 사라진다고 해도 다음 세대의 관객문화활동가들에 의해 그 정신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꾸었던 꿈들은 세상으로 퍼져나갈 것을 믿는다. 지금 이곳 부산에 관객영화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작성자
김향희
작성일자
2020-11-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1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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