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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6호 전체기사보기

부산에서 자란 시인, 꽃의 가상이에서 토해낸 붉은빛

중견 시인 손택수 새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내용

 우리나라 시단에 굵직하게 이름 올리고 있는 손택수 시인은 등단 20여년 동안 네권의 시집을 상재한 중견 시인이다. 탄탄한 시세계를 펼쳐 보이는 손택수 시인이 최근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펴냈다.



손택수시집붉은빛이여전합니까표지

   사진제공·창비


 농경사회적 상상력과 민중적 삶의 풍경을 담금질해냈던 손택수는 이번 시집에서 현실의 간난신고나 일상의 먼지 같은 순간들조차 빛나게 하는 따뜻하고 살뜰한 시선을 보내는데, 단순히 세월과 연륜의 결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시적 경지를 보여준다. 여백의 아름다움, 간결함의 미학, 풍성한 시적 리듬의 실험 등 다채로운 시적 성취를 선보이면서도 현실과 시인의 삶, 혹은 삶다운 삶에 대한 궁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시정신이 돋보이는 시편으로 빛나는 시집은 그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여전한 읽기의 행복을 선사한다.

 한 시인의 시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겠지만, 시집을 펴낼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즐거움은 자못 크다. 손택수의 시세계는 `가족과 고향'(`호랑이 발자국') `민중적 시정과 대지의 삶'(`목련 전차') `도시적 삶의 애환'(`나무의 수사학') `삶의 안팎을 성찰하는 사유'(`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로 모아졌다. 그 여정을 거쳐, 이번 다섯번째 시집에 이른 손택수는 한결 여유롭되 넉살이 늘었고, 힘은 빼되 간결함을 더한 시편을 써내려갔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무구함'으로 읽어낸다. `냉이꽃 뒤엔 냉이 열매가 보인다/작은 하트 모양이다 이걸 쉰 해 만에 알다니/봄날 냉이무침이나 냉잇국만 먹을 줄 알던 나'(`냉이꽃')가 나이 쉰이 되어서 깨달은 것은 비록 하찮을지라도 그때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일 터이다.

 손택수 시인은 197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산으로 와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다녔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부산에서 보낸 유년의 주름은 자주 그의 시에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는 `지게體'와 `붉은빛'이 그렇다.


 부산진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지게 지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시 `지게體' 부분.


 볼이 떨어져나갈 듯 치운 날이었어요/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살이 오르는 곳
 시 `붉은빛' 부분.


 시인이 뼈와 근육을 키웠을 부산의 시공간을 만나는 건 어쨌든 미쁜 일이다. 그의 시 속에 살아 숨쉬는 부산의 공기와 비린내와 파도소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시집. 창비 펴냄.

 

손택수시인

손택수 시인.  사진제공·창비




                                                                                                                          김영주?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6-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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