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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20호 기획연재

4대째 전승, 부산 전통 담은 온화한 '어머니의 맛'

부산 백년가게_⑪동래할매파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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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할매파전'은 1950년대 동래장터에서 시작한 이래 4대에 걸쳐 동래파전을 판매하고 있다(사진은 김정희 대표와 장녀 이규화 씨).


동래파전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중 하나다. 바다 도시 부산의 매력을 담은 풍성한 해산물이 들어가기에 속이 두껍고. 부드럽고 온화한 어머니·할머니의 맛을 품고 있다. `백년가게' 제도가 처음 생긴 지난 2018년, 부산 백년가게로 선정된 `동래할매파전'은 동래파전을 대표하는 가게 중 하나로 4대에 걸쳐 자리를 지키며 부산시민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


글·사진 최원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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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파전은 신선하고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기에 보통 파전보다 두껍고 속이 촉촉하다(사진·비짓부산).


임금께 진상 … 부산 명물, 동래파전

부산역사 속 동래파전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동래부사가 임금께 진상했다는 일설도 있고, 동래도호부 시절 외국 사신이나 중앙 고위 관리들을 접대하던 교방청(敎坊廳·기생 양성 기관)의 연향(宴享) 음식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교방청 소속 기생들이 면천(免賤)되면서, 지역 토호나 양반들이 출입하는 기생집을 열어 `동래파전'을 제공하기에 이른다. 광복 이후로는 여염집 여인들이 동래장에서 파전을 팔기 시작했는데, `동래파전 먹으러 동래장 간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맛이 좋고 인기가 높았다.
 

`동래할매파전'의 창업자 고(故) 이강이 할머니도 이즈음 동래장에서 동래파전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오늘날 `동래할매파전'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2018년에 와서는 백년가게로 선정됐는데, 백년가게 제도가 시행된 첫 해다.
 

동래할매파전의 4대 주인장이자 현 대표인 김정희 씨를 만났다. 단아한 한복차림이 잘 어울리는 그는 31세 때 시어머니인 고 김옥자 3대 대표에게 업을 물려받아 30여 년간 `동래할매파전'을 이끌어오고 있다.
 

"동래할매파전은 4대에 걸쳐 70∼80년을 동래에서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음식점입니다. 시증조할머니께서 1950년대에 동래장터에서 동래파전을 시작하신 이후 1960년대에는 시할머님(고 이윤선)께서 `제일식당'이라는 상호로 업을 이어오셨고, 1978년도부터는 시어머님(고 김옥자)께서 `동래할매파전'이라는 상호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동래파전은 동래지역(한때 동래는 기장군·금정구·해운대구 등을 아우르는 큰 행정구역이었다)의 신선하고 다양한 해산물이 넉넉하게 들어가기에, 보통 파전과는 달리 두께가 두껍고 속이 촉촉하면서도 풍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지져내는 전이지만 마치 찜을 쪄내듯 후숙(後熟)하기에, 바삭거리는 감각적인 맛이 아니고 부드럽고 온화한 어머니, 할머니의 심성이 담긴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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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할매파전' 매장 모습.


온라인 판매·밀키트로 고객과 더 가까이
4대가 한 세기 가까이 업을 이어오다 보니 세대별로 나름의 성과나 평가가 있을 듯싶다.
 

"처음 시작하신 시증조할머니께서는 파전의 맛과 솜씨로 사랑받았던 분이었고요, 시할머니께서는 전통적인 `동래파전의 뿌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명실상부하게 `동래파전의 외식화'를 주도하셨지요. 저는 나름대로 `우리 음식도 전통문화다'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세대별 `동래할매파전'에 대한 역할과 운영의 변천 과정이 일목요연해진다. `온전히 백 년을 넘긴 가게'로의 미래는 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다행히 자녀들이 뒤를 잇기 위해 현장·온라인 판매 등 다방면에서 일을 배우고 있단다. 이규화(35), 이윤화(32), 이동헌(30) 등이 그들이다.
 

"지금 1남 2녀가 모두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외식 경영, 음식문화, 전통문화 등의 학업을 이수하고 준비과정을 차곡차곡 거치고 있지요."
 

그는 자녀들이 경영실력뿐 아니라 가업에 대한 애착과 열정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동래파전은 우리 지역의 문화"라며 "이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너희는 전통문화 수호자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라"라고 곧잘 이야기한단다. 경영 부문에서는 상품 다각화를 추진 중이고 해외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경영은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 변천에 따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가게로 찾아오시는 손님에게는 온 정성을 다해 음식을 대접하고, 찾아오시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 판매와 밀키트, 냉동식품 등으로 상품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터라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김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단골손님들에게 받은 감동이 가장 기억에 진하게 남는단다. 자세히 보니 매장 안에 수많은 서화와 액자들이 걸려 있는데, 이들 대부분을 손님들이 선물한 것이라고.
 

"손님들과의 아름다운 역사가 있었기에 동래파전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김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며 덧붙인다.
 

아∼! 그 마음을 보니 알겠다. 동래할매파전 `백 년의 힘'은 곧 지극함이 아닐까? 그 `지극함'은 사람과 사람을 한 데 엮고 함께 어우러지게 한다. 5대째 잇는 백년가게의 우직한 미래가 쉽게 눈에 그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12-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2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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