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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19호 기획연재

흔히 쓰는 '온나', 문법이 틀렸을까?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⑩ 독특한 명령형 `온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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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서상균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면 전국 학교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스승의 은혜'의 한 구절이다. 사실 이 구절에는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 담겨 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가 그것이다. 우리말 '참되다'와 '바르다'는 사물의 상태·모양을 나타내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명령형으로 쓸 수 없다. '참되게 살아라', '바르게 살아라'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노래 속 스승은 왜 문법에 어긋난 말을 했을까? '∼거라', '∼너라'가 명령형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참되다', '바르다'가 형용사인 것을 모르고 우리에게 가르친 것일까?


아니다. 스승은 옳게 가르쳤고 우리가 너무 경직된 문법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거라'는 명령형이 아니라 특정한 행위를 하기 바라는 기원형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특정 어형이 문법 규칙에 따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쓰이는 특정 어형에 대해 문법 규칙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우리 언어생활에서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같은 말을 자주 쓰는 이유도 우리가 명령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직된 문법에서는 형용사에 명령형을 붙이면 잘못 쓰인 말이라고 판단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는 우리가 명령하지 않고 기원하는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르다. 즉, 형용사에 기원형(바람)을 붙여 '행복하길 바랍니다', '건강하길 바랍니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 자연스러운 문법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참되거라', '바르거라'를 명령형이 아니라 기원형으로 이해한다면 스승의 말을 옳게 받아들인 것이다.


부산말에도 문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은 명령형 '온나'가 있다. 일반적으로 명령형은 '∼아라', '∼어라' 같이 '∼라'가 붙는다. '오다'의 명령형 표준어 '오너라'가 그 예다. 함안의 '오거라', 거제·거창·남해·사천·진주·통영의 '오니라' 등 다른 지역 말에서도 '∼라'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김해·밀양·진주·진해·창원·하동의 '온나', 울산의 '오나아'는 명령형 어미 '∼라'가 붙지 않는다. 경상도 방언에서 어미 '∼나'는 '오나?', '갔나?' 등 물음형으로 쓰인다. 그렇다면 물음형이 명령형으로도 쓰이는 것일까?


여기서 울산의 '오나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나아'는 '오다'의 어간 '오∼'와 현재를 뜻하는 '나' 그리고 명령형 어미 '∼아'가 합쳐진 말이다. '오나아'는 원래 부산·울산 등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산에서는 형태가 변화했다. '오나아'에서 동일모음 '아'가 탈락해 '오나'가 되고, 이 '오나' 첫째 음절에 'ㄴ'받침이 붙어 '온나'가 됐다. 울산에는 이런 변형을 거치지 않아 아직 '오나아'가 남아 있다.


즉, 부산말 '온나'는 의문형이나 다른 형태가 붙은 것이 아니라 일반적 명령어법이다. 명령형 어미 '∼아'는 사라졌지만 말의 원형이 엄연히 명령형 '오나아'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여러 음운 현상이 일어나 단순한 형태로 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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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작성자
지민겸
작성일자
2022-11-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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