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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8호 기획연재

해양도시 부산에서 만나는 가을의 맛 '바다 추어탕'

음식 속 부산_⑪바다 추어탕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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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맞이하기 전 몸보신이 필요한 가을. 부산에서는 귀한 미꾸라지 대신 비교적 저렴하고 맛과 효능은 비슷한 바다 생선으로 '바다 추어탕'을 만들어 먹었다. 부산 전역에서 즐기는 '고등어 추어탕', 기장·해운대지역의 '매가리 추어탕', 강서구 해안의 '붕장어 추어탕', 낙동강 하구 유역의 '웅어 추어탕'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글·사진/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개방적 유연성 녹아있는 부산 음식 문화
부산은 바다에 기대어 사는 해양도시이다. 때문에 향토음식도 바다와 관련된 식재료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부산시에서 선정한 부산의 향토음식 13가지(생선회, 동래파전, 흑염소 불고기, 복요리, 곰장어구이, 해물탕, 아귀찜, 재첩국, 낙지볶음, 밀면, 돼지국밥, 붕어찜) 중 과반이 넘는 7가지가 바다 식재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향토음식이라는 것은 그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부산은 다양하고 풍부한 수산물로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특정 음식의 주요 식재료가 귀하면 대용 식재료를 활용해 조리해 먹는 '개방적인 유연성' 또한 부산 음식 문화의 특징이다. 예컨대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해 '밀면'이라는 향토음식을 탄생시키거나, 부산에서는 귀한 미꾸라지를 대신해 비교적 값싼 바다 생선으로 추어탕을 즐겨 끓여 먹는 식이다.

가을로 들어서면서 '가을 추(秋)'자 생선에 관심이 간다. 미꾸라지(鰍魚·추어)이다. 미꾸라지는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는 음식이다. '가을(秋)'에 먹어야 맛있는 '물고기(魚)', 가을 물고기가 바로 '미꾸라지(鰍)'인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추어탕의 계절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부산에서는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가 꽤 비싸다. 그래서 미꾸라지와 맛과 효능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고 흔한 제철 바다 어종을 추어탕식 조리법으로 끓여 먹곤 했다. 주로 개체 수가 많으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고등어, 전갱이 새끼(매가리), 붕장어 등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떼로 몰려다니는 회유성 어종으로, 물때만 잘 맞으면 쉬이 풍어를 맞는 풍성한 어족이기도 하다. 그 외 기장의 방게, 낙동강 유역의 웅어 등도 추어탕식 식재료로 활용됐다. 이들 요리를 통칭하는 정확한 이름은 없다. 필자는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 만든 추어탕'이라는 의미로 '바다 추어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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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매가리·붕장어… 이색 바다 추어탕 조리법
부산 각 지역에서 즐겨 먹던 '바다 추어탕'은 그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영도를 중심으로 부산 전역에서 먹었던 '고등어 추어탕'을 비롯해 기장·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매가리 추어탕', 강서구 해안의 '붕장어 추어탕', 낙동강 하구 유역에서 어획되는 웅어로 끓여낸 '웅어 추어탕', 기장의 방게를 갈아서 체에 걸러 끓여 먹는 '방게 추어탕' 등을 들 수 있다.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 요리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부산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걸러 낸 육수에 얼갈이배추, 토란 줄기, 숙주나물 등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맑게 끓여낸다. 입맛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방아 잎, 제피가루 등을 넣어 먹는다. 바다 식재료로 만든 부산식 '바다 추어탕' 또한 이 조리법에 근거해 만든다.

'고등어 추어탕'은 고등어를 깨끗이 씻은 후 된장 1큰술을 넣고 푹 삶은 후 뼈 없이 손질한다. 고추, 마늘은 다지고 시래기는 적당히 삶아둔다. 고등어와 시래기, 숙주, 고사리를 고등어 육수에 넣고 간을 한다. 먹을 때 고추, 마늘, 다진 양념과 제피를 넣어 먹는다. 고등어는 씨알이 굵은 놈을 골라야 국물이 진하고 맛도 좋다. 고등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 된장을 푼다든가, 향신료를 듬뿍 넣는다든가 다양한 조리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기장 지역에서 즐겨 먹는 '매가리 추어탕'은 매가리를 손질해 깨끗이 씻은 후 냄비에 매가리와 물을 넣고 푹 고아서 뼈를 발라내고 분쇄기에 갈아 만든다. 시래기, 토란대, 고사리는 3~4㎝길이로 썰어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다. 방아 잎, 호박잎은 잘게 썬다. 냄비에 갈아 놓은 매가리, 토란대, 고사리, 국간장을 넣고 끓인다. 먹을 때 제피가루와 양념을 곁들인다. 숙주, 부추, 들깻가루 등을 넣어 먹기도 한다.

'붕장어 추어탕'의 조리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붕장어를 손질해 압력밥솥에 넣고 푹 고아 체로 걸러 살을 내리고, 여기에다 시래기와 토란 줄기, 숙주, 대파, 마늘 등을 넣고 끓여낸다. 먹을 때 입맛에 따라 방아 잎과 제피를 넣어 먹는다. '웅어 추어탕'과 '방게 추어탕'도 조리법은 일맥상통하다.

부산 서민들이 가을을 맞아 몸을 보하기 위해 먹었던 바다 식재료로 만든 '바다 추어탕'. 값싸면서도 영양분이 풍부한 부산의 제철 해산물로 부산사람에게 건강과 개운한 맛깔을 선사한 고마운 향토음식이다.


가을이 깊다. 가을 보양식으로 뜨끈한 '바다 추어탕 한 그릇'을 즐기며 길고 긴 겨울을 든든하게 맞이하는 것도 좋은 일이겠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1-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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