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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8호 기획연재

사람, 철새의 거리 둔 만남, 자연의 소중함·공존 떠올리는 곳

부산 나들이_⑪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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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철새도래지를 보호하고 자연생태교육을 펼치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에코센터 2층 탐조전망대에서 철새를 관찰하는 시민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지난 2007년 야생동물의 낙원이자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류 을숙도에 문을 열었다. 15여 년의 세월 동안 철새도래지를 보전하고 자연생태 교육을 펼치며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새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글·동길산시인/사진·문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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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구에코센터 전경.


해설사가 들려주는 을숙도 요모조모
· 홈페이지: www.busan.go.kr/wetland
·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 가는 법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3번 출구 → 시내버스 58, 58-1, 58-2 환승 → 을숙도 휴게소 정류장 하차(부산시 사하구 낙동남로 1240)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천연기념물은 격이 대단히 높다. 국가 지정 문화재다. 지자체가 지정하고 보호하는 문화재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자체마다 문화재는 많아도 천연기념물은 귀하다. 부산은 몇이나 있을까. 광역 대도시라서 많지 싶어도 고작 일곱에 불과하다. 일곱! 그래서 더욱 귀하고 더욱 각별하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일곱 가운데 하나가 을숙도 일대의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다. 철새도 아니고 철새도래지가 천연기념물? 갸우뚱대겠지만 천연기념물은 대상이 광범위하다. 동식물은 물론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분포하는 곳도 대상이 된다. 전남 진도 백조 도래지,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등도 천연기념물이지만 철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천연기념물은 부산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가 한국에서 유일하다.

'사람과 자연, 새가 함께하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을숙도에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역시 격이 대단히 높다. 한국에서 유일한 철새도래지에 들어섰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부산시민과 부산시가 마음을 모아서 2007년 건립했다. 어언 15년. 덕분에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새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세상을 이어 온다.

생태복원, 보전관리, 전시, 체험. 에코센터가 하는 일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키워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습지가 나오고 낙동강 하구 형성과정과 생물 다양성이 나오고 공생과 만남, 조화가 나온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모두의 중심은 철새. 처음부터 끝까지 철새이며 하나에서 열까지 철새이다.


통유리 너머로 철새 만나는 '탐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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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철새 모형을 관찰하는 어린이들.


"11월 중순 넘어가면 철새 천국이 돼요.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민물가마우지, 이런저런 오리들…." 새 이름이 줄줄줄 나온다. 중간에 끊지 않으면 한 줄이 넘고 두세 줄이 넘겠다. 새 이름이 줄줄줄 나오는 에코센터 전시교육팀 박희순 씨의 어조에선 행복감마저 느껴진다. 새 이름만 말해도 저런데 새를 직접 보면 또 얼마나 행복할지.

에코센터 탐조전망대는 2층. 고성능 망원경으로 통유리 너머 철새를 관찰하는 곳이다. 육안으로 보면 점에 불과하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철새의 일거수일투족이 손바닥 손금이다.

부리도 길쭉하고 목도 길쭉하고 다리도 길쭉한 새가 있는가 하면 부리도 짤따랗고 목도 짤따랗고 다리는 물에 잠겨 아예 보이지도 않는 새가 한 망원경에 다 들어온다.

동작도 다 다르다. 길쭉한 새는 고고한 선비 같고 짤따란 새는 촐싹대는 재간꾼 같다. 길쭉한 새는 먹이가 될 물고기가 다가올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짤따란 새는 먹이를 찾아서 연신 자리를 옮기고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고고한 척해도 꾸벅꾸벅 조는 놈은 왜 없을 것이며 연신 자리를 옮겨서 제 새끼 먹여 살리는 지극한 모성은 왜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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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철새 모형을 장식한 에코센터 전시실 모습.


통유리 너머는 볼수록 마음이 얼얼하다. 누군가에게 꼬집힌 듯 내가 나에게 마음이 꼬집혀 한동안 얼얼하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밀려가는 물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나부끼는 수초. 물결도 편해 보이고 수초도 편해 보인다. 남들 가자는 대로, 남들 하자는 대로 따라 하지 않으려 했던 내 젊은 날의 어그러진 자화상으로 가득 채운 통유리. 볼수록 얼얼한데도 얼른 떠나지도 못하는 마음. 마음은 이래저래 간사하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모두 3층. 1층엔 안내데스크와 교육실 등이 있고 3층은 영상실이다. 영상실엔 낙동강과 철새 DVD나 CD 같은 영상자료가 가득하지만, 단체 관람에 한한다. 아쉬울 건 없다. 에코센터의 핵심은 2층인 까닭이다. 통유리 탐조전망대와 센터 앞 조류를 모니터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중앙홀, 다섯 구역으로 나눈 전시실, 미니도서관, 기념품 판매소를 갖춘 2층이 여기 에코센터의 알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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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센터에서는 낙동강하구에 서식하는 수생식물과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다.


사람·야생동물 공생 꿈꾸다
철새는 언제 가장 무거울까. 다르게 질문하면, 언제 가장 가벼울까. 월동지로 가려고 장기간 날 때가 가장 가볍지 싶어도 정반대다. 도요새나 물떼새처럼 월동지를 찾아 멀리 이동하는 나그네새는 이동하기 직전 가을 몸무게가 가장 무겁다. 봄철 번식지로 돌아왔을 때보다 무려 두 배나 무게를 부풀린다. 철새는 멀리 날기에 앞서, 오래 날기에 앞서 제 몸 곳곳에 지방을 모아둔다. 

철새와 텃새. 새는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이 둘로 나눈다. 철새는 다시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로 나뉜다. 나그네새도 있고 길잃은새도 있다. 나그네새(Passage Birds)는 번식은 북쪽에서 하고 월동은 남쪽에서 하는 통과철새. 여조(旅鳥)라고도 한다. 길잃은새(Vagrant)는 원래의 이동 경로나 서식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의 새다. 길을 잃었기에 미조(迷鳥)로도 불린다. 철새는 철새인데 휘파람새처럼 단거리를 이동하는 떠돌이새도 있다.

"엄마, 엄마! 이것 봐요. 새예요, 새!" 에코센터 주인공은 아이. 아이가 앞에 가면서 새의 모형이나 박제를 가리키고 엄마는 아이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그러고 보면 하늘을 나는 철새나 에코센터를 관람하는 아이와 엄마가 다를 바 없다. 새는 날면서 V자 또는 I자 행렬을 이룬다. 이를 안항(雁行)이라고 한다. 아이가 아무리 앞에 서서 이끌어도 엄마를 당해 내지 못하듯 아무리 앞에서 안항을 이끄는 철새라도 지도자 내지 우두머리는 따로 있다. '사람과 새가 함께하는 에코센터'가 빈말은 아니다.

흐름, 변화, 공생, 만남, 조화. 2층의 다섯 군데 전시실은 저마다 성격을 달리한다. 낙동강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전시실이 있으며 낙동강 하구의 변화, 생물의 공생, 철새의 만남,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 새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전시실이 있다. 한마디로 응축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 보니 표현이 딱딱한 감은 있지만 다섯 전시실 모두 그 속은 비단결이다. 그래서 아이는 앞에 서서 가리키기 바쁘고 엄마는 아이를 따라가기 바쁘다.

'낙동강 하구는 사계절 내내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고 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우거져 있어 다양한 철새와 삵,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의 낙원입니다.' 에코센터 홈페이지 인사말은 구절구절 선한 기운이 넘쳐난다. 인사말을 쓴 사람도 어느 특정인이 아니라 직원 일동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시민에게 알려 낙동강 생태계가 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직원 일동의 다짐이 든든하다. 방점은 사람과 야생동물의 공존이다.

이제는 시민이 응답할 차례다. 코로나 때문에 체험이니 탐방이니 이런저런 제약은 따르지만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부산시민이 아니지 않은가. 응답하라, 2021!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1-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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